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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공사현장.ⓒ뉴데일리DB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미분양과 유동성 위기 등으로 정신없는 건설업계에 '건설업 면허취소'라는 징벌적 수준의 제재가 예고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발생한 건설현장 근로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법률상 가능한 모든 제재를 검토하라고 지시해서다. 다만 대통령 발언이 그 무게에 비해 섣부르고 현장에 대한 이해부족 상태에서 업계생존을 흔들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이 대통령이 지목한 건설사는 포스코이앤씨다. 올해 건설현장에서 근로자 사망자가 잇따라 발생하며 사고를 예방하지 못한 책임을 지적한 것이다. 삶의 터전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일은 당연히 없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와 업계 전반의 노력이 필요한건 사실이다.
다만 위험요소가 많은 건설현장에서 사고율을 '제로(0건)'로 만들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아울러 하도급구조로 이뤄진 업계 생태계를 고려했을 때 기업의 생존자체를 겨냥하는 '면허취소' 언급은 단순한 지시를 넘어 사실상 기업의 도미노 붕괴를 시사하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다른 사업분야와 함께 통계가 나온 삼성물산(건설부문)과 아직 관련 자료가 발표되지 않은 현대엔지니어링을 제외한 8개 건설사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지난해 이들 건설사의 협력사는 총 1만357곳으로 확인됐다. 1개 건설사의 평균 협력사는 1294곳이었다.
이를 감안할 때 정부가 실제로 건설사 1곳에 대한 면허취소를 결정할 경우 원청과 협력업체를 포함해 수만명의 근로자들이 생계를 잃고 중소협력사는 줄도산 위기에도 직면할 수도 있다.
중대재해나 인명사고로 건설업 등록말소를 당한 사례는 역대 두차례 있었다. 1995년 삼풍건설산업과 1997년 동아건설산업이다. 각각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이유로 등록 말소를 당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당시 사망자와 부상자가 각각 502명, 937명에 달하는 국가 재난급 사고였고 성수대교 붕괴사고 역시 사망자 32명, 부상자 17명에 달했다.
현장 사고원인에는 근로자의 부주의도 있겠지만 촉박한 공기에 대한 부담이 가장 크다. 공기의 경우 결국 공사비에 영향을 받게 되는데 건설업계는 그간 정부가 건축비 현실화에 소극적이었다는 입장이다. 공사비용이 오르면 결국 분양가격이 올라 그 화살이 정부로 이어져서다.
일각에선 대부분 작업이 옥외에서 이뤄지는 만큼 계절·날씨 영향으로 공기를 맞추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4.5일 근무제 도입을 추진하는 것도 오히려 산재사고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건설사가 안전하게 공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책임만 지라는 격이다.
실제로 일률적으로 4.5일 근로시간을 적용하게 되면 하도급구조인 건설업 특성상 중소 협력업체들은 법정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인건비 증가 등이 더 큰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늘어난 비용과 촉박한 공기를 맞추기 어려워지고 무리한 근무환경을 만들 수 있다.
여기에 최근 건설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외면하고 과도하게 건설사들의 책임으로만 몰고 간다는 불만도 감지된다. 건설현장 근로자 고령화와 외국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상담병(紙上談兵)은 '종이 위에서만 전쟁을 논한다'는 사자성어다. 전쟁을 해보지도 않은 자가 책상 앞에서 이론으로 전쟁을 이야기한다는 의미다. 결국 건설현장의 구조적 특징과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징벌수준의 처벌은 오히려 업계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물론 산업재해와 관련해선 기업의 책임경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만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각종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건설사에게 과도한 처벌보다는 정부와 합동으로 사고를 예방하고 조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