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생 청년 70% "생활비가 빚의 시작"…84%는 돌려막기 경험법률대리인 비용도 평균 250만원, 부채 해결 위해 또 빚자살 충동 경험 34%·도움 요청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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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복지재단
    생활비 마련을 위해 빚을 지고 이를 갚기 위해 또 다른 대출을 받는 악순환에 빠진 청년들이 늘고 있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회생을 신청한 29세 이하 청년 중 70%가 최초 채무 사유로 생활비 부족을 꼽았고 84%는 부채 돌려막기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복지재단 산하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는 28일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청년 13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 재무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청년들은 서울시의 재무 상담 프로그램을 수료한 이들이다.

    조사에 따르면 개인회생 청년의 전체 채무액은 ▲4천만6천만원 미만(31%)이 가장 많았고 ▲6천만8천만원(22%) ▲4천만원 미만(19%) ▲1억원 이상(15%) 순이었다. 상당수가 한계 수준의 부채를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 발생의 시작은 생계였다. 
  • ▲ 첫 대출 발생 원인(다중응답) ⓒ서울시
    ▲ 첫 대출 발생 원인(다중응답) ⓒ서울시
    최초 채무 원인으로 ▲생활비(70%), ▲주거비(29%) ▲과소비(27%) ▲가족 지원(17%) ▲사기 피해(15%) 등이 꼽혔다. 특히 생활비 사유는 2023년 59%에서 올해 70%로 급증했고 가족 지원도 14%p 늘었다.

    한편 응답자 10명 중 8명 이상은 부채 돌려막기를 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상환 불능 상태로 이어진 주된 원인도 ▲다른 부채 변제(65%) ▲높은 이자 부담(38%) ▲소득 공백(31%) 등으로 확인됐다. 일부는 카드론과 대부업체까지 전전하며 고금리에 노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개인회생 절차에 진입하기 위해선 적지 않은 초기비용도 들었다. 응답자들은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으로 평균 251만원을 지출했다고 밝혔으며 비용 마련은 ▲본인 자금(60%) ▲할부금융(17%) ▲가족·친지로부터 차입(11%) 등으로 조사됐다. 부채 해결 과정에서 또 다른 빚을 지게 되는 구조다.

    정신적 고통도 심각했다. 응답자의 93%는 지난 1년간 정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고 34%는 자살 충동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63%는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나 기관이 없다"고 응답해 채무와 함께 심리적 고립 상태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채무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파산이 아닌 회생을 선택하고 제도 안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며 "서울회생법원과의 협업을 통해 맞춤형 지원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채무 증가 원인이 단순한 과소비보다 구조적인 생활비·주거비 부담, 고금리 대출 구조에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융안전망의 실효성과 조기개입 체계가 중요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