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F, 8월 평양서 품새 명칭 변경안 논의'적대적 두 국가론' 연장선으로 분석
  • ▲ 국제태권도연맹(ITF) 북한 시범단의 모습. ⓒ뉴시스
    ▲ 국제태권도연맹(ITF) 북한 시범단의 모습. ⓒ뉴시스
    지난해 말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언하고, 통일이나 민족 관련 표현을 지워가고 있는 북한이 이번에는 태권도에서도 통일 지우기 작업에 나섰다.

    1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국제태권도연맹(ITF)은 지난 8월 평양에서 열린 집행이사회에서 품새 '통일'의 이름을 변경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ITF는 북한이 주도해 온 단체로,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한국 주관의 세계태권도연맹(WT)과는 다른 단체다. 태권도의 창시자로 알려진 최홍희 총재가 한국 정부와의 갈등으로 캐나다에 망명한 뒤 북한과 교류를 통해 발전한 조직이다.

    RFA가 ITF 홍보대사 마이클 코맥으로부터 입수한 공문에 따르면, ITF는 품새 '통일'의 이름을 최홍희 초대 총재의 필명인 '창훈'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논의했고, 내년 10월 이탈리아 예솔로에서 열리는 ITF 총회에서 이를 확정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ITF는 관련 공문에서 "명칭 변경은 최 총재의 가족의 제안"이라며 "젊은 세대가 기술에만 치중해 최 총재의 정신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코맥 홍보대사는 "통일 품새는 5단과 6단이 돼야 배울 수 있는 고급 품새다. ITF 구성원이라면 최 총재가 누군지 모두 알고 있다"며 "최 총재의 가족이 원했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100%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최 총재의 아내 한춘희 여사에게 직접 확인한 결과 ITF의 설명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품새 명칭 변경 추진은 북한 주도 오스트리아 비엔나 주재 ITF가 주도하는 것으로, 코맥 홍보대사는 최 총재의 사망 후 갈라진 ITF의 다른 분파 소속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이런 행보는 지난해 말 김정은의 '두 국가론' 선언 이후 진행된 '통일 지우기' 정책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지난 4월 '애국가'라는 명칭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로 바꿔 표기하고, 기존의 '삼천리 아름다운 내 조국' 가사를 '이 세상 아름다운 내 조국'으로 변경해 한반도 전역을 의미하는 '삼천리' 표현을 삭제했다.

    이 밖에도 평양 지하철 '통일역'의 명칭을 '모란봉역'으로 변경하고, '조국 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을 철거하는 등 노골적인 남북 단절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