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이 임명한 공정위, '회장 연임 자격' 심사문체부 조치로 '난관' ‥ 공정위가 '암초'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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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했으나, 역시나였다. 이기흥(69) 대한체육회장이 임명한 인사들로 구성된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위원장 김병철, 이하 '공정위')가 이 회장의 3번째 임기 도전 신청을 승인했다.
- ▲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서성진 기자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회관 13층 대회의실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대한체육회 및 산하 경기단체 임원의 연임 제한 예외 인정을 심의한 공정위는 과반수 출석에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이 회장의 연임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내년 1월 14일 열리는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됐다.
이날 전체회의는 이 회장의 선거 출마 자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회의였으나, 공식적인 결과 발표도 없이 당사자에게 개별 통보만 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회의 시작을 앞두고 대한체육회 노동조합 소속 노조원들이 대회의실 앞에서 '공정한 심사'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으나, 공정위는 '비공개 원칙'을 굽히지 않았다.
2019년부터 공정위를 이끌고 있는 김병철 위원장은 2017년부터 2년간 이 회장의 특별보좌역으로 활동했던 최측근 인사다. 김 위원장은 이번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회장과 함께 정몽규 대한축구협장으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은 의혹이 드러나기도 했다. 나머지 공정위원들도 이 회장이 임명한 인사들이다. 이번 공정위 심사가 '셀프 심의'에 '밀실 행정'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대한체육회와 각 회원단체들의 정관을 보면 임원은 1회에 한해 임기를 연임할 수 있고, 대한체육회 공정위의 심의를 거쳐 임기를 더 연장할 수 있다. 공정위가 해당 임원의 재정 기여와, 주요 국제대회 성적, 단체 평가 등을 정량적으로 평가해 연임 제한에 예외를 둘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와 관련,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 이하 문체부)는 지난 9월 "현 공정위가 체육회장이 임명한 인사들로 구성돼 있어, 체육회장이 자신의 임기를 연장하기 위해 공정위에 심의를 신청할 경우, 본인이 임명한 위원들에게 본인의 연임 제한 허용 심의를 맡기는 불공정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며 체육단체 임원들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현행 제도의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문체부는 공정위의 임기 연장 심의 기준도 체육회 정관에 위반된다는 판단이다.
정관이 정량 지표를 규정하고 있는데 '정성 평가'의 비중이 50%에 달하고, 심사 지표의 약 70%가 정관과 무관하거나 관련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또한 허용과 불인정을 구분하는 심사 통과 점수가 존재하지 않아, 사실상 '자의적인 심사'가 가능하다는 게 문체부의 해석이다.
문체부는 지난 11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 회장의 △직원 부정 채용 △물품 후원요구(금품 등 수수) △후원 물품의 사적 사용 혐의에 대해 수사기관이 신속한 수사를 할 것을 촉구하며 이 회장의 직무를 정지했다.
이에 이 회장은 12일 오전 서울행정법원에 문체부의 직무 정지 통보에 대한 취소 소송과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현재 세계올림픽도시연합(WUOC) 스포츠 서밋 참석 차 스위스에 체류 중인 이 회장은 오는 14일 귀국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