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개관 247년 만에 첫 동양인 음악감독…19일 부산콘서트홀에서 기자간담회"첫 작품은 내년 12월 7일,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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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양인 최초로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 음악감독으로 선임된 지휘자 정명훈.ⓒ부산콘서트홀
"라 스칼라 극장에서 처음 연주한 것이 1989년이다.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시작부터 놀라울 정도로 잘 맞았다. 36년 동안 사랑했던 사이에서 갑자기 결혼하게 된 것 같다. 이제는 친구가 아닌 가족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정명훈(72) 지휘자는 19일 부산 연지동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페라의 성지'라 불리는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차기 음악감독에 선임된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1778년 개관한 라 스칼라 극장은 베르디 '나부코'(1842), 푸치니 '나비부인'(1904)을 비롯해 벨리니·로시니의 걸작 오페라들이 초연된 곳이다. 정명훈은 리카르도 샤이의 뒤를 이어 동양인 최초로 라 스칼라 극장을 이끈다. 임기는 2027년부터 3년간이다.그는 "아무리 유명한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초대를 받아도 '너무 늦었다(too late)'라고 답하는데, 라 스칼라만큼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며 "늘 해외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첫 아시아인 감독이라는 점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다. 다만, 우리나라를 빛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정명훈은 라 스칼라 극장에서 1989년부터 오페라 공연 84회, 콘서트 141회를 지휘했다. 역대 상임 지휘자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출연 횟수다. 2023년에는 이 극장의 소속 오케스트라인 라 스칼라 필하모닉의 명예 지휘자에 위촉되기도 했다. -
- ▲ 동양인 최초로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 음악감독으로 선임된 지휘자 정명훈.ⓒ부산콘서트홀
자국민 감독을 선호하는 분위기 속에 선임된 것에 대해 "전체 극장의 오케스트라와 합창단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까지 저를 많이 원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일 기뻤다. 이탈리아 정치는 모르지만 현재 라 스칼라의 극장장인 포르투나토 오르톰비나(65)와 굉장히 가까운 사이이기도 하다"고 답했다.정 지휘자는 내년 12월 7일 라 스칼라 극장 시즌 오프닝 무대를 시작으로 음악감독 임기를 시작한다. 취임 공연에서 베르디 '오텔로'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오페라 작곡가가 베르디다. 라 스칼라에서도 베르디의 작품들을 꽤 많이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정명훈은 현재 맡고 있는 부산콘서트홀(6월 21일 개관)과 부산오페라하우스(2027년 개관)를 총괄하는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으로서 역할도 함께 해나갈 계획이다. 지리상으로 먼 두 지역에서 예술감독을 병행하는 것에 따른 우려에 대해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 이탈리아와 부산의 예술 가교가 되겠다"고 했다.그는 "부산은 처음 시작하는 거고, 라 스칼라는 수준 높은 예술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쉬운 일이 아니지만 평생의 경험을 바탕으로 클래식의 저변을 넓힐 씨앗을 심는 일에 집중하겠다. 아시아에서 부산이 '이탈리아 오페라'의 대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부산콘서트홀은 6월 21일 정식으로 문을 열며, 전날인 20일에는 부산시의 개관 기념행사가 진행된다. 부산콘서트홀 개관 페스티벌은 21~28일 8일간 이어진다. 페스티벌은 정명훈이 지휘하는 아시아필하모니오케스트라(APO)의 무대로 막을 올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