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저 인근 '최전방 GP' 한남초엔 은은한 긴장감트럼프 최측근 슐랩의 尹대통령 면담에 기대감"트럼프가 韓 부정선거 언급하면 전황 바뀔 것"이대녀 "온라인 여론전에 강한 '이대남'들 덕분""한남대로 지나는 사람들, 탄반집회에 적극 호응"
  • ▲ 대통령 관저가 있는 서울 한남동의 10일 밤, 한남초교 인근 인도에는 혹한에도 밤샘 노숙을 위해 1인 텐트를 친 시민들, 핫팩과 은박담요로 무장한 시민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조문정 기자
    ▲ 대통령 관저가 있는 서울 한남동의 10일 밤, 한남초교 인근 인도에는 혹한에도 밤샘 노숙을 위해 1인 텐트를 친 시민들, 핫팩과 은박담요로 무장한 시민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조문정 기자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떨어진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린 국제루터교회 앞은 흡사 대학 축제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였다. 반면에 일명 '최전방 감시초소'(GP)로 불리는 한남초등학교 인근에는 은근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통령에 대한 불법적인 체포 영장을 집행하려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그리고 관저 침투를 공언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한남초교 운동장과 뒷산을 통해 대통령 관저로 침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남초교 인근 인도에는 혹한에도 밤샘 노숙을 위해 1인 텐트를 친 시민들, 핫팩과 은박담요로 무장하고 밤샘 노숙을 준비하는 시민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이들은 '이 추위에 괜찮겠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핫팩에 은박담요로 무장하니 전혀 춥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대통령 관저로 직행하는 길목이자 '최고 요충지'로 꼽히는 볼보빌딩 앞을 좌파 시민단체인 '촛불행동'이 차지한 채 '윤석열 즉각 체포 촉구 집회'를 벌이고 있으니 혹한에도 절대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50대 남성은 "햇수로 10년째 투쟁 중인데, 청년들이 오프라인 집회에 이렇게 많이 나오는 걸 보고 눈물이 난다"면서 "부정선거를 척결해야 민주당의 입법독재, 예산독재, 줄탄핵을 막을 수 있고 자유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 ▲ 10일 밤 한남초교 인근 인도에는 혹한에도 밤샘 노숙을 위해 1인 텐트를 친 시민들, 핫팩과 은박담요로 무장한 시민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조문정 기자
    ▲ 10일 밤 한남초교 인근 인도에는 혹한에도 밤샘 노숙을 위해 1인 텐트를 친 시민들, 핫팩과 은박담요로 무장한 시민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조문정 기자
    ◆ 트럼프 최측근의 尹면담에 기대감 고조 … "전황 바뀔 것"

    한남초교 앞 시민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인 맷 슐랩 미국 보수주의연합(ACU) 공동의장이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윤 대통령에게 요청해 면담한 사실, 그리고 "15일에 세상이, 전 세계가 뒤집어진다. 진실이 이긴다. 전 세계가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이 예비돼 있다"는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의 페이스북 글에 고무된 상태였다.

    집회 참여를 위해 퇴근 직후 부산에서 바로 올라왔다는 40대 남성 최모 씨는 "트럼프가 한국의 부정선거에 대해 한마디만 해도 전황(戰況)이 바뀔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결집할 수 있는 건 우파 인터넷 커뮤니티의 영향이 크다. 만약 이재명(민주당 대표)이 대통령이 되면 이상한 법을 만들어 우파 인터넷 커뮤니티를 폐쇄할 것이다. 그러면 국민들은 자유민주주의를 누리지 못하게 된다"며 "핫팩으로 무장해 추운 줄도 모르겠다. 밤샘 노숙을 해서라도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 ▲ 10일 밤 한남초교 인근 인도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20대 여성이 집회 참여자들에게 방한용품을 나눠주고 있다. ⓒ조문정 기자
    ▲ 10일 밤 한남초교 인근 인도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20대 여성이 집회 참여자들에게 방한용품을 나눠주고 있다. ⓒ조문정 기자
    ◆ 20대 여성 "탄핵 반대 열기, 온라인 여론전에 강한 '이대남' 덕분"

    이번 탄핵 반대 집회에서 주목을 끈 '이대남'(20대 남성)들은 탄핵 정국의 '온오프라인 최전방 GP'에서 '화력'을 발휘하며 불법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온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한남초 GP'에서 집회 참여자들에게 방한용품을 나눠주고 있던 20대 여성은 '탄핵 반대 열기가 고조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온라인 여론전에 강한 20대 남성들 덕분"이라고 답했다.

    그는 "그동안 우파는 온라인 여론전에 약했다. 20대 남성들이 온라인 여론전에 많이 도와주니 기존 보수층, 집회에 참여하는 아스팔트층이 더 강하게 결집할 수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세대 간에 화합을 이루고 있으니 대통령 변호인단이 헌법재판소에서 잘 방어한다면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정 세력의 온라인 선동으로 MZ세대의 남녀 갈등이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불식되는 순간이었다. 집회 기간에 두 차례 연사로 나섰다는 그를 본 일부 시민들은 "연설 멋졌다" "팬이다" "사진 한 장 찍어도 되느냐"며 사진을 찍어가기도 했다.
  • ▲ 10일 밤 한남초교 인근에서 2030 MZ 남녀들이 떡을 나눠 먹으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조문정 기자
    ▲ 10일 밤 한남초교 인근에서 2030 MZ 남녀들이 떡을 나눠 먹으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조문정 기자
    한 70대 여성이 일명 '한남초 GP'를 지키고 있던 '이대남' 세 명에게 "기특하다"며 격려하는 모습, 자원봉사 하던 30대 여성이 이들에게 떡을 나눠주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서울 도봉구에서 왔다는 이 '이대남'들은 대통령 지지율과 상관없이 윤 대통령의 계엄은 정당하고 탄핵은 부당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그중 한 청년은 "탄핵에 대한 내 생각을 조심스레 밝혔더니 친구들도 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한 명 한 명씩 점점 돌아섰고 오프라인 집회에도 나오고 있다"면서 일행인 다른 청년을 가리키며 "이 친구도 원래 정치에 관심이 없었는데 이렇게 집회에 나왔다. 제 주변만 해도 이런데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고 말했다.
  • ▲ 시민단체 부정선거방지대가 10일 밤 한남초교 인근에서 탄핵 반대 집회 참여자들을 위해 컵라면과 따뜻한 음료를 제공하고 있다. 집회에 참여한 한 남성이 제공받은 컵라면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문정 기자
    ▲ 시민단체 부정선거방지대가 10일 밤 한남초교 인근에서 탄핵 반대 집회 참여자들을 위해 컵라면과 따뜻한 음료를 제공하고 있다. 집회에 참여한 한 남성이 제공받은 컵라면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문정 기자
    ◆ 40대 학원장 "제자들이 유튜브와 SNS로 진실 깨달아"

    '한남초교 GP'에서 만난 4050 세대는 이번 탄핵 정국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는 분위기가 다르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우파 시민들이 종중·종북 좌파 전체주의 세력에 대해 '승기'를 잡았다고 평가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40대 남성 박모 씨는 "박 대통령 탄핵 때 길거리 집회에 나왔는데 너무 힘들었다. 지금처럼 영향력 있는 유튜버도 많지 않았고, 이미 내 주변은 우파들조차도 다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며 "현재 여론이 탄핵 반대쪽으로 많이 돌아섰다는 것에 대해 큰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우파 투쟁은 굉장히 외로운 싸움이다. 어르신들이 '난 오래 살아서 이제 겁날 것도 없다'면서 힘을 주셔서 더 힘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학원은 사교육 기관이기에 제자들에게 정치적인 발언을 하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제자들이 현 정국에 대해 질문하며 관심을 가진다"며 "주요 언론이 좌파들에게 다 장악당한 상태에서 유튜브와 SNS를 보고 진실을 깨닫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 ▲ 10일 밤 한남초교 인근에서 50대 남성 김학술 씨가 경광봉과 태극기, '스탑 더 스틸'(Stop The Steal, 부정선거 멈춰라) 피켓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문정 기자
    ▲ 10일 밤 한남초교 인근에서 50대 남성 김학술 씨가 경광봉과 태극기, '스탑 더 스틸'(Stop The Steal, 부정선거 멈춰라) 피켓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문정 기자
    ◆ "한남대로 오가는 사람들, 탄핵반대 집회에 적극 호응 … 박근혜 때와 달라"

    한남초교 인근 인도에서 경광봉과 태극기, '스탑 더 스틸'(Stop The Steal, 부정선거 멈춰라) 피켓을 들고 있던 50대 남성 김학술 씨는 민심이 급변하고 있다는 걸 체감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남대로를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태극기와 피켓을 흔들면 많은 사람들이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며 호응해 준다. 초창기 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며 "박 전 대통령은 죄가 없었지만 좌파들의 '언론 플레이'로 인해 탄핵당했다. 그러나 이제는 아스팔트 세력들 때문에 좌파들이 마음대로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파 방송패널들의 무지함과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의 '웰빙' 속성에 대한 강한 질타도 이어졌다. 그는 "TV에 우파 패널이랍시고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대통령의 진정성을 전혀 모르니 한심하다. 우파 패널이라면서 '대통령이 법대로 빨리 조사받으면 아스팔트 집회에 나오는 분들이 이렇게 고생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이 버티는 바람에 고생한다'고 말한다. 가당키나 한 말인가.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민의힘을 응원했지만 이번 기회로 국민의힘은 애국정당이 아니라는 걸 께닫게 됐다. 앞으로의 투표 기준은 애국심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