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일동 싱크홀 2달째 '내사' … 책임자 수사 공백경찰·서울시 '복합 원인' 내세우며 수사 제자리전문가 "원인 규명 늦어지면 대책 마련도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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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교 인근에서 대규모 싱크홀 사고가 발생한 지 나흘째인 3월 27일 작업자들이 현장을 살피고 있다. ⓒ정혜영 기자
최근 잇따라 발생한 대형 붕괴 사고에 대한 수사 당국의 '대응 속도'가 시민사회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공사현장 붕괴 사고는 발생 열흘 만에 시공사 관계자 3명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됐지만,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형 싱크홀 사고는 사고 발생 두 달이 가까워지도록 여전히 내사(입건 전 조사) 단계에 머물고 있다.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자 수사가 늦어지면서 당국의 수사의지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질·지하수·지하철 공법 … 명일동 싱크홀 원인 '복합 퍼즐'지난 3월 24일 발생한 명일동 싱크홀 사고는 오토바이 운전자 1명의 목숨을 앗아간 중대 사고다. 시민 불안과 사고의 심각성이 커졌지만, 사고 발생 두 달 가까이 관계자 소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명일동 사고 원인으로는 ▲터널 공사가 진행된 지질 구조적 특성 ▲9호선 4단계 공사에 적용된 공법 ▲공사 과정에서 대량 유출된 지하수 등이 거론된다. 사고 현장이 시공사, 지자체, 감리업체 등 여러 기관이 얽힌 복잡한 구조라는 점도 수사를 어렵게 하고 있다.경찰은 "원인 규명이 복잡하다"며 신중론을 내세우고 있다. 수사 당국 관계자는 "명일동 사고는 원인 규명이 복잡해 신중하게 접근 중"이라며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사고조사위) 조사 결과에 따라 형사 입건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사고조사위도 사고 원인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지질공학·토목 등 전문 영역이 얽힌 데다 여러 원인이 중첩되거나 상호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사고조사위 관계자는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 특정 원인이나 책임을 단정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구조적 원인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외부 전문가 의견도 수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 ▲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형 싱크홀 사고가 발생한 지점 인근에는 꽃집들이 줄지어 있다. 16일 명일동 주민들은 사고 수사 지연에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정혜영 기자
◆ 책임 떠넘기기 우려 … 원인 명확화·수사 속도 병행돼야전문가들은 원인 규명이 지연될수록 사고 수습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현재 제기된) 여러 원인 가운데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싱크홀 방지 대책 마련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그렇기에 더 신속하고 체계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교수는 "원인이 복합적일수록 사고 발생에 관여한 주체들이 많아지고, 법적 책임 소재가 더 모호해질 수 있다"며 "지난해 연희동 싱크홀 사례처럼 복합 원인을 이유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원인 명확화와 수사 속도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명일동 주민들도 사고 수사 지연에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임모씨(67)는 "이런 식이면 행정에 대한 신뢰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대형 붕괴 사고라면 시민 안전을 위해 빠르고 엄정한 수사가 먼저"라고 했다.꽃집을 운영하는 권모씨(63) 역시 "같은 붕괴 사고인데 수사 속도가 이리 다른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수사 당국이 사고 책임과 원인을 조속히 밝혀야 시민들이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지난 3월 24일 오후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교 인근 사거리에서 대형 싱크홀 사고가 발생했다. 폭 20m, 깊이 18m 규모 땅 꺼짐으로 인해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30대 남성 1명이 사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