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짱 자치구 설립 60주년 기념행사 참석 위해 방문"국가 공용언어-문자 보급하고 민족간 융합 촉진해야"인도 총리, 7년 만에 방중…SCO 참석 계기로 '티베트 돌파구'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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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시짱(티베트) 자치구 라싸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려 환영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50820 신화/뉴시스. ⓒ뉴시스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처음으로 티베트 자치구 설립 기념행사에 참석한 시진핑 주석이 민족 단결과 종교 순화 등을 강조했다.이에 외교가에서는 '앙숙' 중국-인도 관계가 최근 화해 무드로 접어든 것을 활용해 중국이 이참에 인도의 암묵적 지원을 차단함으로써 티베트에서 달라이 라마 영향력 지우기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21일 관영 신화통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전날 시짱(西藏, 티베트의 중국식 명칭) 자치구 구도인 라싸를 방문한 시 주석은 같은 날 시짱 자치구 당 위원회와 정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듣고 "단결되고 부유하며 문명화되고 조화롭고 아름다운 사회주의 현대화 신(新)시짱을 건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그는 "티베트를 안정시키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티베트의 정치·사회 안정과 민족 단결, 종교 화순(和順·순화)을 유지해야 한다"며 "중화민족 공동체의식을 더욱 확고히 하고, 중화민족 공동체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또 "전국 민족 단결 진보 모범구역을 적극적으로 창설하고, 국가 공용언어와 문자를 보급해야 한다"며 "각 민족간 교류와 융합을 촉진하고, 시짱와 본토간 경제·문화·인원간 쌍방향 교류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아울러 "우리나라 종교의 중국화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종교 업무관리의 법치화를 강화할 필요에 따라 시짱 불교가 사회주의 사회에 적응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해 티베트 불교가 중국 체제에 융합될 수 있도록 할 것을 강조했다.이어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으로 마음을 모으고 영혼을 단련하며 각 민족의 간부와 대중이 당의 말을 듣고 당을 따르도록 이끌어야 한다"고도 요구했다.이밖에도 "시짱 발전에는 고유한 특성이 있고 실제 상황에 따라 고품질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농업·목축업과 청정에너지산업 등을 발전시키고 빈곤 퇴치 등에도 주력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올해 초 르카쩌시 딩르현에서 발생한 지진 피해에 대한 복구작업을 원활히 지속해나갈 것도 함께 당부했다.시 주석은 이날 오후 티베트 각 민족과 각계 대표, 군 간부 등을 접견하고 기념촬영을 했으며 이어 자치구 설립 60주년 기념공연도 함께 관람했다.이어 21일 오전 라싸 포탈라궁 광장에서 열린 '시짱 자치구 설립 60주년 경축대회'에 참석했다.행사는 티베트 각 민족과 각계 인사, 주민 등 약 2만명이 모인 가운데 열렸으며 이번 방문에 동행한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차이치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 △리간제 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공작부장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 △왕샤오훙 공안부장 등도 동석했다.행사에 참석한 주민들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연이어 흔들었고 대형 퍼레이드가 이어졌다.왕후닝 주석은 행사에서 자치구 설립에 대해 "시짱 발전사에서 획기적인 의미를 지닌 큰 사건이었다"며 "시짱의 평화적 해방과 민주개혁의 위대한 성과를 공고히 하고, 시짱 사회제도의 역사적 도약을 이뤘다"고 자평했다.이어 "반(反)분열 투쟁을 깊이 있게 전개해 국경의 공고화와 국경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며 "시짱은 예로부터 중국의 신성한 영토의 떼어낼 수 없는 일부였고, 시짱 문제는 중국의 내정으로 어떠한 외부 세력의 간섭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조국을 분열시키고 시짱의 안정을 파괴하려는 모든 시도는 반드시 실패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왕 주석은 시 주석이 쓴 '중화민족 공동체 건설로 아름다운 시짱의 새로운 장을 쓰자'라는 내용의 현판도 자치구에 전달했다. -
- ▲ 90세 생일을 맞은 달라이 라마. 250821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앞서 시 주석은 티베트 자치구 설립 60주년을 앞두고 전날 전용기를 타고 라싸를 방문했다.시 주석이 티베트를 방문한 것은 2021년 7월 이후 4년여 만이다. 아울러 시짱 자치구 설립 축하행사에 국가주석이 참석한 것으로는 중국공산당과 중국 국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신화통신은 전했다.신화통신은 "시짱 업무를 당 중앙위원회가 고도로 중시한다는 것과 시짱 각 민족의 간부와 대중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충분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중국 정부는 1965년 9월 시짱 자치구 제1기 인민대표대회 제1차 회의가 라싸에서 소집된 것을 계기로 9월1일을 시짱 자치구 설립을 선포한 날로 기념하고 있다.한편 중국에선 '티베트'라는 단어조차 금기어다. 자치구 명칭을 시짱으로 바꾼 이유다.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질서가 어지러웠던 틈을 타 중국은 1950년 티베트를 침공해 병합에 성공했으나, 독립을 위한 잇따른 봉기에 직면했다. 독립운동을 주도했던 달라이 라마는 1959년 인도로 망명했다. 중국은 그로부터 6년 뒤 1965년 티베트에 자치구를 설립했다. 저항을 절충한 시도였다.그러나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 티베트 망명정부를 세우고 현재까지 비폭력 독립운동을 이어오는 달라이 라마의 티베트에 대한 정서적 지배력은 여전하다.여기에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서방이 달라이 라마를 드러내놓고 지원해온 탓에 티베트 인권 문제는 세계적으로 단골 핫이슈다.중국으로선 인도를 티베트 문제의 배후로 봐왔다.3500㎞를 경계로 두고 1962년 전쟁을 포함해 끊임없는 국경 충돌을 해오면서 중국 압박 목적으로 미국·일본·호주와의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에 참여해온 인도가 제1의 걸림돌이라는 것이다.이런 인도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50% 관세 부과' 결정 속에 중국 접근을 시도하자 중국은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하다.실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018년 6월 이후 7년 만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있다. 이달 31일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SCO는 중국 주도의 미국 대응 체제여서 더 눈길을 끈다.이를 위해 근래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은 인도를 찾아 양국 외교장관회담을 통해 의제를 조율했다.외교가에서는 이 과정에서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 망명정부 처리 문제가 논의됐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중국의 대(對)인도 최대 외교 현안이어서다.고령인 달라이 라마가 지난달 6일 90번째 생일을 앞두고 환생에 의한 후계자 제도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데 대해 중국 당국이 달라이 라마의 승계는 내정이며 중앙정부 승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이 문제는 이미 핫이슈가 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인도를 활용해 티베트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