자동 면직된 이진숙, 헌법소원 제기"'방통위 유일 정무직' 위원장 면직 목적""헌법상 권리 침해 ‥ 입법 필요성도 없어"MBC노조 "'위인설법 금지의 룰' 정면 위배"
  • ▲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이종현 기자
    ▲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이종현 기자
    지난 1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전격 폐지되면서 자동 면직된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이 기본권 침해를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해 주목된다. 

    이 전 위원장은 방통위 폐지의 근거가 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는 기존 방통위에 점 하나 찍은 수준에 불과하다며 '방미통위 설치법'은 자신을 몰아내기 위한 '표적입법(標的立法)'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따라 법을 바꿀 필요성이 대두됐다'며 방미통위 설치를 밀어붙였으나, 정작 방미통위는 기존 방통위 사무에 유료방송 업무를 추가한 데 지나지 않아 '입법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게 이 전 위원장의 주장이다.

    새 법률이 추구하는 입법 목적은 기존 방통위법 개정으로 충분히 달성 가능함에도 국회가 권한을 남용한 부당 입법을 했다는 것이다.

    이 전 위원장은 특히 이 법을 발의한 민주당은 설치법 부칙 4조에 '임용직인 방통위 직원들은 방미통위로 승계되지만 정무직은 제외한다'는 꼼수를 집어 넣어, 내년 8월까지 법적으로 보장된 자신의 임기와 직위를 박탈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 1일 헌법재판소에서 취재진을 만난 이 전 위원장은 "왜 정무직은 승계가 안 되고 임용직만 승계가 되는지 거기에 대한 합리적 설명이 없다"며 "방통위에 정무직은 저 혼자이기 때문에 저를 겨냥한 '표적입법'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방미통위 설치법은 한 개인을 표적으로 삼아 면직하는 법으로, 입법부가 행정부의 권한인 '임명권'을 행사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삼권분립 원칙도 침해했다"고 주장한 이 전 위원장은 앞서 헌법재판소가 자신의 탄핵심판을 기각시킨 전례를 언급, 이번에도 자신의 헌법소원을 인용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 "오늘로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는 죽었다"

    이 전 위원장이 방미통위 출범과 함께 직위를 잃은 것에 대해 이 전 위원장의 친정인 MBC 내부에서도 "방미통위 설치법은 명백한 '표적입법'이자, 특정한 사람 때문에 법을 뜯어 고치는 '위인설법(爲人設法)'"이라는 성토가 나왔다.

    MBC노동조합(제3노조, 비상대책위원장 강명일)은 2일 배포한 <위인폐법(爲人廢法) '방미통위법'‥이진숙 위원장의 헌법소원을 주목한다!>는 제하의 성명에서 "지금껏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방송통신위원회는 합의제 기구로 어느 일방의 정당이 독식하면 안 되며 최소한의 민주적 합의정신을 구현하도록 설치되고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나, 이제와서 여야 합의도 없이 단독으로 입법, 방송통신위원회를 폐지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신설하는 법을 통과시켰다"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민주당은 기존 방송통신위원회에 미디어 한 단어를 추가해 신법(新法)이라 우기고 있다"며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합의제 기구로 권력으로부터의 최소한의 독립 기능을 위해 만들어놓은 방송통신위원 임기 보장 조항을 제멋대로 유린하는 독소조항을 신설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MBC노조는 "민주당은 방미통위 설치법 부칙 4조를 통해 '방통위 직원은 방미통위 직원으로 승계되지만 정무직 공무원은 제외한다'고 일방적으로 규정해 공포했다"며 "이는 특정 인물을 위해 법을 만들거나 폐지하면 안된다는 '위인설법 금지의 룰'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러면서 "법은 누구에게나 적용돼야 하지만 부칙 4조는 딱 한 사람 이진숙 방통위원장외에는 적용되는 사람이 없다"고 지적한 MBC노조는 "굳이 지금까지 당연히 승계돼 온 방통위 정무직 공무원의 지위를 단절시키는 조항을 신설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MBC노조는 "이진숙 위원장이 방통위를 떠나면서 기자들에게 한 첫 마디는 '오늘로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는 죽었다'는 멘트였다"며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의 정치가 독재로 흐르고 삼권분립의 기조가 유린되지 않도록 이 위원장의 헌법소원을 경청, 공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