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형·지질 '분기 1회 현장조사' 부실 의혹지반침하 우려…환경영향평가법 "조치해야"'변성암에 터널공사' 명일동 싱크홀과 유사"지질 상태 수시로 확인하며 토목공사해야"
-
- ▲ 신안산선 공사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12일 오전 경기 광명시 사고현장에서 소방당국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편집자주] 한국은 1970년대 이후 국가 경제의 급속한 성장에 따라 고속도로·교량·항만 등 다양한 토목공사가 시행돼 왔다. 특히 수도 서울에선 다양한 '지하철 공사'가 활발히 진행 중이지만 이에 수반되는 지질학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쉽게 말해 토목공사를 담당할 '외과의사'는 많은데 정작 공사가 진행되는 땅 속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지형인지를 알고 있는 '내과의사'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변화무쌍한 지질에 맞게 칼과 톱을 대야 우리는 인명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뉴데일리는 인재(人災)가 천재(天災)로 탈바꿈되기 쉬운 싱크홀 사고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싱크홀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과 해외 사례를 집중 조명한다.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 붕괴 사고 발생 6년 전 지반침하를 줄이기 위한 '환경영향평가 현장조사'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이 나왔다. 굴착공사 지점에 대한 지형·지질 현장조사를 '분기별 1회' 주기로 실시하겠다는 방침이 실제론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 ▲ 12일 오전 신안산선 붕괴 사고 현장에서 소방당국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지반 변형 우려에도 … '분기 1회 현장조사' 안했나22일 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신안산선 복선전철 민간투자사업 환경영향평가 본안 보고서(2019)'에는 착공 후 3년까지 사후환경영향조사를 분기별 1회 시행하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지형·지질 항목을 보면 공사 시 지반침하를 위한 저감 방안으로 굴착공사 지역에 대해 ▲일별 터널 굴착 실시 여부와 ▲계측 실시 여부를 현장에서 따져보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하지만 이 보고서가 작성된 시기로부터 4개월 뒤인 그해 7월 환경부는 항목별 검토를 거쳐 환경영향평가 재협의 내용을 발표했다.터널이나 정거장 구간 중 특히 연약지반이나 암질이 불량한 구간은 지반침하 등 문제가 없도록 안전관리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는 경고였다.또 사후환경영향조사는 환경영향평가서 및 협의내용 등에 따라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하며 공사·운영 시 우려 상황이 생기면 신속히 전문가 의견을 들어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담았다. 그럼에도 사후환경영향조사에선 지형·지질 항목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는 기록되지 않았다.환경영향평가법 30조는 사업자나 승인기관의 장은 협의 내용을 통보받았을 때 그 내용을 해당 사업계획에 반영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광명 신안산선 복선전철 민간투자사업의 사업 시행자는 넥스트레인이며 승인권자는 국토교통부다. -
- ▲ 투 아치(2 arch) 터널(이해를 돕기 위한 그림) ⓒ황유정 디자이너
◆ "투 아치 터널, 다른 지반 같은 공법? … 지질 상태 수시로 측정해야"전문가들은 6년 전 광명 신안산선 지반침하를 막기 위한 '분기 1회 현장조사' 계획이 애초에 제대로 시행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비판한다.지난달 24일 발생한 강동구 명일동 싱크홀과 마찬가지로 광명 신안산선도 '변성암 단층 파쇄대에 터널공사가 시행됐다는 점'에서 지질에 맞는 토목공사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발생한 사고라는 지적이다.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신안산선 사고 현장은 단층 파쇄대가 많아 공사하기 까다로운 지역"이라며 "조사·설계·시공 단계에서 이런 특징을 잘 고려할 수 있는 지질 전문가를 충분히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환경영향평가서나 설계상으로 지반 침하 우려는 이미 있었다"며 "신안산선 투 아치 터널의 왼쪽 오른쪽 지반이 다른데도 시공을 할 때 같은 공법으로 공사한 것 같다"고 밝혔다.신안산선은 '투 아치'(2 arch) 공법이 적용된 지하 터널 내부 기둥에서 균열이 생긴 것으로 확인된 상태다. 투 아치 공법은 아치 형태 터널을 뚫은 뒤, 옆에 다른 터널 하나를 더 뚫어 양쪽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조원철 교수는 "시공사와 감리사가 현장에서 지반 변형을 수시로 측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센서를 지하 3m까지만 박으면 실시간으로 지반 변형을 확인할 수 있다"며 "땅 속 측정을 제대로 했느냐 육안으로만 확인했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이에 관련해 현장조사가 면밀히 이행됐는지를 묻기 위해 국토부 측에 수십 차례에 걸쳐 연락을 취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한편 광명 신안산선 붕괴 사고를 수사하는 경기남부경찰청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시공사 1명, 하청업체 1명, 감리사 1명 등 3명을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앞서 지난 11일 오후 3시 10분께 경기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복선전철 제5-2공구에서 포스코이앤씨가 시공 중인 지하터널 공사 현장과 상부 도로가 무너졌다.이 사고로 고립됐던 20대 굴착기 기사 1명은 사고 13시간 만에 무사히 구조됐지만 나머지 작업자 1명은 지하 21m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