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유튜브' 대통령실 출입에, 형평성 논란뉴스공장, '신문법' 위반‥'음모론' 확산 온상친이·친문 성향 고수, '좌파진영 스피커' 역할'간언' 경청, 태평성대 누린 당 태종 본 받아야
  • ▲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을 진행하는 김어준. ⓒ뉴시스
    ▲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을 진행하는 김어준. ⓒ뉴시스
    당나라 2대 황제 태종(太宗)은 황태자인 형 이건성을 죽이고 황제가 된 인물이다. 태종은 자신을 죽일 것을 이건성에게 수차례 건의했던 위징(魏徵)을 심문하던 중 대쪽 같은 성품과 기개에 반해 그를 신하로 삼으려 했다.

    이때 위징은 '그 어떤 간언(諫言)도 받아들일 것'을 채용조건으로 내걸었다. 이후 간의대부(諫議大夫), 비서감(秘書監), 시중(侍中) 등의 요직을 두루 거치는 동안 위징은 태종에게 총 300회 이상의 간언을 올렸다. 

    위징과 논쟁을 벌이다 "이 늙은이를 죽여버리겠다"며 칼을 빼든 적도 있었지만 태종은 언제나 불같은 화를 가라앉히고 위징의 말을 경청해 통치의 덕목으로 삼았다. 

    어느날 태종이 '명군(明君)'과 '암군(暗君)'이 어떻게 다른지를 묻자, 위징은 "서로 다른 의견을 함께 듣는 게 '명'이라면, 한쪽 말만 듣는 게 '암'"이라고 답했다. 자신을 낮추고 간언이나 직언을 두루 받아들이는 자가 명군이 된다는 위징의 말은 '겸청즉명 편신즉암(兼聽則明 偏信則暗)'이라는 고사성어의 유래가 됐다.

    위징의 상소문을 병풍으로 만들어 매일 읽을 정도로 그의 '쓴소리'를 아꼈던 태종은 훗날 '정관의 치(貞觀之治)'로 평가받는, 사상 최고의 태평성대를 열었다. 

    그러나 위징이 세상을 떠난 후 고구려 침략 등 실정(失政)을 거듭하다 백성들의 지탄을 받는 등 집권 후반기엔 하염없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30만 대군을 동원한 고구려 침공이 참패로 끝나자 태종이 "위징이 살아 있었다면 이런 어리석은 짓은 못하게 말렸을 텐데"라고 한탄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최근 대통령실이 '김어준의 뉴스공장', '고발뉴스', '취재편의점' 등 3곳을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에 포함시켰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은 주로 친여 성향 지지자들이 구독하는 유튜브 기반 언론으로, 오래전부터 이재명 대통령을 두둔하거나 긍정적으로 평가·보도해 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앞뒤 정황상 현 정부에 간언보다는 '감언(甘言)'을 더 많이 할 가능성이 높은 매체들이다.

    대통령실은 "등록 요건에 맞고, 출입 등록을 신청한 3사를 등록한 것"이라며 "규모와 이력을 감안했고 정치 성향의 고려는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사전에 신청 공고를 낸 적이 없고 출입기자단과 논의조차 안 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논공행상(論功行賞)에 가깝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대선 후보 시절 "1인 미디어 가운데 책임성 있는 언론에는 당연히 같은 (취재)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던 이 대통령이 나름 약속(?)을 지킨 셈인데, 이들 매체가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이 대통령이 반대편의 '따가운 소리'는 멀리하고 특정 진영을 대변하는 '듣기 좋은 소리'만 가까이하는 '암군(暗君)'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금할 길이 없다. 

    방송인 김어준이 진행하는 '김어준의 뉴스공장(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은 콘텐츠의 주제와 패널이 편향적이라 '좌파 여론'의 온상지(溫床地)로 불린다. 특히 김어준은 '천안함 좌초설', '세월호 고의 침몰설', '한동훈 암살조' 등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각종 음모론을 자신의 방송은 물론, 국회에까지 나가 설파하면서 '음모론·망언 공장장'이라는 멸칭도 갖고 있다.

    '고발뉴스'는 '삼성 X파일'로 유명한 이상호 전 MBC 기자가 만든 매체로, '세월호 참사' 당시 잠수장비 '다이빙벨'의 성능을 과장보도해 물의를 빚었고, 세월호 침몰 원인이 '폭침(爆沈)'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전 기자는 각종 사건의 배후를 의심하는 '다이빙벨', '김광석', '대통령의 7시간' 등의 다큐멘터리를 자체 제작해 상영하기도 했으나, 일부 작품의 경우 논리적 비약이 심하고 검증이 덜 돼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취재편의점'은 오마이뉴스 출신 방송인 장윤선이 만든 매체로, 장윤선은 과거 방송 패널로 활동할 당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단체대화방을 만들었다"는 발언 등으로 국민의힘과 민형사상 마찰을 빚었다.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패소한 후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여권에서 '유튜브 스타'로 이름을 날린 이들이 운영하거나 관여하는 3개 매체는 '좌파 성향'이라는 점 외에도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애청하는 채널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을 하루 앞둔 지난달 2일 김어준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했고, 대선을 사흘 앞둔 5월 31일엔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에 얼굴을 내비쳤다. 특히 지난달 김어준이 기획한 '더파워풀' 콘서트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우원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등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여권 내 김어준의 위상과 파워를 실감케 했다.

    이들 세 매체가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에 포함된 것을 두고 야권에선 "친명 유튜버로 대통령실 출입기자를 잡도리하겠다는 거냐"는 비난도 나왔다. 유튜브가 기반인 이들 매체가 비판적인 질문을 하는 기자를 겨냥해 소위 '좌표'를 찍고 질문 영상을 조림돌림하면서 '웃음거리'로 만들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일부 유튜브 채널에서 대통령실 출입기자의 모습을 쇼츠로 편집, 왜곡된 영상을 퍼뜨린 사례가 있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통령실은 "브리핑장 공식 영상 풀 외에 나머지 경내는 엄격히 영상을 제한하고,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취재영상 등에 대해서도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밝혔으나, 언론이 자체 취재한 영상을 편집·보도하는 것을 정부가 제재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여타 출입기자들의 취재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뿐만 아니라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의 경우, 언론사로 등록만 해 놓고 정작 홈페이지에는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등록연월일, 발행인, 편집인 등을 기재하지 않는 등 신문법을 위반한 정황이 드러나 '특혜 시비'마저 일고 있다. 이번 대통령실의 일방 조치가 기존 출입사들은 물론 대통령실 출입을 시도 중인 수많은 언론사들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번 내뱉은 말은 되돌릴 수 없다'는 게 대통령실의 뜻이라면 남은 해법은 하나뿐이다. 정치 성향 면에서 '뉴스공장' 등과 대척점에 있는 시사·정치 유튜브 언론에도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펜앤마이크의 경우 인터넷신문과 유튜브 방송을 5 대 5로 운영하고 있어, 서류상 등록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비해 대통령실 출입언론으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것도 싫다면 노무현 정부 때처럼 아예 '출입기자제'를 폐지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은 기자단 중심의 폐쇄적 정보 접근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개방형 브리핑룸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기사 송고실이 이전의 기자실처럼 이용되면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를 통한 여론도 적극 챙기겠다는 것이 이재명 정부의 확고부동한 '미디어철학'이라면, 대통령실의 문호를 전면 개방해 정보의 공공성을 높이는 것이 이상적일 수 있다.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위왕(威王)은 "왕 주변에 아부하지 않는 자가 없어 바른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재상 추기(鄒忌)의 말에 "나에게 직접 간언하는 자에게는 상등(上等)의 상을, 상소를 올려 간언하는 자에게는 중등(中等)의 상을, 거리에서 나를 비판하는 자에게는 하등(下等)의 상을 내리겠다"고 공표했다.

    이 소식이 퍼지자 궁궐 문 앞은 간언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고(門前成市), 왕에 대한 상소도 빗발쳤다. 자신을 비판하는 여론에 귀를 기울인 위왕은 즉시 실정을 바로잡았고 제나라는 부강해졌다.

    최근 인사 문제로 대통령의 지지율이 소폭 하락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제나라 위왕처럼 몸을 낮춰 사방에서 간언을 구한다면 '인재(人材)'가 모여들 수밖에 없다. 

    반대로 주변의 간언을 멀리하고 감언만 찾는다면, 한생(韓生)의 말을 듣지 않아 관중 땅을 유방(劉邦)에게 빼앗기고 결국 해하(垓下)에서 목숨을 잃은 항우(項羽)의 신세가 될 수 있다.

    치세(治世)의 비결은 멀리 있지 않다. 효과가 좋은 약이 입에도 쓴 법. 감언을 멀리하고 간언을 가까이 해야, 사람도 살고 나라도 산다. 부디 양심을 울리는 위징의 소리를 외면하는 정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