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이창호 '상하이 대첩' 재현?6연승으로 한국 농심배 4연패 이끌어
  • ▲ 신진서(오른쪽) 9단이 지난 23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3라운드 최종 14국에서 중국의 마지막 주자 구쯔하오 9단에게 불계승 후 열린 시상식에서 홍민표 감독과 함께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한국기원 / 연합뉴스
    ▲ 신진서(오른쪽) 9단이 지난 23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3라운드 최종 14국에서 중국의 마지막 주자 구쯔하오 9단에게 불계승 후 열린 시상식에서 홍민표 감독과 함께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한국기원 / 연합뉴스
    '바둑 삼국지'라 불리는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최종국에서 대한민국의 신진서(24) 9단이 중국의 구쯔하오(26) 9단을 맞아 흑 249수 만에 불계승했다. '신공지능'답게 완벽에 가까운 대국으로 완승을 거뒀다는 평가다. '신공지능'은 신 9단이 인공지능(AI)처럼 바둑을 둔다고 해서 불여진 별명이다.

    이번 대회에서 2라운드부터 뛰어든 신 9단은 '끝내기 6연승'으로 한국팀의 농심배 4년 연속 우승을 견인했다. 끝내기 6연승은 농심배 역사상 처음 나온 기록. 종전까지 끝내기 연승 기록은 이창호 9단이 2005년 '상하이 대첩'에서 세운 5연승이었다.

    지난 23일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농심배 통산 16연승을 달리게 된 신 9단은 이 9단의 14연승 기록도 넘어섰다. 또 농심배 통산 승률 88.88%를 기록하면서 이 9단이 보유했던 이 대회 최고 승률(86.36%)도 돌파했다.

    신 9단이 혼자서 타국 선수 전원을 다 이겼다는 것도 경이롭다. 설현준 8단과 변상일·원성진·박정환 9단 등 모든 선수가 탈락해 한국팀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을 때 홀연히 등장한 신 9단은 일본 선수 1명(이야마 유타 9단)과 중국 선수 5명(셰얼하오·자오천위·커제·딩하오·구쯔하오 9단)을 모조리 꺾는 경이적인 대국을 펼쳤다.

    중국은 이번 대회에 랭킹 1~3위 선수를 모두 데리고 왔다. 그러나 중국이 자랑하는 'No.1' 커제 9단도 신 9단 앞에선 맥을 못 췄다. 이번 승리로 신 9단은 커제 9단과의 역대 전적(12승 11패)에서 한 발 앞서 나가게 됐다.

    신 9단은 24일 귀국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구쯔하오 9단과의 최종국에서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며 "구쯔하오 9단은 제가 갖지 못한 강점을 가진 몇 안 되는 기사 중 한 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 개인적인 감정으로 인해서 무너지면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들어갔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며 "할머니와 같이 싸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신 9단은 지난 23일 농심배 우승 직후 친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를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 9단의 친할머니는 신 9단이 농심배 출전을 위해 중국으로 출국한 지난 18일 별세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