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여기, 피화당' 공연.ⓒ한국문화예술위원회
    ▲ 뮤지컬 '여기, 피화당' 공연.ⓒ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고전소설 '박씨전'의 작가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여기, 피화당'부터 조선 중기 천재 여류시인 허난설헌의 삶을 다룬 '난설', 세종과 함께 조선 음악의 기틀을 세운 박연의 이야기를 담은 '낭만별곡'까지…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팩션 사극 뮤지컬이 잇달아 대학로 무대에 오른다. 

    팩션(faction)은 역사적 사실(fact)에 가공의 이야기(fiction)를 더한 문화예술 장르다. 실존인물과 실화를 바탕으로 가려져 있던 인물을 새롭게 조명하고, 익히 알고 있던 사건을 다른 관점에서 보게 한다. 특히 사극은 뮤지컬 창작의 좋은 보고(寶庫)로,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켜 극적인 긴장감과 이야기의 재미를 더하기도 한다.
  • 뮤지컬 '여기, 피화당' 공연 장면.ⓒ한국문화예술위원회
    ▲ 뮤지컬 '여기, 피화당' 공연 장면.ⓒ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우리나라 최초 여성영웅소설 '박씨전'은 누가 썼을까?

    지난 7일 플러스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여기, 피화당'(극작·작사 김한솔, 작곡 김진희)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최하는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 선정작이다. 17세기 병자호란 이후 창작된 것으로 알려진 작자미상의 우리나라 최초 여성영웅소설 '박씨전'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병자호란(1636)이 일어난 당시 많은 여자들이 청나라에 끌려갔고, 전쟁이 끝난 뒤 조선에 돌아온 여성(환향녀)에게 사람들은 정조를 잃은 여자라며 손가락질했다. 사대부들은 환향녀에게 이혼을 요구했고, 인조는 홍제원(지금의 연신네) 냇물에서 목욕을 하고 한양으로 들어오면 그 죄를 묻지 않겠다고 했지만 여인들에 대한 부당한 핍박은 사라지지 않았다.

    '박씨전'은 주인공이 전쟁을 통해 영웅적인 활약을 펼치는 내용을 담은 군담 소설이다. 뛰어난 능력으로 오랑캐를 물리치는 박씨 부인의 이야기를 통해 백성들에게는 패전의 아픔을 위로해 줬고, 여성들에게는 당대 엄격한 남성 양반 중심 사회를 통쾌하게 꼬집으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피화당'은 청나라에 끌려갔다 돌아온 세 여성 가은비·매화·계화가 생계를 위해 글을 쓰며 숨어 사는 동굴을 지칭하는 것이다. 뮤지컬은 역경과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어둠 속 작은 빛으로 글을 써내려가는 여성들의 연대를 극적으로 표현한다. 극중극의 형식을 차용해 뮤지컬적 판타지를 더하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
  • 뮤지컬 '난설' 공연 장면.ⓒ콘텐츠플래닝
    ▲ 뮤지컬 '난설' 공연 장면.ⓒ콘텐츠플래닝
    ◇ 시대에 묻혀버린 비운의 천재, 허난설헌

    "나에게는 세 가지 한이 있다. 여자로 태어난 것, 조선에서 태어난 것, 그리고 남편의 아내가 된 것…" 여성이 존중받지 못한 시대, 고통과 슬픔을 시로 달래며 27세에 요절한 허난설헌. 자유로운 가풍 속에서 손곡 이달에게 시를 배웠고, 8살 때 '백옥루 상량문'을 지어 신동이라고 이름이 났다.

    뮤지컬 '난설'(극작·작사 옥경선, 작곡 다미로)이 2019년 초연, 2020년 재연에 이어 4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 작품은 스스로 '난설헌(蘭雪軒)'이라는 호를 짓고 역사에 이름을 남긴 허난설헌(본명 허초희·1563~1589)'의 삶을 거문고와 피아노 선율이 어우러진 음악으로 풀어낸 3인극이다.

    허초희의 스승 이달과 동생 허균의 대립되는 시선에서 바라본 당대 시대상과 그 안에서 구축된 난설헌의 시 세계를 동시에 그려낸다. 실제 허난설헌의 시 중 5편 '견흥·상봉행·가객사·죽지사·유선사', 그녀가 남긴 유일한 산문 '광한전백옥루상량문'을 활용해 노랫말을 썼다.

    이번 삼연은 조선시대 여성으로 세상에 자유로울 수 없었던 비운의 천재 '허초희' 역에 정인지·김려원·최연우, 한량이지만 초희의 시를 누구보다 아껴주는 '이달' 김도빈·주민진·고상호·박정원, 누이의 재능과 시를 사랑하는 동생 '허균'은 최호승·윤재호·박상혁이 출연한다. 3월 12일~6월 2일 예스24스테이지 2관에서 공연된다.
  • 뮤지컬 '여기, 피화당'·'난설'·'낭만별곡' 포스터.ⓒ홍컴퍼니, 콘텐츠플래닝, 파크컴퍼니
    ▲ 뮤지컬 '여기, 피화당'·'난설'·'낭만별곡' 포스터.ⓒ홍컴퍼니, 콘텐츠플래닝, 파크컴퍼니
    ◇ 조선시대 음악 기틀 세운 세종과 박연 이야기

    '낭만별곡(浪漫別曲)'이 3월 19일~6월 9일 대학로 예스24 아트원(구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초연된다. 세종(1397~1450)) 즉위 전, 청년 이도의 기록은 많지 않은 가운데 악기 연주를 즐겼다는 태종실록의 기록을 모티브로 한다. 실존인물인 이도와 박연, 예성·동래라는 허구적 인물이 극을 이끌어나간다.

    박연(1378~1458)은 신라 우륵, 고구려 왕산악과 함께 '한국 3대 악성'으로 불린다. 세종의 명령을 받아 악보·악곡을 정리했으며, 악기 조율과 제작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그가 조율한 대표적인 악기가 편경이다. 이전까지 궁궐의 각종 행사 때 연주하던 향악을 아악으로 대체해 우리나라 궁중 음악의 기틀을 마련했다.

    뮤지컬은 조선시대 음악기관 장악원의 전신인 이원(梨園)에 성별·출신·신분·나이에 상관없이 오직 음악 안에서 낭만을 이야기한다. 가야금·대금·해금피리의 연주를 통해 저마다의 사연을 '별곡'으로 완성하는 음악으로 하나되는 과정을 그린다.

    '낭만별곡'은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스토리 부문에 선정된 신재아 작가의 스토리를 한국뮤지컬어워즈 극본·작가상, 차범석 희곡상을 받은 박해림 작가가 뮤지컬 대본으로 재탄생시켰다. 김은영이 작곡·연출·음악감독을 맡고, 신선호 안무감독 등 창작진이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