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성착취물 사건 올해만 총 513건…10대 범죄 가장 높아경찰, 내년 3월까지 특별 집중단속 실시…유관기관 협동도 강화텔레그램 비협조로 수사 난항…전문가들 "매개체 제재보다 행동자 처벌해야"
  • ▲ '딥페이크 성범죄영상물, 어떻게 근절할 것인가' 긴급 토론회가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열리고 있다.ⓒ이종현 기자
    ▲ '딥페이크 성범죄영상물, 어떻게 근절할 것인가' 긴급 토론회가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열리고 있다.ⓒ이종현 기자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성범죄가 무차별적으로 확산하고 있지만 정부 당국의 관리 감독과 수사는 좀처럼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모양새다.

    딥페이크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된 텔레그램(Telegram)의 폐쇄성 탓에 수사가 쉽지 않은 데다 수사망에 걸린다고 하더라도 현행법상 법망을 피해갈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급기야 온라인상에서는 "텔레그램은 절대 수사에 협조 안 하니 불안해 할 필요 없다", "신원 파악도 제대로 못할텐데 대화방에서 뭘 했는지 어떻게 수사하겠느냐"라는 등 사정 당국을 향한 조롱 섞인 비난마저 잇따르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딥페이크 범죄의 확산세를 막기 위해선 처벌 강화 등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와 입법기관의 조속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 경찰이 수사 중인 딥페이크 성착취물 사건은 총 513건이다. 올해 7월 말 기준 297건에서 40일 만에 72.7% 급증한 수치다. 

    최근 3년 전만 해도 2021년 156건, 2022년 160건, 2023년 180건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상반기만에 2~3배가량 급증한 것이다. 이대로라면 올해 연간 700건에 육박해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또 올해 딥페이크 성범죄로 검거된 피의자는 318명이다. 연령별로는 10대가 251명으로 전체의 78.9%를 차지했다. 10대 피의자 중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은 63명에 달했다. 이밖에 20대 57명(17.9%), 30대 9명(2.8%), 40대 1명(0.3%)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악화하자 경찰은 내년 3월 31일까지 7개월 간 특별 단속을 전개하고 유관 기관들과의 적극적인 협력에 나섰다.

    하지만 딥페이크 수사가 유의미한 결과를 거둘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우선 과거 유사 사건과 마찬가지로 '텔레그램의 협조'가 발목을 잡는 양상이다. 텔레그램은 '보안성'을 명목으로 각 국가 수사 기관에 대해 이용자의 정보 제공을 거부해왔다.   

    실제 지난 2020년 경찰은 이른바 'N번방' 수사를 위해 그해 2월부터 8월까지 총 7차례에 걸쳐 텔레그램에 수사협조 메일을 보냈으나 한 차례도 답을 받지 못했다. 현재 '페이스북'과 'X' 등은 경찰청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범죄 관련 정보를 요청받을 경우 수사 기관에 제공하고 있지만 텔레그램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또 미비한 처벌 기준도 문제로 지적된다. 범죄 혐의를 특정하더라도 처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불법 합성물을 제작하고 소지해도 '반포 등을 할 목적'이 없다면 적발하더라도 처벌이 불가능하다. 즉 '유포'를 목적으로 사진이나 영상물을 만든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다. 불법 촬영물과 다르게 불법 합성물은 단순 시청·제작·소지하는 행위에 대해선 처벌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 단순히 딥페이크 불법 합성물이 공유되는 방에 참여했다는 사실 만으로 처벌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현행법상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일 경우에는 불법 합성 영상물이 공유된 방에 참여하고 있었던 사실 만으로 아동청소년보호법(아청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지만 피해자가 성인일 경우에는 처벌이 어려워진다. 

    만약 피의자가 '불법 영상물의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인지 몰랐다'고 주장한다면 수사 기관으로서는 이를 입증하기 어려워진다. 

    일선서 사이버범죄수사대 출신의 한 경찰 간부는 "텔레그램의 폐쇄성 탓에 증거를 잡기도, 또 잡는다고 하더라도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운 케이스가 많다"고 토로했다. 

    다만 "텔레그램 협조가 주요하지만 (협조가 없더라도)수사가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앞서 N번방 사건 때도 텔레그램 측으로부터 협조를 못 받았지만 주범과 일당을 잡았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전문가들은 딥페이크 성범죄 처벌 확대를 위한 현행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변호사는 "그동안 딥페이크 성범죄는 법망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며 "현행법상으로는 대화방에 참여한 것이 분명하거나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이었어도 처벌을 피해갈 여지가 농후하다"며 "대화방에 참여한 것 만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강력하고 확장된 처벌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양형 기준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2020년 12월 확정한 양형 기준에 따르면 딥페이크 성 착취물 제작과 반포 시 기본 6개월에서 최대 1년 6개월까지 선고하게 돼 있다. 영리 목적 반포의 경우도 최대 4년에 불과한 수준이다. 반면 불법 촬영물 등 실제 성 착취물 반포의 경우 기본 1년에서 2년 6개월, 영리 목적 반포의 경우 최대 8년까지 처벌할 수 있다.

    한 전문가는 "딥페이크 영상물 삭제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라며 "빠른 입법적 조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