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반일로 정치에너지 끌어 모아문재인은《친중》, 이재명은 아예《종중》이재명 대일 기조 변화 술수에 속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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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 《또인가!? 한국 반일정권 탄생》이란 제목의 대담이 실린 월간『WiLL』6월호 기사 첫 페이지. ⓒ 필자 제공
일본 정·관·언론계의 한국 관련 최대 관심사안은 한국 정권의 대일본정책 기조 변화다. 문재인 정권과 같은 반일정권 재등장 가능성은 그들에겐 아주 예민한 문제다.일본의 월간지『WiLL』은 출판사《왁쿠(ワック)》가 2004년부터 발간하는 우파 성향 잡지다.편집 성향은 아사히신문 등 좌파신문 비판과 중국-북한-한국의 반일 성향 비판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요시다 켄지 《재팬포워드(Japan Forward)》서울특파원은 한국 정치 상황 변화를 주제로 대담을 기획했다. 대담에는 산케이신문의 구보타 루리코 기자와 강용석 변호사가 참여했다. 요시다 기자가 정리한 대담은 6월호에 실렸다. 그는 대담 내용을 번역, 본지에 기고했다.다음은 그가 소개글을 덧붙인 한글판 전문이다. 모든 제목과 본문 내 하이라이팅은 뉴데일리의 편집이다.=========================== -
- ▲ 대담은 지난 4월 2일 일본 도쿄의 『WiLL』 본사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왼쪽은 구보다 루리코 산케이신문 기자. 오른쪽은 강용석 변호사. 대담 진행과 정리는 요시다 켄지《재팬포워드(Japan Forward)》서울 특파원이 맡았다. ⓒ 필자 제공
[필자 주]올해는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그간 양국이 걸어온 역사를 돌이켜보면, 참으로 다사다난했다.필자는 한국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한일 관계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고, 두 나라가 불가분의 우방국으로 거듭나길 늘 소망해왔다.그런 필자에게 2022년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얼어붙었던 한일 관계를 오직 한 사람의 지도력과 결단으로 돌파해냈기 때문이다.물론 일본 정부의 의지도 중요한 변수였지만, 무엇보다 핵심은 한국 측의 변화였다.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한일 관계 정상화에 착수했다.오랜 기간 양국 외교가를 가로막았던 징용공 문제를《제3자 변제안》이라는 현실적 해법으로 풀어냈고, 이후 기시다 총리와 무려 12차례에 걸쳐 정상회담을 가지며 외교·안보·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시켰다.그 결과, 민간 교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됐고, 국민 간 상호 인식도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그러나 지난 4월 4일,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령 사태의 여파로 헌법재판소에 의해 파면되면서,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성과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상이다.그는 일본에 대해 일관된 적대적 입장을 고수해왔고, 윤 정부의 대일 외교를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그가 집권할 경우, 문재인 정부 시절과 마찬가지로 한일 관계가 다시금 파국을 맞을 것이라는 불안이 최근 일본의 정치권과 여론 사이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이에 필자는 현지 분위기를 보다 면밀히 파악하기 위해 4월 초 일본을 찾았다.여러 인사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 가운데, 특히 인상 깊었던 대담이 있다.필자가 진행을 맡은 일본 보수 월간지 『WiLL』 주최의 좌담회로, 한국의 보수 성향 유튜버이자 변호사인 강용석 씨와 일본 산케이신문의 구보타 루리코 기자가 함께 자리했다.대담은 시종 흥미롭게 진행됐다.두 사람 모두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이룬 성과가 반드시 계승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했지만,《12.3 계엄령》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그러나 중요한 것은 의견 일치 여부가 아니었다.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채로도 상대를 존중하며 진솔한 대화를 이어가는 자세와 용기야말로, 앞으로 한일 관계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덕목임을 새삼 느꼈다.아래는 『WiLL』의 허락을 받아 해당 좌담 내용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다.4월 4일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이메일 등을 통한 후속 질의응답을 반영해 일부 내용을 보완하였다.================ -
- ▲ 대담 기사가 실린 월간『WiLL』 6월호 표지. ⓒ
《또인가!? 한국 반일정권의 탄생》■ 12.3 비상계엄령에 대한 평가구보타 :강용석 변호사님께서는 현재 한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하시면서 정치 관련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먼저,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에 대해 만장일치로 파면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신지 여쭙고 싶습니다.강용석 :한마디로, 이번 사태는 한국의 헌법 질서가 무너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물론 법치국가에서는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번 탄핵 심판 과정에는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점이 존재했습니다.우선, 비상계엄령 선포는 대통령의 고도의 통치행위에 해당합니다.따라서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사안에 대해 최대한 자제력을 갖고 철저히 법리에 따라 판단해야 했으나, 정치적 판단을 단행했습니다.헌재는 매우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심리를 진행했습니다.대통령 측에서 요청한 증인이나 증거 채택은 최소화하고 비상계엄령이 발령된 배경과 그 결과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습니다.반면, 국회 측이 주장한 계엄령의 절차적 하자와 신빙성 없는 증언에 집중한 결과, 만장일치 파면이라는 매우 편파적인 판결이 내려진 것입니다.저를 포함한 많은 법조인들은 이번 결정이 매우 위험한 판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구보타 :저는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우선, 판결을 듣고 마음이 놓였습니다.만약 기각이나 각하가 됐다면, 한국은 더 큰 혼란에 빠졌을 것이라 우려했습니다.2022년 5월 윤석열 정권 출범 후, 저는 그의 외교안보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왔습니다.하지만 이번 비상계엄령은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고 생각합니다.헌법재판소는 이번 판결에서 5가지 주요 쟁점을 꼽았습니다.비상계엄령의 목적과 절차적 타당성, 포고령의 적법성, 계엄군 투입 목적, 주요 정치인 체포 지시, 그리고 선거관리위원회에 군을 파견한 목적입니다.헌재는 이 모든 점에서 헌법에 명백히 위배된다고 판단했으며, 저는 이 판결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백번 양보해 윤 대통령의 변해, 즉 이번 계엄령 선포가《야당의 폭거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경고였다》는 주장을 이해한다고 해도, 군 투입을 정당화하기는 어렵습니다.강용석 :한국에서도 그렇게 평가하는 분들이 계십니다.다만, 12.3 계엄령 당시 인명피해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고, 재산적 피해도 기껏해야 국회 유리창 몇 개가 깨진 정도에 불과했습니다.비상계엄령 선포는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며, 그 집행 과정에서도 심각한 위헌성이나 위법성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과거 사례를 살펴봐도, 박정희 대통령의 5.16 군사정변(1961년)에는 3만 명 이상의 병력이 동원되었고, 전두환 대통령의 5.17 비상조치(1980년)에는 2만 명 이상의 군인이 동원되었습니다.이에 비해 12.3 계엄령에서는 군 투입이 매우 제한적이었고, 국회 및 선관위에 배치된 병력은 500여 명에 불과했습니다.당시 국회 내에는 1,000명이 넘는 국회의원과 관계자들이 있었는데, 고작 수백 명 규모의 병력을 투입해 이들을 제압하고 국회를 무력화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오히려 이는 질서 유지를 위한 조치이자, 상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구보타 :현행 대한민국 헌법은 1987년 개헌을 통해 성립된 제6공화국 체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이때 계엄령에 관한 제도도 민주화되어,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구조가 포함되었습니다.이번 계엄령에서는 약 280명의 군인이 국회에 파견됐고, 국회는 이에 계엄령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러한 움직임을 막으려 했고, 이는 명백한 위헌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위기구보타 :최근 미국을 비롯한 여타 국가에서 민주주의 체제가 붕괴 위기에 처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습니다.이들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것은 사회의 분열과 양극화입니다.일정한 분열은 민주주의가 견딜 수 있지만, 그것이 극단화되면 제도가 제기능을 못하게 됩니다.분열이 심화되면, 선거로 뽑힌 지도자가 오히려 민주주의를 파괴할 위험도 존재합니다.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미국에서는 대법원 판사들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사법부의 균형이 무너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한국에서도 문재인 정부 시절, 좌파 성향의 대법원장이 내린 징용공 배상 판결로 인해 일한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본래 사법부는 정치로부터 독립해야 하는데, 그 원칙이 흔들리고 있습니다.더 중요한 것은 선거 자체에 대한 회의론입니다.트럼프 지지자들 중에는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믿는 사람들이 일정 부분 존재하며, 트럼프의 패배 역시 음모에 의한 부정의 결과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습니다.이러한 경향은 한국의 보수 성향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한국의 탄핵 사태를 돌이켜보면, 이 세 가지 요소가 모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강용석 :지금의 한국 상황은 국내 좌우 대립에 국한되지 않고,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특히 이번 탄핵 사태에 중국 공산당이 깊히 개입했다는 사실은 미국의 지식인들도 인식하고 있는 부분입니다.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되었을 때, 그를 찾아온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맷 슐랩과 친윤파로 분류되는 스티브 배넌 등은 현재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수호세력과 이에 반대하는 세력 간의 대립 속에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지난 2월, 미국에서 열린《CPAC(보수정치활동협의회)》에서도 많은 미국 지식인들이 이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그중에는 고든 창 변호사처럼 중국이 한국의 선거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따라서 이번 계엄사태와 탄핵정국은 단순한 국내 정치적 대립에 그치지 않고, 미중 패권 경쟁의 영향을 받으며 진행되고 있는《체제 전쟁》의 한 국면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재명의 정체구보타 :한국 정치는 이미 6월 3일로 예정된 조기 대선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최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죠?강용석 :네, 그렇습니다.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구보타 :일본의 많은 한반도 전문가들 역시 현재로서는 이재명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최근 이 후보의 행보를 보면, 빠르게 정치적 스탠스를 바꾸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예를 들어, 2024년 말에는 일본 대사를 만나 한일 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고, 한-미-일 3국 협력에 이견이 없다는 발언도 했습니다.이는 명백히 차기 정권 탈환을 위해 중도층, 즉 중도파의 지지를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으로 보입니다.강용석 :말씀하신 대로입니다.이 후보의 지지율은 아직 35% 안팎에 머물고 있고, 이대로는 과반수를 넘기기 어렵습니다.그렇기 때문에 더 넓은 층에게 어필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구보타 :한 가지 우려스러운 건 일본의 보수 지식인들과 정계 일각에서《사실 이재명은 생각보다 현실적인 정치인이고 반일은 정치적 수단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그러나 실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이재명 씨는 어린 시절 극심한 가난을 경험하며 성장한 인물로, 그 과정에서 한국의 기득권을 친일파로 규정한 배경이 있습니다.일본에 대한 깊은 원한과 반일적 민족주의를 정치적 에너지로 전환해 온 인물입니다.이를 모르고 그가 친일로 돌아섰다고 보는 것은 매우 피상적인 해석입니다.강용석 :전적으로 동의합니다.이재명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인입니다. 반일, 반미적인 사상도 물론 우려스러운 부분이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그의 친중적인 행보입니다.문재인 정권이《친중 정권》이었다면, 이재명 정권에서는 이를 훨씬 뛰어넘는《종중 정권》, 즉 중국에 완전히 종속된 정권이 탄생할 수도 있습니다.구보타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트럼프 정권 입장에서는 매우 곤란한 상황이겠군요.만약 이재명 정권이 들어서면 한미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도 있을까요?강용석 :현재 한국과 미국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한국의 주한미군 기지는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중요한 지정학적 요충지로, 베이징, 톈진, 상하이 등 중국의 주요 도시들이 한국에서 발사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사거리 내에 위치하고 있어 전략적 억지력의 최전선을 형성하고 있습니다.특히 평택에 위치한 주한미군 최대 규모의 기지인《캠프 험프리스》는 지역 유사시 대응할 수 있는 미국의 중요한 군사적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만약 이재명 정권이 들어서게 되면, 이러한 전략 자산이 사실상 중국의 영향력 아래 놓일 위험이 있습니다.예컨대, 중국 공산당과 연계된 투자자나 국영 기업들이 군사시설 주변의 토지나 부동산을 취득하는 것을 묵인하거나 용인하게 되면, 그 결과로 중국의 이른바《조용한 침공》이 진행될 우려가 있습니다.또한, 이재명 정권이 탄생하면, 한국을 국방 및 에너지 분야의 중요한 파트너로 여기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우수한 조선 기술과 소형 모듈 원자로(SMR) 개발 능력에 주목하고 있으며, 특히 윤석열 정부에서 진전된 한미 국방 및 원자력 협력은 미래 지향적인 협력으로 평가되었습니다.그러나 이재명과 민주당의 뿌리 깊은 반원자력 사상과 친중적 태도는 한미 관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입니다.구보타 :지금의 상황을 미국만큼이나 우려하는 나라는 일본일지도 모릅니다.그동안 일한 관계 개선을 주도해 온 것은 한국의 보수 정권이었습니다.다만 이번 윤 대통령 탄핵으로 한국 보수 세력은 깊은 타격을 입었고, 분열과 약화를 겪고 있습니다.회복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 봅니다.저는 윤 대통령의 파면에는 찬성하지만, 그의 외교 및 안보 성과는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특히 2023년 일-한-미 캠프 데이비드 합의와 대북 핵억지력 강화를 이룬 한미 워싱턴선언은 윤 대통령의 리더십과 추진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이재명 씨와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대일 외교를《매국 외교 / 굴욕 외교》라고 주구장창 비난해 왔습니다.만약 그런 인물이 대통령에 취임한다면, 일한 관계를 악화시켜 온 징용공 문제를 비롯한 여타 역사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습니다.이를테면, 윤 정권 시절 발표된《제3자 변제안 : 한국 정부 산하 재단이 제3자가 되어 일본 기업의 배상금 상당액을 원고에게 지급하는 합의》이 뒤집어질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국 국민의 변화강용석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체제에서 구축된 한일 관계는 역대 가장 양호하다는 평가가 많고, 김대중-오부치 시절보다 더 깊어졌다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올해로 한국은 해방 79주년을 맞이했습니다.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35년에 불과했음에도, 그 두 배가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한국 내 좌파 세력은 여전히《반일》을 정치적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특히 이재명 후보는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 문제를《제2의 태평양전쟁》에 비유하는 등, 일본에 대한 강한 적대감을 드러내는 발언을 지속해 왔습니다.그러나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이어진 반일 정책을 거치면서, 한국 국민들의 의식에도 큰 변화가 나타났습니다.이제 반일 감정이 외교나 정치의 유효한 카드로 작동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노 재팬》구호 역시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실제로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 여행객은 연간 약 900만 명에 달하며, 일본을 찾는 한국인뿐 아니라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 관광객도 약 300만 명에 이르는 등, 양국 간 민간 교류는 활발히 이어지고 있습니다.구보타 :그렇게 된다면 정말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올해는 일한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입니다.다만 일한 외교에서 여전히 우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바로 일본 측에서 자주 지적하는 이른바《골포스트 이동》 현상입니다.이는 한국에 대한 신뢰 구축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습니다.예를 들어, 프랑스와 독일의 관계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선진국에서는 역사 문제가 정치의 통제 아래 놓이며,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외교적 쟁점으로 삼지 않는 것이 공통된 인식입니다.그러나 일한 관계는 수교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 문제가 재차 불거져, 그동안 쌓아온 성과가 수포로 돌아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애초에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역사 이슈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1991년입니다.그로부터 3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역사를 둘러싼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그러나 이러한《역사 논쟁》이 격화되는 와중에도 민간 교류는 오히려 꾸준히 확대되었습니다.앞서 강 변호사님께서 언급하셨듯이, 2025년 일한 양국을 오가는 민간인의 수는 약 1,4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이 수치만 보더라도, 양국 국민들 사이에서는 신뢰와 관심이 점차 굳건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결국 문제의 본질은 역사 문제 그 자체라기보다는, 이를 반복적으로 정치화하는 구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강용석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일제강점기에 대한 평가에서 한국 보수와 좌파는 크게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예를 들어, 『반일 종족주의』를 집필한 이영훈 교수와 김용삼 기자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위안부 강제연행설이나 조선인 강제동원설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저 역시 이러한 견해에 대체로 동의하는 입장으로, 그동안 두 분을 비롯한 보수 성향의 지식인들과 학자들을 제 유튜브 채널에 초대하여 대담을 진행해 왔습니다.한국의 식민지 시대에 대한 역사 인식은 오랫동안 교육, 언론, 그리고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문화 콘텐츠를 통해 형성되어 왔습니다.그러나 최근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러한 인식에 변화의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일본을 한 번이라도 방문한 사람이라면, 일본에 대해 적대적인 감정을 지속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합니다.또한, 최근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가 저서 『제국의 위안부』를 둘러싼 명예훼손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사건은, 이러한 인식 변화의 중요한 상징적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이러한 변화 속에서, 과거처럼 반일 감정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는 접근법은 점차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특히 현재와 같은 시점에서, 한국 내 반중 정서가 고조되고 한미일 3국 간 안보 협력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구보타 :일한 관계의 긍정적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수 정권의 지속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그러나 한국 보수 진영의 분열은 우려되는 대목입니다.2025년 3월 중순, 취재차 서울을 방문했을 때 보수 진영의 분열 양상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우선 눈에 띈 것은 이른바《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그룹이었습니다.이들은 광화문과 헌법재판소 앞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부정선거 의혹을 강하게 지지하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종북·반국가 세력》이라고 비판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반면, 2030 젊은 보수층은 《태극기 부대》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인기 학원 강사를 중심으로 한《세이브 코리아》집회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이에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보수 그룹도 존재합니다.이들은 이념적으로는 전통적 보수에 속하지만,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조치를《민주주의 파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을 필두로 한 논객들은 탄핵소추안에 찬성했던 국민의힘의 한동훈 전 대표를 높이 평가하며, TV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이들은 윤 씨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동시에 한국 민주주의의 본질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셋째로,《침묵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는 중간층이 존재합니다.이들 중에는 지식인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며, 계엄령 조치에 대해 비상식적이라고 인식하면서도 윤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판단하고 있습니다.이들은 이재명 차기 정권에 대해 경계심을 품고 있으며, 보수 진영의 재건과 존속을 바라는 한편, 섣불리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상황을 신중하게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이러한 분열이 지속된다면, 보수 진영이 단결하지 못하고 2017년 5월처럼 좌파에게 정권을 쉽게 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증대되고 있습니다.강용석 :보수 진영의 분열은 분명 존재하지만, 구보타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당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5%대까지 떨어졌고, 여당 내에서는 탈당자가 속출하는 등 내부적으로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하지만 이번에는 전혀 다른 양상입니다.우선 이번 탄핵 국면을 촉발한 장본인이라 할 수 있는 한동훈은 당시 여당 대표로서 탄핵에 가담한 경력이 있어, 보수쪽에서는 그를《배신자》로 엄격히 바라보고 있습니다.따라서 그가 보수 진영의 대통령 후보가 될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으로 예상됩니다.현재 한국에서는 이른바《윤 어게인》바람이 불고 있습니다.탄핵이라는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대 중반을 유지했었습니다.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보수 지지층의 약 30%가《적절한 대통령 후보가 없다》고 답했는데, 이는 윤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결국, 윤 대통령의 정책을 누가 계승하느냐가 차기 보수 후보를 둘러싼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될 것입니다======================== -
- ▲ 요시다 켄지《재팬포워드(Japan Forward)》서울 특파원 ⓒ 필자 제공
[편집자 주]위 대담울 번역한 필자는 일본《산케이신문(産經新聞)》산하 유력 영자지인《재팬포워드(Japan Forward)》의 서울특파원이다.22년부터 한국 관련 뉴스를 영어로 보도하는 그는 한국어문 구사에도 아주 능하다.미국 윌리엄&메리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The Diplomat, Asia Times 등 영자지는 물론 일본의 주간《신쵸》월간《하나다》에도 활발한 기고활동을 하고 있디.본지에 "일본인 기자의 양심고백, 외신기자인 나도《계몽》되었다 …《한국 법치주의 붕괴》우려한다"를 기고, 주목을 받았다.이글은 원로언론인둘의 모임인 사단법인《대한언론인회》에서 발행하는 신문《대한언론인회보》에도 다시 실릴만큼 화제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