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통제 꿈꾸는 차기권력, 포털과 맞손?'정당추천인'이 포털뉴스 '입점 기준' 제정방통위·문체부 소관 위원, '심사위원' 추천'정치 권력' 개입 여지 생겨, '독립성'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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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뉴스 생태계'에 다시 한번 지각변동이 일어날 조짐이다. 7년간 '포털 입점' 심사를 주관하며 언론계의 '옥상옥(屋上屋)'으로 군림하다 활동을 중단했던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가 2년 만에 활동을 재개하기로 한 것.
23일 네이버(대표이사 최수연)는 언론사 제휴 모델을 제시하고 운영할 '네이버 뉴스제휴위원회(제휴위)'를 오는 6월 중 출범시킨다고 밝혔다.
새롭게 출범하는 제휴위는 기존 제평위가 공정성 시비 및 이념 편향 논란에 시달렸던 것을 감안해 입점·퇴출 심사 시 '정량평가' 비중을 대폭 늘리고, 평가위원을 '전문가 위원 후보 풀(Pool)단'에서 무작위로 선정·운영하기로 했다.
제휴위는 변화된 산업·기술 환경을 반영하고 각 기구별 역할을 명확히 규정해 전문성과 독립성이 강조된 것이 특징이라는 게 네이버의 설명이다.
△학자·법조인·전직언론인 등이 참여하는 '정책위원회'가 제휴위 심사규정의 제정·개정을 맡고 △포털 입점·퇴출 심사를 담당하는 '제휴심사위원회'와 '운영평가위원회'를 300~500명 규모의 풀단에서 매 심사마다 새롭게 선발·운영함으로써 평가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심사규정 제정' 위원회에 '정당추천인' 포함시켜
하지만 네이버가 총 11명으로 구성되는 제휴위 정책위원회에 이례적으로 '정당추천인'을 넣겠다고 밝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앞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총 15개 민간 단체에서 2명씩 추천한 30명으로 제평위를 구성·운영해 왔다. 생산자·전문가·소비자 단체들의 추천 인사로 제평위를 꾸려 '정치적 후견주의'를 배제한다는 취지였으나, 운영 과정에서 '편향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심사 시 '정성평가'의 비중이 높아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거듭 제기됐고, 특정 단체의 추천으로 정치적으로 편향된 제평위원들이 포진돼 반대 성향 매체들의 '포털 진입 장벽'만 높아졌다는 성토도 나왔다.
'좌편향된 제평위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않고, 기존 입점 언론사의 기득권만 보호하려 한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제평위 사무국은 2023년 5월 22일 '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
2년 만에 다시 닻을 올린 제휴위가 '정당추천인이 포함된 정책위원회에 심사규정의 제정과 개정을 맡기겠다'고 밝힌 것은 그동안 제평위가 편향적이라고 주장해 온 국민의힘과, 마친가지로 제평위의 정치적 균형을 강조해 온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의 요구를 십분 반영한 처사로 풀이된다.
◆'정당 개입' 명분 만들어 … 제휴위 '독립성' 흔들
문제는 정치권이나 정부가 만든 조직이 아닌 '민간 자율기구'에 직접 정당이 개입할 소지를 남김으로써 제휴위의 '독립성'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점진적으로 '정치 권력'의 통제를 받는 규제기구로 변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는 점이다.
2023년 제평위가 활동 중단을 선언한 후 방송통신위원회가 제평위를 법정기구화하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이야기가 나돌자, 언론계에선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심각한 언론 통제"라는 성토가 나왔다. 민간자율규제기구인 제평위 구성과 운영에 정치권이나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언론 통제'나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었다.
그런데 2년 만에 부활한 제휴위가 정치권의 개입 소지를 차단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는커녕 오히려 정당이 직접 개입할 수 있도록 '새 판'을 짜겠다고 선언한 것은 앞서 민주장이 방송·콘텐츠특별위원회를 통해 '제평위 개편' 등 미디어 주요 현안을 논의하겠다고 공언한 것과 맞닿아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방송계 인사는 "정권 교체를 자신하는 민주당이 '대언론 제재'를 강화하는 강력한 통제기구 신설을 꿈꾸고 있다는 풍문은 정치권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나온 이야기"라며 "대선을 코앞에 두고 포털이 언론의 '생사여탈권'을 쥔 제휴위에 '정치 권력'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고 밝혔다.
◆방통위·문체부 소속 위원회가 '제휴심사위원' 추천
제휴심사위원과 운영평가위원을 선발하는 모집단, '전문가 위원 후보 풀'을 구성하는 추천 단체에 중앙행정기관 소속 정부위원회가 포함된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네이버는 △언론사가 운영하는 독자·시청자 위원회의 전직 위원들과 △미디어다양성위원회·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한국신문윤리위원회 등 언론 관련 평가를 수행하는 전문 단체의 추천 인사들로 '풀단'을 꾸리겠다고 밝혔는데, 이 중 '미디어다양성위원회'와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는 각각 중앙행정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위촉해 운영하는 정부위원회다. 한마디로 언론사의 포털 진입 여부를 심사하는 막강한 권한을 지닌 인사를 중앙행정기관 소속 정부위원이 추천하는 인물 중에서 뽑겠다는 것이다.
네이버가 밝힌 대로라면 향후 언론사의 포털 입점 심사 규정을 '정당추천인'이 만들고, 제휴심사위원을 '정부 측 인사'가 추천한 풀단에서 선발하게 된다. 이대로 제휴위가 출범할 경우 '포털 입점'을 노리는 언론을 상대로 우월적 지위를 가진 포털에 정부와 여·야가 '옥상옥'으로 군림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 '언론-포털-정치권'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