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원전 수출·협력 약정… '원전동맹' 구축웨스팅하우스, 체코원전 본계약도 문제 제기 않기로한수원 상대 소송전 지휘한 '악연' 프래그먼 CEO도 사임
  • ▲ 체코 두코바니에 있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의 냉각탑. 110927 AP/뉴시스. ⓒ뉴시스
    ▲ 체코 두코바니에 있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의 냉각탑. 110927 AP/뉴시스. ⓒ뉴시스
    우리나라와 미국이 원자력발전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은 가운데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주축으로 한 팀코리아의 체코 신규 원전 수주에 걸림돌이던 미국 원자력기업 웨스팅하우스가 체코원전 본계약과 관련해 향후 문제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면서 청신호가 켜졌다.

    10일 원전 업계 등에 따르면 3월 예정된 한수원과 체코원전 발주처인 체코전력공사(CEZ)의 원전 건설사업 본계약 건에 대해 웨스팅하우스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

    향후 원전 수출시 지역에 따라 우리나라와 웨스팅하우스가 역할을 분담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부간 '원전동맹'을 강조한 원자력 수출·협력 약정(MOU)이 최종 체결됨에 따라 양사간 지식재산권 협상도 곧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 알스톰 출신의 패트릭 프래그먼(Patrick Fragman) 웨스팅하우스 CEO가 사임한다. 한수원과의 지재권 협상이 마무리 단계로 들어가는 상황에서 한국과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온 프래그먼 CEO가 물러나게 되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이 함께 세계 원전 시장을 공동 진출하는 상황에서 과거 한국에 대해 '악담'에 가까운 언론플레이를 하고, 무리한 요구를 이어온 프래그먼 CEO를 그대로 두기에는 대주주인 브룩필드와 카메코 등이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웨스팅하우스는 체코 원전건설사업 수주에 뛰어들었다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정에서 한수원과 프랑스전력공사(EDF)에 밀려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이후 체코 반독점당국에 한수원과의 계약은 '자사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사업추진에 발목을 잡아 왔다. '한수원의 원전 기술은 원래 자신들의 것이니 계약하면 안 된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체코 정부는 웨스팅하우스와 EDF가 낸 이의신청을 기각하면서 우리 기업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원천 기술' 소유권을 둘러싼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와의 악연은 2022년부터 이어져 왔다.

    웨스팅하우스는 2022년 한수원의 독자적인 원전 수출을 막기 위해 미국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소송을 주도한 것 역시 프래그먼 CEO다.

    웨스팅하우스는 한국형 원전이 미국 원자력에너지법에 따른 수출 통제 대상인 웨스팅하우스 기술을 활용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 정부 허가 없이 수출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민간기업인 웨스팅하우스가 소송 주체가 될 수 없다며 각하했다.

    이후 웨스팅하우스 측은 미국 연방법원의 판결은 수출통제 집행 권한이 미국 정부에 있다고 판결한 것에 불과하다며 2023년 10월 항소했다.

    이번 웨스팅하우스와의 분쟁 해결은 한·미 양국의 굳건한 '원전동맹'이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웨스팅하우스가 민간자본으로 설립된 원전업체라고는 하지만, 정부정책의 영향을 받는 원전산업의 특성상 미국 정부의 중재안 등을 받아들였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미 양국은 8일 '한·미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간 약정'을 체결하면서 원전동맹을 더 공고히 했다.

    그간 산업부와 외교부는 미국 에너지부, 국무부와 양국 민간 원자력 협력 확대를 위한 협의를 이어오면서 '한·미 원전 동맹(팀 코러스, KOR+US)'을 강조해 왔다. 지난해 11월 양국은 약정에 가서명한 바 있으며 이번 MOU로 이를 최종 확정한 것이다.

    이번 MOU에서 양국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촉진하는 것은 물론, 최고 수준의 비확산과 원자력 안전, 안전조치·핵 안보 기준을 유지한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또 3국으로의 민간 원자력 기술에 대한 수출통제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체코원전 수주 관련 최종 협상 결과는 3월 중 발표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