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 2년 9개월 만에 70달러 선 하회WTI도 장중 5% 하락…지난해 5월 이후 최저OPEC, 中 경기 둔화에 원유 수요 전망 하향 조정월가에서는 내년 유가 60달러까지 급락 가능성도
  • ▲ 석유 시추. ⓒ연합뉴스
    ▲ 석유 시추. ⓒ연합뉴스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원유 수요 감소 전망에 10일(현지시각) 국제유가가 급락했다.

    국제유가의 글로벌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2년여 만에 배럴당 70달러 밑으로 하락했다.

    미·중 경기 침체 우려가 맞물리면서 지난주 10%가량 급락한 데 이어 70달러 선까지 붕괴하면서 내년 유가가 60달러까지 급락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ICE 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69.19달러로, 전장 대비 3.69% 하락했다.

    브렌트유 선물가격이 배럴당 70달러 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21년 12월 이후 2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종가는 배럴당 65.75달러로, 전장 대비 4.31% 급락했다. WTI 가격은 장중 한때 5% 넘는 낙폭을 기록하는 등 지난해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로 글로벌 원유 수요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가를 끌어내린 주된 요인이 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이날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서 중국의 성장 둔화 전망 등을 반영, 올해 세계 석유 수요 증가분 전망치를 하루 211만배럴에서 203만배럴로 하향 조정했다. 또 내년 수요 증가분 전망 역시 하루 178만배럴에서 174만배럴로 낮췄다.

    중국의 올해 원유 수요는 하루 70만배럴 증가에서 65만배럴 증가로 하향됐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청정에너지 전환 움직임이 원유 수요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OPEC은 지적했다.

    OPEC은 "중국 경제 성장은 여전히 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부동산부문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액화천연가스(LNG) 트럭·전기자동차 증가로 디젤과 가솔린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날 보고서에서 석유 공급 우려로 이달 중 브렌트유 현물가격이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지만, 시장의 수요 둔화 우려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EIA는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1억310만배럴로, 종전 전망대비 20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세계 석유 공급량은 하루 1억220만배럴로, 종전 전망대비 2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래피단에너지그룹의 클레이 시겔 전략가는 "올해 선진국 경제에서 석유 수요 증가가 거의 없었던 데다 중국 정부의 부양책이 건설부문의 회복을 이끌지 못했다"며 "이는 중국의 디젤유 수요를 줄어들게 한 주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월가에서는 미·중 경기 하강 우려로 인한 원유 수요 둔화 전망과 산유국 과잉공급을 이유로 최근 국제유가 전망치를 속속 낮춰잡고 있다.

    전날 모건스탠리는 브렌트유가 4분기 배럴당 평균 75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에도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85달러에서 80달러로 낮춰잡았으나 이번에 추가로 하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 외에도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이 유가 전망을 하향했다. 씨티그룹은 현재 원유 시장이 과잉공급 상태에 놓여 있으며 OPEC+가 추가 감산에 나서지 않으면 2025년 원유 가격이 배럴당 60달러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놨다.

    BOK금융증권의 데니스 키슬러 트레이딩 담당 수석 부사장은 "중국 수요 둔화가 유가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이라며 "많은 트레이더들은 이제 아시아 수요 감소가 장기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고 여기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