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단대 연구, 샴페인·화이트 와인도 심정지 예방 가능성 제시가디언 "심장 보호 효과 통계적 확인…인과관계는 추가 연구 필요"
  • ▲ 마트에 진열된 샴페인.ⓒ연합뉴스.
    ▲ 마트에 진열된 샴페인.ⓒ연합뉴스.
    "샴페인 한 잔이 심장을 지켜줄 수 있다?"

    영국 가디언은 29일(현지시간), 샴페인과 화이트 와인 소비가 심정지(SCA, Sudden Cardiac Arrest)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이 연구는 중국 푸단대 연구팀이 주도하고, 캐나다 심장학 저널(Canadian Journal of Cardiology)에 발표된 것으로, 심정지와 비임상 요인 간 연관성을 포괄적으로 분석한 세계 최초의 엑스포좀(Exposome) 기반 연구다.

    엑스포좀 기반 연구는 개인이 일생 동안 겪는 모든 환경적·사회적 요인(음식, 운동, 소득, 심리 상태 등)과 건강 사이의 연관성을 포괄적으로 분석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다. 특정 요인을 미리 정하지 않고,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병과 연관된 요인을 폭넓게 찾아내는 데 강점이 있다.

    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50만명 이상의 데이터를 14년간 추적 관찰했으며, 그 결과 심정지를 경험한 3147명의 사례를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진은 생활습관, 사회경제적 환경, 심리 상태 등 56가지 비의료적 위험 요인을 추출했고, 이 중 샴페인과 화이트 와인 섭취가 독립적인 심장 보호 인자로 통계적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연구는 기존에 심장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과일 섭취, 긍정적 감정 유지, 체중 조절, 혈압 관리, 교육 수준 향상 등과 함께 화이트 와인과 샴페인의 적정 음용도 보호 효과를 가진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이는 그간 심장 보호 효과가 있다고 여겨졌던 레드 와인 중심의 통념을 흔드는 결과이기도 하다.

    공동 연구자인 천런제 푸단대 교수는 "심정지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요인 중 최대 63%가 수정 가능하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우리는 기존보다 훨씬 다양한 생활환경 요소가 심장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소개한 가디언은 이와 관련해 "샴페인과 화이트 와인이 갖는 심장 보호 효과는 기존 의학계가 가졌던 시각에 의문을 던지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또한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의 니콜라스 그루빅 교수는 관련 사설에서 "적당한 음주의 건강 효과는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한 양상을 보일 수 있다"며, "레드 와인만이 유익하다는 단순한 구분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과를 음주의 권장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영국 심장재단(British Heart Foundation)은 SCA 예방을 위해 금연, 절주, 건강한 식습관, 꾸준한 운동 등을 강조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인과 관계를 완전히 규명한 것이 아닌, 통계적 연관성을 도출한 것"이라고 선을 그으며, 향후 샴페인·화이트 와인 내 성분이 어떤 생리적 기전으로 작용하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