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그룹 CEO "관세 25% 넘으면 파장 클 것" … 월가, 트럼프 정책에 우려 쏟아내

미국 금융계 주요 인사들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불안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5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 '밀컨 콘퍼런스 2025'에서 제인 프레이저 시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를 통해 "관세율이 10%라면 흡수하기가 더 쉬울 것"이라며 "(관세율이) 25% 이상이라면 더 큰 실질적 파장(ramification)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정책과 관련해 "현재 연준은 하드 데이터와 소프트 데이터 간 불일치로 인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최종 관세율이 연준 결정을 좌우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프레이저 CEO는 공식 대담에서도 "고객들이 역풍에 대비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지출 계획을 조정하며 관세 정책의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회사 칼라일의 하비 슈워츠 CEO도 무역 전쟁이 글로벌 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올해 초에는 매우 높은 기대와 (투자) 모멘텀이 있었고 모든 것이 성장 지향적이었지만, 관세 정책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사람들은 혼란스러워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불확실성과 관망의 시기"라고 덧붙였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마크 로완 CEO는 관세로 인한 경기 침체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며 "미국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에 금이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일부 인사들은 시장의 혼란 속에서도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칼라일의 슈워츠 CEO는 "위험 프리미엄이 높아졌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말했다.

무바달라 투자회사의 왈리드 알 모카라브 알 무하이리 고위 임원은 "우리는 자본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프린시펄 에셋 매니지먼트의 마이클 구세이 CIO는 "추가 마찰 없이 위기를 넘긴다면 올해 후반부터 성장 재가속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KR 공동 창업자 조지 로버츠는 영국의 유명한 문구  '침착을 유지하며 정진하라'(Stay calm and carry on)를 인용하며 무역 협상은 결국 이뤄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빌 애크먼는 트럼프 대통령을 "협상의 달인(dealmaker)"으로 평가하면서도, 당장 중국에 대한 관세는 180일간 유예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밀컨 콘퍼런스는 미국의 유명한 투자가 마이클 밀컨이 설립한 경제연구소 밀컨 인스티튜트가 1998년부터 개최해온 연례행사로, 올해는 세계 경제 전반에 관세 정책으로 인한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약 5000명이 참석해 전문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