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 벗어난 파격적인 음악세계MZ세대의 정서적 해방구로 주목
  • 파격적인 음악세계의 싱어송라이터 '카코포니(Cacophony, 본명 김민경)'가 신곡 싱글 'Don’t Tell My Papa'와 'Snowman'으로 거듭 변신 중이다.

    계속되는 카코포니의 실험적 음악 정신이 우울하고 불안한 MZ세대들에게 정서적 해방구를 제시할 전망.

    전작 앨범들에서 어둠, 상처, 아픔을 처절하게 노래하던 카코포니가 이번에는 친구들과 즐겁게 놀며, 대화를 나누듯 편안한 창법과 알기 쉬운 코드의 '이지리스닝' 스타일로 변화를 줬다.

    카코포니는 2018년 데뷔 해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장씩 3장의 정규앨범과 EP앨범, 프로젝트 엘범 등을 냈으나, 이번에는 처음으로 디지털 싱글 2장을 발표했다.

    카코포니의 뜻은 '불협화음'이다. 전작 앨범의 수록곡들을 보면, 세상과의 불협화음이 곳곳에서 느껴지고, 음악 자체도 '정형'을 벗어난 부분이 많다.

    카코포니는 요즘 핫한 빌리 아일리시 스타일이나 인디 포크(Indie Folk) 또는 프리 포크(Free Folk)로 볼 수도 있지만, 그를 어느 특정한 음악 장르로 분류하는 것은 무리라는 평가다.

    카코포니는 이번 2곡의 싱글에 대해 "무겁고 몽환적이었던 전작과 달리, 일상적인 감정을 가볍고 쉽게 접근해 보자는 생각으로 첫 싱글 작업을 시도해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둘러 표현했지만 결국 자신만의 독창적 실험 정신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는 것으로 들린다.

    전반적인 곡 분위기는 밝고 재미있지만, '끝내지 못한 말 지금 해도 될까' '아빠 난 선을 넘고 말거야' '다섯 살 때의 끔찍한 기억' '내 마음속에 피어나는 곰팡이' 같은 가사를 보면, 뭔가 지금은 꾹 눌러 참고 있지만 언젠가는 터지고 말 것 같은 '은폐된 감정'이 느껴진다.

    카코포니는 아직 대중들에게 폭넓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평단과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선 주목할 만한 아티스트로 평가받고 있다. 이적과 선우정아 등 음악성 깊은 뮤지션들도 카코포니의 음악에 찬사를 전한 바 있다. 2019년과 2023년 한국대중음악상 팝 음반에 노미네이트됐고, 2021 스포티파이 힙스터 인디 커버아티스트로 선정됐다.

    카코포니는 노래만 하는 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고. 카코포니는 작사·작곡은 물론, 음악프로듀서, 뮤지컬 연출가, 영상 감독 등 다양한 역할을 감당하며 여러 차례의 쇼케이스 무대를 통해 상상을 초월하는 안무와 연출을 선보이고 있다. 폴댄스와 미디어아트를 결합한 그의 공연도 충격적이다.

    고교시절 전교 1등에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할 정도로 학업 성적이 우수했던 카코포니는 외교관 시험 공부를 하다 뮤지션으로 전향한 케이스다. 재기발랄한 무대에서의 모습과는 달리, 일상 속 카코포니는 너무나 차분하고 내성적이라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카코포니의 소속사 비크는 "홀로 계신 아버지를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찾아뵐 만큼 다정한 딸"이라며 "하지만 놀랍게도 아버지는 자신의 딸이 '카코포니'라는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다. 신곡 제목이 'Don’t Tell My Papa'인 것과도 묘하게 연결되는 대목"이라고 소개했다.

    카코포니가 음악을 하게 된 것은 어릴 때부터 남모르게 고민해 오던 세상과 자신과의 '괴리 '때문이었다고. 특히 2018년 암투병을 하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의 충격과 공허함이 모든 세상적 성과와 계획을 포기하고, 예술가의 길로 접어들게 된 계기가 됐다.

    대학시절 스쿨밴드에서 활동했고 전문가에게 미디 작업을 배운 것 말고는, 정식으로 전문적인 음악을 공부한 적이 없다는 점도 놀랍다. 그저 마음속 깊이 숨어 있는 생에 대한 에너지와 의지를 무대 위에서 거짓 없이 표현할 뿐이라는 카코포니.

    2023년 3집 앨범 'DIPUC(디퓩)'에서는 여성의 육체가 더 이상 부드럽고 연약한 것만은 아님을 강조하며, 앨범 속지에 자신의 전라 뒷모습 이미지를 노출하기도 했다.

    [사진 제공 = 비크 / 에이엠지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