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구속된 이재명 최측근 김용 1심 판결문 공개재판부 "김용이 수수한 자금, 이재명 경선에 소비""김용, 이재명 캠프 활동에 비용 필요하다고 인식"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김용(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씨의 1심 판결문이 1일 공개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가 수수한 정치자금은 이재명 대표의 경선 준비 등 공적 정치 활동을 위한 비용으로 일정액이 소비된 것으로 보인다"고 적시했다. 이번 사건이 결과적으로 이재명 대표와 떼려야 뗄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조병구)는 지난달 30일 김씨가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6억원과 뇌물 7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인정,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판결문에는 김씨가 받은 돈이 이재명 대표의 대선 캠프로 흘러갔을 가능성을 의심하는 표현이 곳곳에 적시됐다. 이재명 대표가 피고인은 아니지만 법원이 인정한 사실 관계를 보면, 이 사건의 대부분이 그를 위해 이뤄졌거나 지근거리에 있던 인물들에 의해서 실행됐다. 

    특히 재판부는 주요 사안에 대한 최종 결정권이 이재명 대표에게 있었다는 점을 시사하면서, 김씨에게 건네진 금품 역시 이 대표의 정치활동을 위해 쓰였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씨는 공식 예비경선 후보자 등록일 1년 전인 2020년 7월부터 이재명 대표의 대선 경선을 위해 비밀리에 선거 조직을 구축했다. 법원은 김씨가 과거 이재명 대표의 2017년 대선 경선, 2018년 도지사 선거에서 조직 총괄 업무를 담당해 캠프 활동에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경선 대비 문건 등을 토대로 "경선이 다가오면서 권역별 조직 관리를 위한 자금의 필요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비선 캠프 운영을 위해 정치 자금이 필요했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돈을 요구하면서 '광주 등 남부 지방을 도는 데 너무 힘들다' '돈이 없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진술이 돈을 마련한 남욱 변호사 진술 등과 일치하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김씨 변호인은 "2021년 5~6월에는 이재명 대표의 20대 대선 경선 준비와 관련해 광주나 전남뿐 아니라 전국 단위 조직이 이미 완성된 상태였다"며 "준비 과정 역시 자원봉사나 갹출로 진행돼 방대한 조직 관리 비용은 별도로 필요하지 않았다"고 했다. 불법 정치자금을 받을 이유가 없었다는 얘기였다. 당시 김씨는 이재명 경선 캠프의 총괄부본부장으로 호남 지역 조직 구축과 지지 세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경선 준비 규모 등을 볼 때 그런 방식으로 해결될 정도로 보이지 않고 피고인의 주장을 뒷받침할 비용 결제 내역, 금융 지출 내역 등 객관적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씨에게서 검찰이 압수한 '기획준비모임 회의록'과 진술 등을 종합하면 공식 예비경선 후보자 등록일인 2021년 6월28일 이전부터 서울 여의도의 J빌딩 등은 (이재명 대표의) 경선 준비를 위한 사무실로 이용됐고 이 사무실 보증금이나 월세, 사무실 유지 비용 등이 소요됐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200901-전대평가(안)' 파일에는 '경선 대응 전략 구축 필요'라는 제목으로 '경선 준비팀을 통한 대응 필요. 조건1) 사람, 조건2) 비용, 조건3) 공간'이라고 기재해 관련자들은 경선 준비 비용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면서 "기타 문건을 봐도 상근 조직 담당자들이 있는 것을 전제로 하는 내용이 다수여서 자발적 자원봉사만으로 경선을 준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인원과 비용이 필수적으로 소요되는 상황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재판부는 2021년 5~6월 전국 단위 조직이 완성돼 있었다는 김씨 측의 주장과 달리, "당시까지도 여전히 대선 경선 준비를 위한 조직을 갖춰가는 시기였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김용은 경선 준비에 소요되는 비용은 자원봉사와 갹출로 해결됐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경선 대비 문건의 내용 및 규모 등에 비춰볼 때 그와 같이 해결될 수 있는 정도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자발적 지출 등에 관한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비용 결제 내역, 금융 지출 내역 등 객관적 자료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도 "김씨가 수수한 정치자금은 (이재명 대표의) 경선 준비 등 공적 정치 활동을 위한 비용으로 일정액이 소비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장동 의혹 수사 및 재판의 결과를 가를 핵심 변수로 평가되는 '정영학 녹취록'의 신빙성도 일부 인정됐다. 이 녹취록은 대장동 핵심 인물인 정영학 회계사가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유동규 전 성남개발공사 본부장 등과 나눈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재판부는 "김만배는 자신이 (녹취록에서) 했던 다수의 발언이 허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영학 회계사의 녹음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한 발언이고 장기간에 걸쳐 같은 취지와 맥락 아래 발언이 반복됐다"며 "다소의 과장이나 거짓이 섞여 있을지언정, 단순히 허언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번 1심 선고 결과가 다른 대장동 의혹 관련 재판 및 검찰 수사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재판부는 김씨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유 전 본부장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재명의 정치적 성공을 바라는 정치적 동지이자 의형제라 할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일보는 2일 "확인 결과 A4 용지 147쪽 분량 판결문에 이재명 대표 이름이 120차례 등장하고 김씨의 이름이 107회(피고인 표현은 제외) 등장한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