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30cm 교구 … 직접적인 주의 의무 위반 아냐"
-
태권도장에서 초등학생이 '중심잡기 훈련'을 하던 중 넘어져 팔꿈치가 부러졌더라도 지도하던 관장에게 업무상 과실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6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태권도 관장 A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법에 돌려보냈다.태권도 원장 A씨는 2020년 10일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을 대상으로 31cm 높이의 원탑 교구 위에 올라가 중심을 잡는 훈련을 실시했다.B군은 훈련 중 원탑에서 뒤로 넘어졌고 3개월간의 치료가 요하는 좌측 상완골 원위부 골절 등의 상해를 입게 됐다.A씨는 사고 방지를 위해 충분한 주의사항을 설명하지 않았으며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았다는 혐의(업무상과실치상)로 재판에 넘겨졌다.업무상과실치상죄는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타인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 성립된다.1심 재판부는 "구체적인 위반 내용도 없이 막연히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고인이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재판부는 피고인이 ▲충격을 흡수하는 매트를 설치한 점 ▲훈련할 때마다 학생들에게 준비운동을 시킨 점 ▲'훈련 중 장난치면 안 된다'는 안전 교육을 반복했다는 점 ▲원탑 기구 사용설명서에 주변에 다른 안전장치를 설치하도록 돼 있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2심 재판부는 사건을 달리 봤다.재판부는 "바닥에 떨어질 경우 부상이 예상됨에도 시범이나 연습이 없었다"며 A씨가 주의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있다고 보고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하지만 재판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대법원은 ▲원탑의 높이가 31㎝로 떨어진다고 해서 골절상이 발생할 위험이 일반적으로 없다는 점 ▲A씨 학원에서 같은 훈련을 하다가 골절 사고가 발생했던 사례가 없는 점 등을 근거로 댔다.대법원은 "A씨에게 사고를 방지해야 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 의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건을 무죄 취지로 2심 재판부에 파기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