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탄핵청원 사유, 헌법상 요건에 안 맞아" 의혹제기·외교관련 사안, 위법성 확인 어려워 與 "국론 분열 망동, 이재명 방탄 위한 것"
  • ▲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건을 상정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건을 상정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청원'을 활용한 청문회 개최를 확정하면서 정치권에서는 헌법 관련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받는 2개의 재판 1심 선고가 오는 10월에 나오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탄핵 청원 대응을 놓고 '방탄쇼'라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탄핵 카드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는 비판과 함께 역풍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야당이 단독으로 채택한 청문회 실시계획서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추 원내대표는 "결국 정쟁 또 정쟁이고, 오로지 사법리스크가 현실로 다가오는 이재명 전 대표를 방탄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이라며 "한마디로 헌법과 법률을 파괴하고 국정을 마비시키는 폭거이자 국론을 분열시키는 망동"이라고 직격했다. 

    앞서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를 오는 19일과 26일에 열기로 했다. 26일 청문회에는 김건희 여사와 모친인 최은순 씨가 증인으로 채택했다. 여당은 거세게 반대했지만 민주당 소속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주도로 약 70분 만에 청문회 실시가 결정됐다.  

    이와 관련,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헌법에 명시된 탄핵 요건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헌법 제65조는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탄핵소추 사유로 단순 헌법과 법률 위반이 아닌 헌법보호 의무 위반 정도에 준하는 '중대한 법 위반'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려왔다. 

    여당은 이번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명시된 탄핵 사유가 전혀 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표명하고 있다. 탄핵 요건 자체가 맞지 않기에 추가적인 조치가 불가능하고, 청문회 실익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청원인은 ▲해병대 박정훈 수사단장에 대한 외압 행사 의혹 ▲김건희 여사의 명품 뇌물 수수, 주가 조작,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조작 의혹 ▲전쟁 위기 조장 ▲강제 징용 해결 시 친일 행위 의혹 ▲후쿠시마 핵 폐수 해양 투기 방조 등 5가지를 거론했다.

    대부분 의혹 수준이거나 외교 관련 사항이다. 의혹은 재판 과정에서 위법 행위가 밝혀져야 할 소지가 있어 당장의 탄핵 사유로 삼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견해다.

    외교 관련 대통령의 판단도 마찬가지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외교적 결정을 '고도의 정치 행위'라고 표현하며 그 선택의 폭을 넓게 해석하고 있다. 예컨대 남북정상회담은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대표를 만난 것으로 위법한 행위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를 고도의 정치적 성격을 지닌 행위로 판단해 사법부의 판단 밖의 권한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헌법학회장을 지낸 한 법학과 교수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국민청원으로 대통령 탄핵 청문회를 한다는 것 자체가 탄핵 절차를 적어놓은 헌법정신 자체를 위배하는 행동"이라며 "대통령을 공격할 수 있다는 작은 이익을 위해 헌법정신을 잊은 민주당 내 법조인들은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권 한 관계자도 "당 안팎에서 청문회의 근거가 됐던 30일의 국민청원 기간도 다 채우지 않고 성급히 개문발차 했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탄핵 여론도 과거 박근혜 집권 때와 비교해서도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 전 대표 구명을 위한 탄핵 카드를 너무 성급히 밀어붙이는 것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