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외교 기밀·사인 비밀정보 공개 불가 … 소송 요건도 충족 안 돼"1심 일부 승소 뒤집혀 … 정부 판정문 비공개 조치에 정당성 부여
  • ▲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전경 ⓒ뉴데일리 DB
    ▲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전경 ⓒ뉴데일리 DB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대한민국 정부 간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문 원문 일부를 공개하라며 제기된 소송이 항소심에서 각하됐다. 정부가 비공개한 정보가 외교 기밀 및 사인(私人)의 비밀 정보에 해당하며 이를 공개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서울고법 행정3부(윤강열 부장판사)는 19일 송기호 변호사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비공개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소송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취소 대상이 되는 처분이 존재하지 않아 부적격하다"며 법무부의 조치가 항고소송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설령 소송 요건이 충족된다고 가정하더라도 해당 정보에 대한 비공개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정보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에 따른 외교관계 관련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무부가 비공개 처리한 주한 미국 대사와 금융위원장의 비공개 면담 관련 정보에 대해 "가려진 부분의 첫 문장은 당시 미국 정부가 대외비 정보 등을 근거로 한 외교 기밀과 관련돼 있으며 일부 주석은 입수 경위를 확인할 수 없어 외국 정부의 양해 없이 공개할 경우 외교적 결속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하나금융지주 임원 이름과 관련해서는 "론스타 측 사실 증인으로 론스타와 대한민국은 중재 절차에서 모든 사인의 성명을 비밀 정보로 지정해 기밀 유지에 합의한 바 있다"며 "이를 공개하면 중재판정부의 절차 명령을 위반하는 것이 돼 국제적 신뢰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앞서 1심에서 일부 정보(주한미국대사와의 면담 관련 내용)의 공개를 허용했던 것과 달리 소송 요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린 것이 특징이다. 1심은 하나금융지주 임원 이름에 대해서는 비공개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은 2022년 8월 국제중재판정부가 론스타와 한국 정부 간 ISDS 사건에서 한국 정부의 일부 책임을 인정하고 약 30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정하면서 촉발됐다. 법무부는 같은 해 9월 411쪽 분량의 영문 판정문을 공개하되 공무원을 제외한 사인의 성명과 외교기밀에 해당하는 일부 내용을 비공개 처리했다. 이에 송 변호사는 판정문 중 일부 비공개 내용을 공개하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