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 치료비·부양 부담에 1.4억 원 빚 … 범행으로 이어져특수부대 출신 외벽 타고 침입 … VIP 고객 부부 결박 후 금품 탈취
  • ▲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서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30대 농협 직원 A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서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30대 농협 직원 A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경기 포천의 한 농협 직원이 VIP 고객인 80대 부부의 집에 침입해 강도 행각을 벌인 사건의 배경에는 희귀병 치료비와 가정사로 인한 채무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경찰 등에 따르면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 송치된 포천농협 소속 30대 남성 A씨는 약 1억4000만 원의 채무를 지고 있었다. 대부분 신용대출 등 금융권 대출로, 도박 등 불법 행위가 아니라 병원비 등 개인 사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농협 입사 전 육군 특수부대에서 중사로 전역한 인물이다. 훈련 중 부상을 입은 뒤 만성 통증을 유발하는 희귀병 증세가 나타났고, 이후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으며 치료를 이어오다 병원비 부담이 커졌다. 여기에 부모 부양 등 가정사까지 겹쳐 범행에 이른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경찰은 특수부대 출신인 A씨가 아파트 외벽을 타고 3층에 올라 방충망을 뜯고 침입한 뒤, 케이블타이로 피해자를 결박하는 수법을 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농협 근무지와 관련한 횡령 등 다른 범죄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A씨는 지난달 28일 오전 4시 포천시 어룡동의 한 아파트에 침입해 80대 부부를 흉기로 위협하고 케이블타이로 묶은 뒤, 귀금속과 현금 등 2000만 원 상당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CCTV 분석을 통해 용의자가 농협 직원임을 확인했고, 해당 지점에서 근무 중이던 A씨를 긴급체포했다.

    체포 당시 A씨의 가방에서는 금 등 귀금속 70돈가량이 발견됐고, 현금 2000만 원은 본인 계좌에 입금된 상태였다. 피해자 부부는 해당 농협의 거액 예치 고객으로 이달 초 약 3억 원을 인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포천경찰서는 A씨의 건강 문제 등을 고려해 구속 5일 만인 지난 4일 강도상해 혐의로 사건을 송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