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 방문에도 통신사 행렬·전통 만찬 등 의전 총동원이시바, 日 현직 총리 최초로 故 이수현 씨 묘소 참배
  • ▲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일 부산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일 부산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달 도쿄 회담에 이어 한 달 만인 30일 부산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대통령의 방일에 대한 '답방' 차원에서 이뤄진 이번 회담은 양국 간 '셔틀외교 완성'을 상징하는 만남으로 평가된다. 한국 정부는 실무방문임에도 조선통신사 행렬 재연과 전통 의장대 도열, 문화 해설이 곁들여진 만찬 등 국빈급 의전을 마련해 이시바 총리를 각별히 예우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정상회담 직후 부산 벡스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오늘 일본 총리 내외가 누리마루 (APEC 하우스)로 입장할 때, 조선통신사 행렬을 재연한 취타대 전통 군악대 선도와 전통 의장대 도열이 있었다"며 "실무 방문이지만 사실상 국빈에 준하는 예우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양 정상은 12장생도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한 뒤 회담장으로 이동했으며, 회담 후에는 건물 주변을 함께 산책하며 친교 시간을 가졌다. 만찬장 뒤편에는 한일 두 정상의 만남을 기념하는 조선통신사 관련 유물이 디지털 화면으로 전시됐고,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직접 해설을 맡았다. 만찬 메뉴로는 이시바 총리의 고향 토리현에서 즐겨 먹는 대게와 이 대통령의 고향 안동에서 나는 햅쌀로 지은 밥과 한우 갈비찜이 함께 오르는 등 양국 화합을 상징하는 음식과 민어와 오골계로 만든 적 등 귀한 손님에게 대접했던 한국 전통의 보양식 등이 함께 올랐다.

    강 대변인은 "오늘 이 대통령은 금색 포인트의 넥타이를 맸다. 금색은 귀중함을 상징하는 색깔로, 상대국인 일본 및 이시마 총리와의 관계를 귀하게 여긴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양 정상은 한일 간 실질 협력 강화 방안과 지역 및 글로벌 차원에서의 협력 필요성에 대해 폭넓고 심도 깊은 의견을 교환"하고 "지난달 이 대통령의 방일에 이어 한 달 만에 이시바 총리의 부산 방문이 이뤄짐으로써 양국 간 셔틀 외교가 완성된 것을 환영했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오늘 회담을 시작하면서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으면 밝은 미래를 마주할 수 없다"는 이시바 총리의 유엔 연설 내용을 상기하며 "과거를 직시하고 밝은 미래로 가자는 내 생각과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지향적 협력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는 원칙을 언급하며 "양국 간 의미 있는 협력의 성과를 축적해 나간다면 양국의 현안 관련 대화에 있어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를 이루기 위한 우리 정부의 긴장 완화 및 신뢰 구축 노력과 정책 구상을 설명하고, 일본 측의 협력을 당부했다.

    강 대변인은 "양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격변하는 지정학적 환경과 무역 질서 속에서 한일 양국이 유사한 입장을 가진 이웃이자 글로벌 협력 파트너로서 국제사회의 과제 대응에 함께 행동해야 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북극 항로 협력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서도 논의 지평을 넓혀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부인 요시코 여사가 30일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 내 고 이수현 씨 묘를 참배하고 있다. 이 씨는 2001년 도쿄 신오쿠보역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가 목숨을 잃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엑스(X) 캡처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부인 요시코 여사가 30일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 내 고 이수현 씨 묘를 참배하고 있다. 이 씨는 2001년 도쿄 신오쿠보역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가 목숨을 잃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엑스(X) 캡처
    한편,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총리는 현직 총리 신분으로 양국 우호의 상징적 인물인 '의인' 이수현 씨 묘소를 최초로 참배했다. 이수현 씨는 일본에서 유학하던 2001년 1월, 도쿄 신오쿠보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졌다. 그의 희생이 알려지자, 일본 사회와 언론은 깊은 감동을 표했고 이 씨는 한일 간 우정을 상징하는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이시바 총리는 정상회담 모두발언을 통해서도 "이수현 님은 (2001년 1월) 일본 도쿄의 한 역에서 위협을 무릅쓰고 일본인을 구하려다가 희생되신 분인데 그 뒤로 24년이 됐다. 이렇게 남을 위해서 본인의 생명을, 목숨을 던질 수 있는 숭고한 뜻과 끝도 없는 이수현 님의 사랑에 대해 저희가 존경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이 대통령은) 이수현 고인의 묘소를 방문했다는 것에 대해서 한국과 일본 사이에 어떤 관계가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표현했다"고 답했다.

    이시바 총리는 다음 달 4일 자민당이 새 총재를 선출하고 이어 국회에서 신임 총리가 지명되면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