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간 이어진 산불, 경남·경북·울산 등 남부 전역 피해발화 대부분 실화 … 예초기·용접·성묘 중 불씨 튀어 확산법정선 실형 선고 드물어 … 징역형은 전체의 5% 불과민사 책임도 실효성 낮아 … "책임 구조 손봐야"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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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 지역을 휩쓴 대형 산불이 149시간만에 완전히 진압된 지난 28일 오후 안동시 일대 숲이 불에 타 검게 변해 있다. ⓒ(경북 안동=서성진 기자)
경남과 경북·울산 일대 3곳에서 각각 발생한 대형 산불이 지난 30일을 기준으로 완전히 진화됐다. 불이 난 지 213시간 만이다. 산림당국은 지난 30일 "오후 1시를 기준으로 산청과 하동 지역의 모든 주불이 꺼졌다"고 밝혔다. 이로써 영남권을 휩쓸었던 세 곳의 대형 산불이 모두 꺼졌다.산불은 열흘 동안 남부 전역 약 4만8000헥타르를 태우고 30명의 사망자를 냈다. 하지만 실화자로 지목된 이들 대부분은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경우 실형 선고는 드문 실정이다.이번 산불로 인한 피해는 역대급이다. 지난달 21일부터 30일까지 이어진 산불로 30명이 숨지고, 주택 3800여 채를 포함해 6652개 시설이 피해를 입었다. 피해 면적은 약 4만8000여 헥타르, 서울시 면적의 8배에 이른다. 정부는 역대 최악의 산불 피해로 기록된 경남·경북 등 11개 지역 산불에 대한 전방위적인 복구 작업에 착수했다. -
- ▲ 산림청과 소방당국이 경북 지역을 휩쓴 대형 산불을 진압중인 가운데 지난 28일 경북 안동시 일직면 일대에 건물이 불에 타 전소돼 있다. ⓒ(경북 의성=서성진 기자)
◆'서울 8배' 불탔다 … 경남·경북 휩쓴 초대형 산불 전모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일 오전 9시 기준으로 현재까지 사망 30명, 중상 9명, 경상 36명 등 총 75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경북이 59명으로 가장 많고, 경남 14명, 울산 2명 순이다.사유재산 피해도 전소된 주택만 3589채에 이른다. 임시 대피소 120곳에는 1894세대 3309명이 몸을 피했다. 보물 2건을 포함한 국가지정문화재 11건과 시도 지정문화재 19건이 훼손되는 등 농업시설·사찰·문화재도 대거 불탔다.가장 먼저 경남 산청과 하동을 휩쓴 산불은 지난 3월 21일 오후 3시 28분경, 경남 산청에서 처음 발생했다. 불길은 강풍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며 23일에는 하동군 옥종면으로, 25일에는 진주시 수곡면까지 번졌다. 진주에서 발생한 산불은 불이 난 지 약 2시간 만인 오후 6시 15분께 주불이 잡혔지만, 산청과 하동 지역은 강풍에 불씨가 날리는 '비화(飛火)' 현상이 발생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26일에는 불길이 산청 시천면 구곡산 능선을 넘어 지리산국립공원 일부까지 번졌다.지리산 일대는 경사도 40도에 이르는 험준한 지형에다 초속 10~20m에 달하는 강풍이 겹치며 진화작업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산불은 총 1858헥타르의 산림을 태운 뒤 3월 30일 오후 1시를 기준으로 주불 진화가 완료됐다.경북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은 3월 22일 오전 11시 25분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의 한 야산에서 처음 시작됐다. 같은 날 119에는 오후 1시 57분 금성면 청로리, 오후 2시 46분 안계면 용기리 등지에서 산불이 발생했다는 추가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불길은 강풍을 타고 경북 북동권인 안동, 청송, 영양, 영덕까지 빠르게 번졌고 총 4만5157헥타르의 산림을 태운 끝에 3월 28일 오후 5시경 주불이 진화됐다.울산 울주군에서도 산불이 잇따랐다. 지난 3월 22일 낮 12시 12분께 온양읍 대운산 일대에서 산불이 시작됐고, 이틀 뒤인 25일 오전 11시 55분께는 언양읍 화장산에서도 불이 났다. 화장산 산불은 약 하루 동안 63헥타르의 산림을 태운 뒤 26일 오전 8시 10분께 꺼졌고, 대운산 산불은 931헥타르를 태우며 5일 만인 27일 오후 8시 40분께 진화됐다. -
- ▲ 경북 북부지역 산불이 재발화한 지난 29일 오전 경북 안동시 고하리 인근에서 산불이 재발화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경북 의성=서성진 기자)
◆예초기·성묘·용접 … 대부분 '실화' 추정경남 산청 산불을 두고 경남경찰청은 산청군 산림 특별사법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아 발화 당시 현장에 있던 70대 A씨 등 4명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지난 21일 오후 산불이 시작된 지점에서 예초기로 작업하던 중 불이 났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번 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등과 함께 합동 감식을 벌여 화재 원인을 정밀 조사를 마친 뒤 입건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경북 산불 발화자로 지목된 50대 남성 B씨는 지난 30일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에 불구속 입건됐다. 그는 조부모 묘소를 정리하던 중 일대에 불이 나게 한 혐의를 받는다. B씨의 딸은 119 신고 당시 "(증조부) 산소가 다 탔다. 아버지와 함께 왔다"고 말했고, 출동한 경찰에게 조사를 받으면서는 "(봉분에 있는) 나무를 꺾다가 안 되어서 라이터로 태우려다가 바람에 불씨가 나서 산불이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울산 울주군에서 발생한 두 건의 대형 산불에 대해서는 울주경찰서가 울주군 특별사법경찰관으로부터 사건을 의뢰받아 원인을 조사 중이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등 7개 기관과 함께 합동 감식을 벌여 집중 분석한 뒤 대운산 산불 용의자로 추정되는 60대 남성에 대한 대면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대운산 화재는 농막에서 용접 작업을 하던 발생한 화재가 원인으로 추정된다. 화장산 산불 용의자는 아직까지 특정되지 않은 상태다. -
- ▲ 경북 북부지역 산불이 재발화한 지난 29일 오전 경북 안동시 산불 현장에 소방헬기가 투입되고 있다. ⓒ(경북 의성=서성진 기자)
◆반복되는 산불 … 징역형은 '5%' 불과전국 규모의 산불이 대규모 피해를 불러오면서 실화에 따른 처벌 수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실에 의한 산불에도 형사 책임이 가능한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산림보호법상 부주의로 불을 내 산림에 피해를 준 경우라도 최고 징역 3년 또는 벌금 3000만원까지 처벌이 가능하다. 피해가 크다면 형법상 과실치사·과실치상, 민법상 손해배상 책임도 함께 적용될 수 있다.다만 실제로는 실화로 기소된 이들이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4년간 검거된 산불 가해자 817명 중 집행유예를 포함한 징역형은 43건, 전체의 5% 수준에 불과하다. 대부분 벌금형(19.8%)이나 기소유예, 또는 혐의없음·내사종결로 처리됐다.실제 사례를 보면 2017년 강릉 옥계에서 담뱃불로 산불을 낸 주민 2명은 각각 징역 6개월과 징역 1년에 집행유계 2년을 선고받았다. 2023년 경남 하동에서 불씨 남은 재를 뿌려 133헥타르를 태운 남성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불을 낼 의도가 명백히 확인되면 처벌은 무거워진다. 산림보호법 제53조에 따르면 타인의 산림에 불을 지른 경우에는 5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자기 산림일 경우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또 산림 또는 산림 경계 100m 이내 지역에서 불을 피우거나 화기를 반입한 경우에는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처벌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발생한 산불 279건 중 가해자가 검거된 경우는 93건에 그쳤고, 올해 1~3월에는 징역형 선고가 단 한 건도 없었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울산 봉대산 일대에서 37번 산불을 내 임야 4만8465헥타르를 태운 실화자는 대법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손해배상금 4억2000만원이 부과됐다.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실수라도 산불을 내면 책임은 따르지만 초범은 실형까지 가는 경우가 드물다"고 했다. 그는 "국가가 민사상 배상을 청구하는 사례는 늘고 있지만, 피해 규모에 비해 실화자의 자력이 부족해 실효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