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경제성장 모델, 높은 가계부채, 저출산·고령화" 이유"여소야대 정국 실현으로 낡은 성장 모델 해결 더 어려워져""반도체·배터리 기술 상용화 강점이지만 '원천기술' 개발 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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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한국의 경제기적은 끝났는가(Is South Korea’s economic miracle over?)' 기사를 통해 한국을 경제 강국으로 만든 성장 동력들이 꺼져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을 강국으로 이끌었던 요인들이 수명을 다하고 낡은 경제성장 모델, 높은 가계부채,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만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총선에서 여소야대 정국이 펼쳐지면서 경제 현안 해결이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FT는 각 분야 전문가와 경제학자들과 인터뷰를 소개했다.

    FT는 한국은 빈곤한 농업사회에서 반세기도 되지 않아 기술강국으로 도약, 이를 기반한 국가주도 자본주의 성과는 “한강의 기적”으로 알려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각국의 물가와 환율수준을 반영해 국민의 구매력을 측정하는 1인당 경상 국내총생산(GDP)은 2018년에 한국(4만3001달러)이 이전 식민지 점령국인 일본(4만2725달러)을 추월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낡은 경제성장 모델과, 저출산·고령화 등 문제로 인해 “한강의 기적”이 끝이 났다고 FT는 평가했다.

    FT는 한국은행을 인용 1970~2022년까지 평균 6.4%씩 성장한 한국 경제는 2020년대 들어 연평균 2.1%로 성장 속도가 둔화되는 추세라며, 2030년대 들어서는 0.6% 수준으로 둔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2040년대에는 연간 0.1%씩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FT는 값싼 에너지와 인건비 같은 낡은 성장 모델의 기둥들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낮은 산업용 전기료에 대해 “한국 제조업에 막대한 산업 보조금을 제공하는 국영 에너지 독점회사인 한국전력은 1500억달러의 부채를 쌓았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그리스, 칠레, 멕시코, 콜롬비아만 노동력 생산성이 낮다”고 강조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외부에서 보면 한국이 매우 역동적이라고 짐작할 것”이라며 “그러나 모방을 통해 선진국을 따라잡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우리의 경제 구조는 1970년대 이후로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며 “한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등과 같은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강점을 보이고 있지만, 신산업 육성을 위한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있어 약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 위기로 미래 성장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오는 2050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022년 대비 28%나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생산가능인구가 35%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또 지난 2021년 한국 GDP의 절반 가까이가 전체 근로자의 6%를 고용한 대기업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한국의 대기업·중소기업으로 양극화된 산업구조가 사회·지역적 불평등을 낳고 젊은층 사이에 급증하는 경쟁을 부추기고, 출산율을 더욱 낮추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박 교수는 말했다. 또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도 크고, 자살률도 가장 높다.

    여기에 여소야대 정국이 실현되면서 이 같은 낡은 성장 모델을 더욱 해결하기 어려워졌다고 FT는 전했다. 

    FT는 “4월 총선에서 좌파 정당의 승리로 좌파가 장악한 국회와 인기 없는 우파의 대통령 행정부로 나뉘어 오는 2027년 차기 대선까지 3년 이상 정체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인공지능(AI)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따라 한국이 기존 제조업과 대기업 중심의 사고방식을 넘어 시야를 넓힐 기회로 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AI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레벨리온의 박성현 대표는 FT를 통해 한국이 이미 AI에 필요한 4가지 핵심 요소 중 논리 시스템 반도체, 메모리 반도체,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하나인 정교한 AI 알고리즘 역량 확대에 대한 부분만 남았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FT는 한국은행이 주장한 문제 완화를 위한 구조개혁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한국은행은 앞서 도시에 포화된 인구 집중과 청년 고용 등을 포함한 다양한 지표에서 한국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려 한국의 인구 위기와 성장 전망에 대한 암울한 시나리오들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FT는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는 반면, 대학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사교육비 지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연금, 주택, 의료 개혁은 정체됐지만 대기업에 대한 국가경제 의존도를 억제하고, 재생 에너지를 늘리고 기업가치를 높이고 서울을 아시아 금융 허브로 만들겠다는 오랜 캠페인은 거의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최재경 전 민정수석은 이달 초 FT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의 성장 모델을 고수하면 한국 경제는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DNA에는 역동성이 내재돼 있다. 우리는 경제적 역동성을 다시 펼치기 위해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며 “아직 한강의 기적은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