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사망·실종 24명, 주택 4927동 피해"기후변화에 의한 극한오후 대비 부족 … 기존 설계 변화해야"정부, 복구비 2.7조 투입 … 예방 대책은 부족
  • ▲ 경기 가평군 일대가 집중호우로 대규모 피해를 입은 가운데 22일 오전 조종면 십이탄천 인근에 위치한 편의점 건물과 인근 도로가 무너져 있다. 2025.07.22. ⓒ(경기 가평=서성진 기자)
    ▲ 경기 가평군 일대가 집중호우로 대규모 피해를 입은 가운데 22일 오전 조종면 십이탄천 인근에 위치한 편의점 건물과 인근 도로가 무너져 있다. 2025.07.22. ⓒ(경기 가평=서성진 기자)
    7월 16일부터 닷새간 이어진 집중호우로 전국에서 57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피해액만 1조 848억 원에 달했다. 반복되는 재난에도 불구하고 피해는 줄지 않았고 정부는 이번에도 2조 7000억 원 규모의 사후 복구비를 책정했다.

    전문가들은 재해가 발생한 뒤의 보상만으로는 근본적인 재난을 막을 수 없다며, 구조적 취약성에 대한 예방 대책이 여전히 부재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피해 양상은 참혹했다. 경남 산청군 생비량면 상능마을에서는 지난 7월 19일 산사태가 발생해 마을 지반이 통째로 무너져 내렸다. 주택 24채가 토사에 파묻히거나 붕괴돼 사실상 재사용이 불가능해졌고 주민 15명이 집단 이주를 추진하고 있다.

    같은 달 20일 가평군에서는 새벽 시간당 최대 76㎜ 폭우가 쏟아지면서 캠핑장을 덮친 산사태로 일가족 4명 중 3명이 급류에 휩쓸려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 17일 7월 호우 피해로 인한 인명 피해를 사망·실종 24명, 부상 33명 등 총 57명으로 집계했다.

    주택 4927동(전파 227동, 반파 220동, 침수 4480동)이 피해를 입었고, 농·산림 작물 3만 556ha와 농경지 1447ha가 물에 잠겼다고도 전했다. 가축은 186만 마리가 피해를 봤으며, 소상공인 5480곳도 타격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공공시설 역시 하천 1017개소, 소하천 1609개소, 산사태 654개소, 도로 806개소, 소규모시설 2095개소, 수리시설 820개소 등 광범위하게 피해가 발생했다.
  • ▲ 경기 가평군 일대가 집중호우로 대규모 피해를 입은 가운데 22일 오전 조종면 대보리 마을 곳곳에 토사물이 쌓여 있다. 2025.07.22. ⓒ(경기 가평=서성진 기자)
    ▲ 경기 가평군 일대가 집중호우로 대규모 피해를 입은 가운데 22일 오전 조종면 대보리 마을 곳곳에 토사물이 쌓여 있다. 2025.07.22. ⓒ(경기 가평=서성진 기자)
    ◆'단순 자연재해' 아닌 인재(人災) … "기후변화 대비 부족"

    전문가들은 이번 피해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人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채진 목원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기후가 변화하면서 발생하는 '극한 호우'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시나 하천의 용량을 증설해야 하고, 산사태 우려 지역에는 사방댐을 보강 등을 해야 한다"며 "기존 지방하천에 대한 설계를 새롭게 변경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변화된 강우 패턴에 맞춰 인프라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사태 피해 역시 단순한 자연현상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채 교수는 "우리나라가 경사면 아래에 건축물 허가를 많이 해주고 있는데 이제는 안전을 위한 규제 정책을 내야 한다"며 "산사태 예방 대책을 수립한 후에 건축 허가를 내주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달 19일 산청군에서 산사태로 12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지만 산사태취약지역으로 지정돼 관리된 곳은 단 1곳에 불과했다. 

    2020년 부산 초량 지하차도 참사와 2023년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반복되는 재난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부각됐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이승수 충북대학교 토목공학부 교수는 앞선 사례를 거론하며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도시형 홍수는 최근만의 상황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현행 홍수 특보 체계의 한계도 지적했다. 그는 "기존과 같이 홍수예보지점의 설계홍수량을 기준으로 주의보 또는 경보를 발령하는 경우, 최근에 발생하는 단시간 집중 호우와 같이 급격한 수위 상승에 따른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선책으로 예측 기반의 조기 경보 체계를 제안했다. 이 교수는 "예측되는 강우를 기준으로 수위 상승을 예측하고 이에 따른 경보 선행 시간에 따라 예경보를 시행하는 것으로 개선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최소 30분 이상의 대피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하천 수심 0.5m가 예상되면 주의보, 0.7m가 예상되면 경보, 설계 홍수수위가 예상되면 대피 경보를 발령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 경기 가평군 일대가 집중호우로 대규모 피해를 입은 가운데 22일 오전 조종면 십이탄천 인근에서 주민이 무너진 가게를 바라보고 있다. 2025.07.22. ⓒ(경기 가평=서성진 기자)
    ▲ 경기 가평군 일대가 집중호우로 대규모 피해를 입은 가운데 22일 오전 조종면 십이탄천 인근에서 주민이 무너진 가게를 바라보고 있다. 2025.07.22. ⓒ(경기 가평=서성진 기자)
    ◆ '사후복구 중심' 대책 … 근본적 예방책은 여전히 부족

    정부는 이번 피해 복구를 위해 총 2조 7235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2조 4538억 원은 공공시설 복구에, 2697억 원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난지원금으로 배정됐다.

    공공시설 복구는 피해 정도에 따라 단순 기능 복구와 '개선복구'로 나뉜다. 단순 복구는 경미한 피해 시설에 적용되고, 대규모 피해를 입었거나 재피해 가능성이 큰 시설에는 1조 1018억 원을 들여 제방 보강, 하천 확장 등 방재 성능을 강화하는 개선복구가 추진된다. 정부는 이 사업 규모를 지난해보다 2.5배 확대해 총 50개소에서 집중적으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복구 예산을 신속히 집행해 피해 지역의 재건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 같은 사후 복구 대책만으로는 근본적인 재난 예방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배수시설의 근본적 개선, 산림 관리와 건축 규제 강화, 예측 기반 조기 경보체계 구축 등 구조적 취약성을 해소할 장기적 안목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채 교수는 "완벽하게 재난을 예방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재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이런(개선) 정책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 경기 가평군 일대가 집중호우로 대규모 피해를 입은 가운데 22일 오전 대보교 난간에 토사물이 걸려 있다. 2025.07.22. ⓒ(경기 가평=서성진 기자)
    ▲ 경기 가평군 일대가 집중호우로 대규모 피해를 입은 가운데 22일 오전 대보교 난간에 토사물이 걸려 있다. 2025.07.22. ⓒ(경기 가평=서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