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씹 논란에 각종 폭로전까지 점입가경野 공격 불쏘시개 전락…김건희 특검법 재점화비전 無 비방전 몰두에 지도부도 "자폭" 비판
-
- ▲ ⓒ정상윤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각종 폭로전과 비방전으로 얼룩지면서 심각한 당 내분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당권주자 간 날 선 신경전에 당 인사들까지 참전하자, 축제의 장이 돼야 할 전당대회가 화약고로 변질돼 오히려 야당에 공격의 빌미만 제공하는 '마이너스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원희룡 당대표 후보는 '1강' 한동훈 당대표 후보를 추격하고자 이른바 '3대 의혹'을 꺼내 들었다.원 후보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거를 진두지휘했던 한 후보가 가족을 포함한 주변 인물들과 비례대표 공천을 논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후보가 측근인 김경율 전 비대위원을 금융감독원장으로 추천했고, 법무부 장관 시절 여론 조성을 위한 사설팀을 운영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원 후보가 한 후보를 공격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한 후보에게 명품백 수수 의혹 관련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보낸 문자 메시지가 최근 공개됐는데, 원 후보는 이를 주된 공세 소재로 삼으며 여론전에 나섰다.문제는 이러한 의혹 제기가 대통령실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한 후보의 문자 '읽씹'(읽고 무시) 논란에는 김 여사가 중심에 있는 만큼, 당무 개입 논란으로 번지기까지 했다.여권의 내홍에 야권은 공격의 기회를 놓칠세라 김 여사가 다른 여당 인사나 부처 장관에게도 문자 메시지를 보냈을 수도 있다면서 '김건희 특검법' 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해병순직특검법 등 현안에 밀려 잠잠하던 김건희특검법이 이번 '읽씹' 논란으로 재점화된 것이다.원 후보가 제기한 한 후보의 사천 의혹에도 대통령실이 언급된다. 원 후보는 "공천 논의 과정에서 대통령실 측은 다 배제된 상태로 한 후보를 비롯한 5명 내외가 폐쇄적으로 논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 측은 "오히려 대통령실과 논의하면 그게 당무 개입이고 공천 개입이 아니냐"고 반박했다.앞서 대통령실은 "전당대회에 개입하지 않겠다. 선거에 끌어들이지 말라"면서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전당대회가 진흙탕 싸움 양상으로 흐르자 용산에선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탄핵까지 시동을 건 상황에서 당내 비방전이 계속될 경우 여당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만 키울 뿐"이라고 했다.여기에 장예찬 전 최고위원의 잇따른 폭로전은 보수 진영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을 부추기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앞서 장 전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후보는 법무부 장관 때부터 여론 관리를 해주고 우호적인 온라인 여론을 조성하는 팀이 별도로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른바 '한동훈 여론조성팀' 관계자들로부터 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라면서 원문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하기까지 했다.하지만 이를 두고 여론은 오히려 싸늘하다. 온라인에는 "보수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한 후보가 사주했다는 명확한 증거라도 있나", "이제 그만 좀 해라" 등의 글이 게재됐다.보수의 자산으로 꼽혀온 여권 인사들의 설전도 문제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은 나흘째 페이스북을 통해 감정 섞인 비방전을 펼치고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보 간 신경전이 당 밖으로 번진 것이다.홍 시장은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바라보며 '배신의 정치'를 언급했는데, 이 과정에서 유 전 의원을 소환했다. 이에 유 전 의원은 맞대응에 나서며 홍 시장의 과거 특활비 사유화 의혹, 돼지 발정제 논란까지 끄집어냈다. -
- ▲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원희룡(왼쪽) 후보와 한동훈 후보. ⓒ뉴데일리DB
당 쇄신 방안이나 비전 제시가 중심이 돼야 할 전당대회가 집안싸움의 장으로 비춰지면서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수면 위로 올라온 계파 갈등이 전당대회가 끝난다고 해서 바로 봉합될 리는 만무하다는 전망 때문이다.이와 관련, 국민의힘 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경쟁이라는 게 치열할 수밖에 없지만 이쯤 되면 다 같이 죽자고 달려드는 자해 공갈단 같다"며 "어떻게 되찾은 보수 정권인데 또다시 분열의 길을 걷겠다는 건지 우려스럽다"고 했다.이전투구 상황에 대한 걱정은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도 공유되고 있다. 이들이 참여한 한 단체 대화방에서는 "부끄러운 전당대회", "이쯤 되면 자해"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당 지도부는 제동에 나섰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에게 제일 걱정을 많이 끼치는 것이 국민의힘 전당대회라는 말이 들린다"며 "남은 전당대회 기간만이라도 자폭·자해 전당대회라는 지적이 사라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당권주자들도 원 후보와 한 후보의 신경전에 우려를 표했다. 나경원 후보는 KBS 라디오에서 "두 사람 중 하나가 (당대표가) 되면 당이 깨지겠다고 하는 정도"라고 했고, 윤상현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후보와 한 후보가) 당을 사분오열로 몰고 가고 있다"며 "이전투구를 멈추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