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반도체-이미지센서 등 증산 수요 대비일본기업 외에 해외기업의 생산시설 유치도"최대 투자 이어지며 반도체 생산비율 회복 기대"美 업체와 차세대 반도체용 기술개발업체 설립하기도
  • ▲ 반도체 웨이퍼.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 반도체 웨이퍼.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소니그룹과 미쓰비시전기 등 일본 주요 반도체기업 8곳이 2029년까지 자국에 5조엔(약 43조원) 규모의 반도체 설비투자를 한다고 일본 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9일 보도했다. AI와 탈탄소 시장, 전기자동차(EV) 시장의 확대를 겨냥해 경제안보상 중요 물자가 되는 전력반도체나 이미지센서를 증산한다는 목표다.

    닛케이는 △소니 △미쓰비시전기 △롬 △도시바 △키옥시아홀딩스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 △라피더스 △후지전기 등 8개사가 이미 확정한 9년(2021~2029년)간 설비투자 계획을 정리한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고 밝혔다.

    소니그룹은 반도체 이미지센서 증산 등을 위해 2021~2026년에 약 1조6000억엔을 투입한다. 나가사키현에 지난해 생산동을 늘린 데 이어 구마모토현에 새 공장을 설립할 방침도 세웠다.

    소니가 경쟁력을 보유한 이미지센서는 스마트폰 카메라 수요가 늘어난 데다 자율주행차나 공장‧점포 자동화 등에도 사용되면서 용도가 확대되고 있다.

    AI용 데이터센터나 전기차 등 시장 확대를 겨냥해 전력을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전력반도체의 증산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도시바와 롬이 이 부문에 모두 약 3800억엔을 투입한다. 도시바는 이시키와현의 공장에서 실리콘 전력반도체를, 롬은 미야자키현 공장에서 에너지 효율성이 뛰어나 차세대 전력반도체로 꼽히는 염화규소(SiC) 전력반도체를 증산한다.

    미쓰비시전기는 2026년까지 SiC 전력반도체 생산능력을 2022년 대비 5배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구마모토에 1000억엔을 들여 새 공장을 증설할 예정이다. 우루마 케이 사장은 "세계 최대 기업인 독일 인피니온 테크놀로지스와 싸울 체제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AI 등에 필요한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는 라피더스가 2나노 반도체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홋카이도 치토세시에서 시제품 라인을 2025년 4월에 가동한다는 목표다.

    연구개발비를 포함해 2조엔 정도의 투자가 필요한 만큼 경제산업성이 9200억엔을 지원한다. 라피더스는 2027년에는 생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으로, 설비투자액은 향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일본기업뿐만 아니라 TSMC 등 해외기업의 반도체 생산시설을 유치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2030년까지 일본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매출 규모를 2020년의 3배인 15조엔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이 같은 움직임은 2020년대 들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 재무성의 법인기업 통계조사에 따르면 반도체 등을 제조하는 정보통신기계부문의 설비투자액은 2022년 2조1085억엔으로, 5년새 30% 늘었다.

    이 부문의 설비투자액이 전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1%에서 13%로 상승해 자동차 중심의 수송용 기계(15%), 화학(14%)에 버금가는 규모가 됐다.
  • ▲ 일본 구마모토 TSMC 반도체 공장. 교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 일본 구마모토 TSMC 반도체 공장. 교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日 정부, '반도체산업 재건' 적극 지원…미-일 합작 기업도 설립
    앞서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세계 시장에서 50%를 점유할 만큼 경쟁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한국과 대만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며 기술면에서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이에 일본업체들은 첨단개발에서 잇달아 철수, 2017년 기준 점유율이 10% 아래로 고꾸라졌다.

    하지만 미-중 대립 등으로 반도체가 경제안보 면에서 중요한 전략물자로 대두하면서 일본 정부는 반도체산업 재건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미나미카와 아키라 시니어컨설팅디렉터는 “최대 규모의 투자가 이어져 2024년 이후에도 일본기업의 반도체 생산비율은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닛케이는 이 같은 국내 대기업들의 생산투자 확대가 연관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제조공정은 500개가 넘고 소재나 제조장비 등 설비투자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일본 반도체소재 제조사 레조낙은 차세대 반도체용 재료와 제조기술 개발을 위해 미‧일 10개 기업이 연합해 'US조인트'를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다고 전날 발표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레조낙을 비롯해 극자외선(EUV)용 감광제를 생산하는 도쿄오카공업과 미국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 KLA 등 일본과 미국기업 각각 6곳과 4곳이 참여해 내년 시험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US조인트는 반도체를 최종 제품으로 조립하는 후공정 등 기술을 개발해 구글, 아마존 등 미국 IT 대기업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반도체 생산에 있어 후공정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테크 기업이나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가 자체 후공정 설계 및 개발 움직임을 강화하는 데 따른 움직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