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싱크홀 또 언제 터질지 모른다" 불안감상인들 "마음 편히 장사할 수 있겠나" 분통대명초 학생 "부모님이 등하교할 때 조심하래요"현장엔 희생자 추모 꽃다발 … 복구 작업은 '아직'
  • ▲ 27일 오후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교 사거리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 사고 현장에서 반경 100m 근처에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다. ⓒ정혜영 기자
    ▲ 27일 오후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교 사거리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 사고 현장에서 반경 100m 근처에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다. ⓒ정혜영 기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싱크홀 지뢰밭'에 사는 심정입니다"

    싱크홀 사고 발생 나흘째인 27일 오후 1시께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교 사거리. 그날의 '악몽'을 기억하는 인근의 한 꽃집 주인이 불안감을 토로하며 한 말이다.

    사고 현장에서 불과 300m 거리에 위치한 이곳에서 꽃집을 운영한 지 10년이 넘었다는 60대 김모씨는 "싱크홀이 또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을 졸이고 있었다. 그는 "누가 겁나서 여기를 오겠냐"며 "경찰 말고는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이곳에선 경찰과 기자들 외엔 행인을 찾기 어려웠다.
  • ▲ 27일 오후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교 사거리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 사고 현장에 경찰차 여러 대가 배치돼 있다. ⓒ정혜영 기자
    ▲ 27일 오후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교 사거리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 사고 현장에 경찰차 여러 대가 배치돼 있다. ⓒ정혜영 기자
    ◆ 주민들 "싱크홀 발생 전부터 땅에 금이 가 있었다"

    싱크홀 바로 앞에 있는 주유소를 운영하는 상인은 "우리는 전부터 구청에 계속 민원을 넣어 왔다"며 "땅에 금이 가 있어서 구청이 현장 진단을 하고 돌아간 지 몇 시간 만에 이렇게 대형 싱크홀이 생길 줄 예상했겠냐"고 하소연했다.

    사고 지점 부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60대 후반 장모씨는 "땅을 다 파헤쳐 볼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10년 전에도 여기 근처에서 싱크홀이 발생했는데 또다시 생기니까 마음 편히 장사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꽃집을 운영하는 60대 초반 박모씨는 "작년에 9호선 지하철 연장 공사가 시작된 뒤부터 가게 앞에 크고 작은 구멍이 생겼다"며 "지금은 손님들이 안 와 장사도 안 된다"고 전했다.

    대명초교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던 한 초등학생은 "부모님이 등하교할 때 조심하라고 신신당부 했다"며 "살면서 싱크홀이라는 걸 처음 봐서 무섭다"고 했다. 

    싱크홀 인근에는 대명초, 한영외고, 한영중·고등학교 총 4곳의 학교가 위치해 있었다. 이들 학교는 사고 발생 다음날인 지난 25일 하루 휴교한 뒤 정상 등교를 재개됐다.
  • ▲ 27일 오후 싱크홀 사고 현장에 희생자 추모 꽃다발이 놓여 있다. ⓒ정혜영 기자
    ▲ 27일 오후 싱크홀 사고 현장에 희생자 추모 꽃다발이 놓여 있다. ⓒ정혜영 기자
    ◆ 현장엔 추모 꽃다발 '덩그러니' … 복구 작업은 '제자리걸음'

    싱크홀 발생 현장은 반경 100m 주변으로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었다. 일반 시민 출입이 금지된 폴리스 라인 너머로는 경찰과 소방 등 관계자들이 싱크홀 부근을 살피며 현장 조사 중이었다. 

    사고 현장 근처에는 희생자 추모 꽃다발이 놓여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꽃다발 속 포스트잇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손글씨가 적혀 있었다. 

    앞서 싱크홀 사고로 30대 오토바이 운전자가 매몰돼 17시간 만에 사망자로 발견됐다. 함몰 직전 현장을 통과한 자동차 운전자 1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차선 4개 크기의 싱크홀 복구 작업은 본격적으로 착수되지 않은 상태였다. 교통을 통제하던 한 관계자는 "아직 싱크홀은 그대로"라며 "땅을 메우기 위한 흙더미는 준비됐지만 복구 작업이 시작되진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경찰 여러 명과 신호수, 서울경찰청 소속 아동안전지킴이가 곳곳에 배치돼 시민 안전을 관리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강동구청 관계자는 "강동구청에서 오늘부터 이틀간 점검을 진행 중"이라며 "지하에서 3D나 2D로 이상 여부 등을 탐색해 정확한 원인 파악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곳 지반이 원래 약했는지 묻는 기자의 말에 "그 부분은 아직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 24일 오후 6시 29분께 강동구 대명초교 인근 사거리에서는 지름 20m, 깊이 18m가량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싱크홀 원인과 함께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 과정에서 건설사 등의 위법 사항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입건 전 조사(내사)에 들어갔다. 사고 현장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오토바이 운전자의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도 검토 중이다.
  • ▲ 강동구의회 관계자들이 27일 오후 서울 강동구 명일동 싱크홀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정혜영 기자
    ▲ 강동구의회 관계자들이 27일 오후 서울 강동구 명일동 싱크홀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정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