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선고 이후 與 차기권력 투쟁 가속될 수도尹·韓 화합 분위기, 게시판 논란으로 균열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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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당정과 계파 사이에 팽팽했던 긴장감을 완화했지만, 당 안팎에서는 여권의 '해빙기'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심 선고 결과를 기점으로 여권의 차기 권력 투쟁이 가시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14일 국민의힘의 친한(친한동훈)계로 꼽히는 조경태 의원은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대통령실이 바뀌고 변화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거기에 대해 많은 지적을 하겠지만, 아직 대통령실에서 바뀌겠다, 변화하겠다고 했기에 그때까지 시간을 어느 정도 고려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했다.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한동훈 대표가 많이 달라졌다"며 "당정일체를 강조하고, 얼마 전 대통령 국정담화에 대해 상당히 높게 평가하면서 '당정은 운명공동체'라는 얘기가 나오는 등 상당히 부드러워졌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전했다.한 대표가 윤 대통령이 특별감찰관 임명 등 자신의 쇄신안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간주, 그간 내부로 향한 총구를 야권에 돌리면서 당내 계파 갈등은 일단락됐다는 평가다.이런 당정 상황에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자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총공세를 펼치는 등 당력을 집중했다.한 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을 향해 "당선 무효형이 나오면 434억 원(대선 보조금)을 토해내야 하고, 다수당인 민주당이 붕괴할 것이라는 일종의 자해 마케팅으로 판사 겁박하고 국민 선동을 하고 있다"며 "(대입 논술고사 날만이라도) 판사 겁박 무력시위를 취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회의에서 "지난 주말 민노총 불법 시위대의 폭력으로 경찰 105명이 부상했지만 민주당과 이 대표는 도리어 우리 경찰을 80년대 백골단에 비유하며 폭력 경찰이라고 비난했다"며 "(이 대표의) 1심 선고 가까워질수록 이 대표와 민주당의 선동도 극에 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하지만 당정에 불어든 훈풍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미지수라는 게 당 안팎의 관측이다.미래 권력으로 주목받는 한 대표 입장에서 당정 지지율의 동반 하락세가 이어지거나 정부 임기가 후반으로 갈수록 '차별화 전략'을 앞당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한 대표는 지난 11일 윤석열 정부의 전반기 국정 성과 보고와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정권을 재창출하고 무도한 정권의 출현을 막을 수 있는지는 후반전을 어떻게 해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차기 권력에 대한 의지를 드러냄과 동시에 언제든지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이와 관련,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지금 이 대표의 1심 선고를 코앞에 두고 있고 당정이 민생 이외에 눈길을 돌릴 데가 있겠느냐"면서도 "당정이 틀어져서는 안 되지만, 당 소속 의원들도 선택의 시간이 더 빨리 다가올 수도 있겠다는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이어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 대표뿐 아니라 차기 주자로 불릴 만한 사람들의 이름이 벌써부터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며 "차기 권력 싸움이 생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나아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보이는 계파 갈등은 시일 내 다시 분화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원 게시판 사건이 단순 비방에 그치지 않고 형사 고발로도 번지며 논란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한 대표와 한 대표 가족의 명의로 윤 대통령 부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다수의 게시글은 진위 여부를 둘러싸고 계파 갈등으로 격화하고 있다.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서 "그냥 소홀히 취급할 문제가 아니다. 정상적인 댓글이라고 한다면 그 표현을 한 사람이 해명하면 될 것"이라며 당무 감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반면, 친한계 핵심 인사인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BBS 라디오 '함인경의 아침저널'에서 "한 대표 가족이 바보 멍텅구리가 아닌 이상 그런 것을 했겠나, 그냥 웃음만 나온다"며 "간만에 윤·한 갈등이 봉합되고 해빙 무드가 조성돼서 당정이 일체가 돼 이 대표 판결 등 전선을 그쪽으로 형성해서 집중을 해야 될 때 자꾸만 이 이슈를 뇌피셜 수준으로 불리고 떠들고 확산하는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 윤·한 해빙 무드가 불편한 사람들 같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