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권주자들, 앞다퉈 영남행 … 한동훈은 '불발'홍준표, 韓 만남 거부 … "당을 얼마나 우습게 봤나"보수 지지층 호응 큰 '안보' 이슈로 격론 펼치기도
  • ▲ (왼쪽부터)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뉴데일리DB
    ▲ (왼쪽부터)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뉴데일리DB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보수의 핵심 텃밭인 영남을 앞다퉈 찾고 있다. 또한 안보 문제를 중시하는 보수 지지층 사이에서 오랫동안 논의돼온 '핵무장론'을 제기하는 등 '안보'와 '영남'을 중심으로 표심 다지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26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그동안 보수 지지층이 호응해온 '자체 핵무장론'이 화두에 오르면서 연일 당 대표 선거 레이스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핵무장론에 먼저 불을 지핀 것은 나경원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6·25 전쟁 74주년인 전날 핵무장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안보 문제에 민감한 보수 지지층 표심 공략을 위해 이슈를 선점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나 후보가 띄운 핵무장론에 원희룡·한동훈·윤상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는 각자 반대, 신중론을 펼치며 격론을 벌이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인터뷰에서 "경제적, 외교적, 국제적으로 고립될 수밖에 없다"며 "한반도 영해 바깥에 미국의 핵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을 상시배치하고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이 핵공유협정을 맺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 후보는 전날 "일본과 같이 핵무장할 수 있는 잠재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다"며 농축재처리기술 확보를 위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등 신중론을 주장했다.

    원 후보는 핵무장론에 반대 입장을 펼쳤다. 원 후보는 윤석열 정부의 한미 워싱턴 선언을 통한 '핵우산 강화'를 옹호하며 "실효성 확보를 통해 대북 핵 억제력을 강화할 때"라고 했다.

    당권주자 네 명은 안보 문제에 이어 국민의힘의 핵심 표밭인 '영남 민심' 잡기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원 후보는 이날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간담회를 갖고 '영남권 신뢰 회복'을 강조하고 나섰다. 원 후보는 총선 패배 직후 당 내 일각에서 제기된 '영남당 탈피론'에 대해 "영남이 경제성장을 이루거나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정통성을 지키는 데 있어 헌신해왔다는 존경심이 있다"며 "그 부분에서 우선 영남의 신뢰를 지지기반으로 하되 영남이라는 폐쇄적인 지역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영남의 지지를 확보하고, 수도권 3선과 현재 수도권 원외당협위원장으로서 살아나는 정당을 만들겠다"라고 했다.

    홍 시장도 원 후보를 향해 "정치 경력도 있고, 야당에 대해서도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원 전 장관의 출마를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본격 당권 레이스가 막이 오른 뒤에는 나 후보가 먼저 영남행 '스타트'를 끊었다. 나 후보는 지난 21일 경북·대구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홍 시장을 차례로 면담했다. 홍 시장은 이날 나 후보와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당을 지켜온 사람이 당 대표가 돼야 한다"고 했다.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참패 직후 '영남당 탈피론'과 '수도권 혁신론'을 주도해왔던 윤 후보도 전당대회를 앞두고는 일찌감치 영남을 찾았다. 윤 후보는 당 대표 출마를 결심하기 전인 지난달 29일 대구 영남일보에서 보수 정치 토론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윤 후보는 수도권 당 대표를 강조하면서도 "우리 당은 영남을 중심으로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의 표심을 얻을 수 있게 외연 확장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 후보는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뒤 아직까지 영남을 찾지 않고 당 소속 의원과 당직자, 보좌진 등과의 접촉면을 늘리며 당심을 호소하고 있다.

    한 후보 측에 따르면 한 후보는 최근까지 홍 시장과의 만남 등 영남 일정을 조율했지만 홍 시장이 거절 의사를 밝히면서 두 사람의 회동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당 일각에서는 전통적 지지층의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한 후보의 취약점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홍 시장이 본인과의 만남을 거부한 것을 두고 "특별한 입장은 없다"면서도 "만나기 싫다고 하니 뵙기 어렵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홍 시장은 이날 원 후보를 만난 자리에서 "총선에서 비상대권을 줬는데 쫄딱 망해놓고 또 하겠다, 그걸 찍어주는 사람이라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다"며 한 후보를 겨냥했다. 홍 시장은 "당을 얼마나 우습게 보면 그러겠나. 나는 이해가 안 된다"라며 "그래서 25일 만나러 오겠다는 걸 거절했다. 여러 사람 시켜서 전화 왔더라. 와도 안 만난다. 27일 온다고 하기에 안 만난다고 했다. 만날 이유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