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적 요건 갖추지 못한 탄핵소추안…내란죄 빼고 재의결 거치지 않아"헌재가 권유했다" '짬짜미' 의혹까지일사부재 원칙 어기고 증언조작 통해 탄핵…절차적 흠결전문가들 "비상계엄만으론 파면할 정도로 위법성 크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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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국무총리(한덕수) 탄핵소추안 투표를 마친뒤 항의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뒤로 미소 지으며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을 놓고 헌법재판관 8인의 숙고가 길어지는 가운데 인용·기각을 다투기보다는 탄핵심판 자체를 각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회의 탄핵소추 자체가 헌법상 소추 요건에 맞는지, 국회 의결 절차가 적법했는지 등 법적·절차적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탄핵심판 자체가 불성립한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유수의 헌법학자들과 전문가들 역시 국회의 탄핵 소추 과정 자체에 심각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윤 대통령 탄핵 소추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과 한계를 짚어봤다.
◆실체적 요건 갖추지 못한 탄핵소추…헌재-국회의 '짬짜미' 의혹까지
사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본격적인 헌재의 탄핵심판 심리가 시작되기도 전에 '내란죄'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불붙었다. 특히 국회가 대통령 탄핵의 주된 사유로 제시한 '내란죄'를 헌재 탄핵심판에서 제외하려 한 것이 발단이 됐다.
올 1월 13일 열린 헌재의 대통령 탄핵심판 두 번째 변론 준비 기일에 정형식 헌법재판관이 "계엄과 관련한 일련의 행위가 내란죄, 형법상의 범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철회한다는 그런 취지인가"라고 묻자 국회 측 대리인인 김진한 변호사가 "사실상 철회한다"고 밝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심지어 당시 국회 측은 "그것(내란죄 철회)이 재판부께서 저희에게 권유하신 바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을 두고 헌재가 사전에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국회와 '짬짜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에 국회 측은 "헌법 위반 여부만으로도 탄핵 인용이 가능한 만큼 내란죄에 대한 형사적 유무죄 판단을 구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 측은 "내란죄 철회는 중대한 (탄핵 사유) 변경이므로 각하 사유에 해당한다"고 반발했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탄핵소추 핵심인 '내란죄'를 빼고 심판하려면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다시 의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탄핵소추 핵심 쟁점이 바뀌는 만큼 소추 작업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실체적 요건과 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춰야 적법한 탄핵소추로서 헌재에서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거대 야당은 지난해 12월 14일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내란죄를 범한 것을 실체적 요건으로 주장해 국회의원 3분의 2 의결을 얻었는데 탄핵소추의 핵심 쟁점인 내란죄를 빼 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셈이다.
초대 헌법재판연구원 원장을 지낸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국회 측에서 탄핵소추안 중 내란죄를 철회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헌재가 수용해 '사기 탄핵'을 용인했다"며 "내란죄 철회를 위해서는 국회의 재의결이 요구되기 때문에 심판 대상의 동일성이 파괴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 ▲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국민대회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되고 있다.ⓒ이종현 기자
게다가 절차적 요건에서도 흠결을 보였다. 계엄선포 나흘 뒤인 지난해 12월 7일 윤 대통령 1차 탄핵소추안은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투표 불성립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핵 투표 직전 집단 퇴장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의원 중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 3명만이 투표에 참여했다.
그러자 일주일 뒤인 12월 14일 재차 표결을 진행했다. 2차 표결에선 재석 300표 중 찬성 204표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이 과정에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등의 증언이 쏟아지고 급기야 여당인 국민의힘 당대표까지 체포하려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결국 '탄핵 반대' 단일대오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첫 번째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3명에다 조경태·김재섭·진종오·한지아 의원 등 7명이 찬성 행렬에 가세했다. 기권과 무효표까지 더하면 국민의힘에서 12명 의원이 이탈하면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가결됐다.
국회법은 92조에서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 다시 발의하거나 제출할 수 없다'며 '일사부재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거대 야당은 회기를 바꿔 탄핵안을 의결했다. 윤 대통령 측이 "일차 부결된 탄핵소추를 재차 의결한 것은 헌법위반"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심지어 탄핵소추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고 국힘 의원들을 돌아서게 만든 홍장원·곽종근의 증언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일부 조작되고 민주당에 의해 회유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절차적 요건에도 흠결을 보인 것이다.
◆비상계엄은 헌법에서 정한 통치행위…"파면할 정도로 위법성 크지 않아"내란죄를 뺀 뒤 헌재 탄핵심판에 중요한 쟁점은 '비상계엄 선포' 자체의 위헌·위법성 논란이다. 국회는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헌법과 계엄법을 위반한 위헌·위법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계엄 발동 요건인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아님에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점에서다.
비상계엄은 국가비상사태로 볼 만한 어떠한 징후도 찾아볼 수 없을뿐더러 '병력'을 동원해야 할 상황도 아니었다는 점에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비상계엄의 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상계엄은 그 자체로 불법이 아니라 헌법에서 정한 대통령의 통치행위이다. 대통령의 고도의 기밀정보와 통치적 판단에 따라 비상계엄이 이뤄진 것이라면 사법심사 될 수 없다는 의미다.
다만 헌법은 국회에게 비상계엄의 해제 요구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 결과 비상계엄 몇 시간만에 비상계엄이 해제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어떤 불법적인 요소가 없었기 때문에 탄핵소추의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게 헌법학자들의 의견이다.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의 핵심은 국헌 문란과 계엄법 위반이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당일 열린 국무회의는 회의 시간이 5분에 그쳤고, 회의록도 작성되지 않아 일정 부분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면서 "다만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로 위법성이 중대하진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호선 국민대 법대 학장이자 전 한국헌법학회 부회장은 "헌재가 각하 없이 본안 판단을 내리겠다면 비상계엄 자체의 위헌성 여부뿐 아니라 비상계엄 선포 배경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면서 "'파면할 정도의 위헌·위법이 있었느냐'는 문제는 그 기준이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지목한 야당의 입법 권한 남용, 선관위 서버의 부정 개입 가능성 등도 헌재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