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31일 서울에 역사적인 첫 승리안양 골키퍼 김다솔, 결승골 터질 때 눈물 흘려"안양 팬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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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반 33분 안양 모따의 골이 터지자 안양 골키퍼 김다솔은 그라운드에 엎드려 눈물을 흘렸다.ⓒ뉴데일리
'더비'의 열기는, 치열함은, 긴장감은 성적순이 아니다. '스토리' 순이다.스토리의 역사, 흐름, 완성도에 따라 더비의 폭발력은 달라진다. 그 스토리 안에 한, 분노, 상처, 설움 등이 섞이면 더욱 뜨거운 더비가 된다. 그래서 올 시즌 K리그 최고의 더비는 '연고지 더비'다.FC안양과 FC서울. 두 팀은 민감하고 또 민감한 연고지와 관련해 얽히고설킨 관계다. 서로에 대한 반감이, 증오가 가장 큰 두 팀이라고 할 수 있다.서울의 전신은 LG 치타스다. LG는 1996년부터 2003년까지 '안양'에 연고지를 뒀다. 그러다 2004년 서울로 연고 이전을 선언했고,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둥지를 옮겼다. 이름은 FC서울이 됐다.연고지 축구팀을 갑자기 잃은 안양 팬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분노했다. 그들을 저주했다. 이후 안양 팬들은 시민구단 창단을 추진했고, 2013년 FC안양 창단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안양은 K리그2(2부리그)에 뛰어들었다.서울은 K리그1(1부리그) 대표적 강호다. 2부리그로 강등될 가능성이 사실상 없었다. 강등된 적도 없다. 두 팀이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안양이 1부리그로 올라가는 것뿐. 안양은 해냈다. 지난 시즌 K리그2 우승으로 1부리그로 승격했다.안양이 1부리그로 올라오자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것이 '연고지 더비'였다. 두 팀의 첫 전쟁, 분노와 증오의 역사를 가진 두 팀의 대결에 대한 뜨거움은 시즌 전부터 시작됐다.K리그1 개막 미디어데이 당시 유병훈 안양 감독은 "2004년 2월 2일 안양 LG가 서울로 연고 이전을 하면서 시민과 팬들의 아픔과 분노를 자아냈다. 안양은 2013년 2월 2일 시민구단으로 창단해 K리그2에 참가했고, 이후 11년 만에 K리그1 승격을 이뤘다.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상 '선전포고'였다.지난 2월 22일 두 팀의 역사적 첫 K리그 맞대결이 펼쳐졌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두 팀. 서울이 2-1로 승리했다. 5월 6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두 번째 격돌이 벌어졌고, 1-1로 비겼다.그리고 세 번째 경기. 지난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시작됐다. 어쩌면 올 시즌 마지막 '연고지 더비'가 될 수도 있는 경기. 의지는 남달랐다. 특히 안양의 의지가 강했다.유 감독은 시즌 전 안양 팬들에게 "올 시즌 서울에 반드시 1승을 거두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는 무대였다.세 번째 '연고지 더비' 앞두고 유 감독은 "안양 팬들에게 서울을 꼭 이기겠다고 약속했다. 오늘 꼭 이기고 샆다. 승리에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안양 팬들이 오랫동안 기다렸다. 서울전 1승 약속을 이룰 기회가 오늘인 것 같다"며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경기가 시작됐다. 관중석에서는 서울 서포터즈의 '붉은 기운'과 안양 서포터즈의 '보라색 기운'이 먼저 맞붙었다. 이날 경기장에는 2만 27명의 관중이 몰렸고, 상당수의 안양 팬들이 운집했다. 가히 서울의 홈구장에서 가장 압도적인 원정 팬의 목소리, 영향력, 퍼포먼스였다.전반 3분 안양의 토마스가 선제골을 터뜨렸다. 후반 2분 안양 권경원의 자책골이 나왔다. 1-1. 팽팽한 기운은 후반 중반을 넘어갔다. 그리고 후반 33분. 안양 모따가 득점에 성공했다. 안양 선수들은 포효했고, 안양 팬들은 열광했다.그때 저 멀리 홀로 이 장면을 바라본 이가 있었다. 안양을 골문을 지키는 골키퍼 김다솔이었다.후반 33분 모따의 골이 터지자, 김다솔은 그라운드에 엎드렸다. 얼굴을 그라운드에 박았다. 두 손을 모아 머리 위로 올렸다. 그리고 눈물을 쏟았다.안양의 절실함, 승리를 향한 열정, 안양 구성원들이 받은 상처와 설움, 그리고 설욕까지 모든 게 담긴 장면이었다.이와 똑같은 모습이 또 나왔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김다솔은 또 주저 앉았다. 안양은 모따의 1골을 끝까지 지켜내며 2-1로 승리했다. 안양 역사상 처음으로 서울을 잡았다. 그것도 원정에서.승리가 확정되자 김다솔은 다시 한번 그라운드에 엎드려 눈물을 훔쳤다. -
- ▲ 김다솔의 눈에 보인 안양 팬들의 열정적 응원.ⓒ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경기 후 김다솔을 만났다. 눈물은 멈췄고, 환한 미소를 보였다.그는 "시즌을 시작하기 전에 감독님이 안양 팬들에게 서울전 1승을 약속했다. 오늘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굉장히 기쁘다. 팀이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됐다"며 승리의 기쁨을 드러냈다.안양 선수들에게 서울이라는 팀은 어떤 의미일까.김다솔은 "안양에 입단을 하면 구단의 역사를 배운다. 새로 온 선수들에게 구단의 역사를 영상으로 보여준다. 영상을 보고, 역사를 배우면 서울에 대해서 알 수 있고, 안양이라는 팀에 자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나 역시 그 영상을 봤다. 오늘 안양의 모든 선수들이 역사를 알고, 같은 마음이다. 부담을 가지면서 승리를 했다'고 털어놨다.모따의 골, 그리고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 김다솔은 그라운드에 엎드려 울었다. 왜 그랬을까. 모따의 골 장면 뒤로 보이는 '보라색 열정'이 김다솔의 심장을 때렸다."모따가 골을 넣었을 때 그 장면을 바라보는데, 나의 시점에 골대 뒤의 안양 팬들이 보였다. 너무 벅차올랐다. 눈물이 날 수밖에 없었다. 안양 팬들이 너무, 너무 자랑스럽다. 너무 가슴이 벅차서 눈물이 났다. 나의 감정을 티 내지 않으려 했는데, 그 모습을 보니 내 감정을 절제할 수 없었다. 승리가 확정된 후에는 안양 팬들이 더 많은 환호를 해줬다. 솔직히 서울전 1승 약속은 부담감이 있었다. 부담감이라는 큰 짐을 덜어낸 것 같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겹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