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오세훈 서울시장 빗물터널 7곳 만들겠다 발표박원순 시장 취임후 1곳 빼고 백지화…착공 늦어져 피해1단계 강남역·광화문·도림천 일대 우선 착공…2028년 12월 완공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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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장마철 양상이 짧은 기간에 게릴라성 물폭탄이 떨어지는 '도깨비 장마'로 바뀌면서 강남을 비롯한 서울 상습 침수지역을 중심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얼마전 '도깨비 장마' 직격탄을 맞은 중부지방에는 평년보다 단기간에 더 많은 비가 쏟아져 피해사고가 잇따랐다.
이런 상황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지성 집중호우 대비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심도 빗물터널'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대심도 빗물터널은 지하 40∼50m에 설치하는 일종의 '초대형 물탱크'로, 도시의 상습 침수지역에 설치해 도로 등의 침수나 하천 범람을 막는 시설이기 때문이다.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의 빗물터널 추진계획은 오세훈 시장이 두 번째 임기를 맞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7월 집중호우로 주택 1만4000여 채가 침수되고 인명 피해도 62명에 달했다. 특히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로 16명이 숨졌다.
이에 오 시장은 같은 해 8월 빗물터널 설치 계획을 담은 '풍수해 대책 종합계획'을 내놨다. 광화문 등 서울 상습 침수지역 7곳에 대심도 배수터널 20km를 건설하겠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오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으로 시장직에서 물러나면서 계획이 변경됐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일부 전문가와 환경운동가가 사업 효과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예산 낭비'라고 지적하자 1곳(신월)을 제외한 6곳의 사업계획을 취소·변경했다. 이 때문에 2020년 준공된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이 서울의 유일한 대심도 빗물터널이 됐다.박 전 시장은 대신 상습 침수 피해를 겪는 강남역 일대엔 유역분리터널·용허리공원 저류조 설치와 하수관로 개선 등을, 광화문엔 세종로 주차장 저류시설 설치와 하수관로 개선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나머지 4곳(한강로·사당역·도림천·길동 일대) 역시 빗물펌프장·저류조·하수관로 신설 등으로 계획을 틀었다.
다만 2022년 기록적인 수해가 서울 강남 등 지역을 덮치면서 결과적으로 '패착'이었음이 드러났다. 당시 서울에서만 사망자가 8명 나왔고 이재민·대피자는 5000여 명이 넘어섰다.
이에 오 시장은 1조5000억원을 들여 강남 등 6곳에 대심도 배수터널 18.9㎞ 건설을 추진하는 내용 등을 담은 '풍수해 종합안전대책'을 다시 꺼내들었다.2022년 기록적인 수해 당시 서울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강서·양천구 일대에도 시간당 60mm의 폭우가 쏟아졌으나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 가동으로 빗물 약 17만톤(t)을 저류해 침수 피해를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모의 침수 분석 결과 이 시설이 없었으면 약 600가구가 침수됐다.
오 시장은 빗물터널 6곳 중 상대적으로 침수 위험이 더 높은 ▲강남역 일대(강남역~한강) ▲도림천 일대(신대방역∼여의도) ▲광화문 일대(효차동~청계천) 등을 1단계 사업구간으로 우선 추진한다.
애초 서울시는 지난해 기본계획안을 수립하고 12월 착공할 계획이었지만 KDI(한국개발연구원)의 설계적정성 검토와 사업비 부족으로 인한 잇단 유찰 등 사유로 착공 예정이 올해 말로 1년 늦춰졌다.
1단계 사업구간은 2028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2단계 구간인 나머지 3곳(▲사당역 일대 ▲한강로 일대 ▲길동 일대 등)의 사업은 내년부터 추진해 2032년 완공이 목표다.
오 시장은 지난달 사당역·도림천 일대 침수 예방을 위한 방재시설 점검을 나간 현장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올여름 이상기후를 예측하고 있는 가운데, 대심도 빗물터널도 착실히 준비해 시민들이 폭우에도 안전하고 안심하실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