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명계 일단 포용하는 척 한다2. 비명계 집단 행동 명분 잃게 만든다3. 비명계 교섭력 약화된다4. 비명계 세력 와해된다5. 비명계 무장해제 되면, 숙청에 들어간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위례신도시 특혜 의혹 사건 첫 재판에 지팡이를 짚고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위례신도시 특혜 의혹 사건 첫 재판에 지팡이를 짚고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이재명의 딜레마와 친명계 ‘지배전략’>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친명계 기세가 올랐다.
    고기가 물을 만난 양 펄펄 날고 있다.
    ‘영장기각’이 ‘무죄증명’인양 펄펄 날더니 강서 보궐선거가 ‘민심’인양 펄펄 날고 있다.
    원님 덕에 나발 분다고. 진짜 신난 건 친명계다.

    한국은 서로 다른 두 집단 간 상호작용만 분석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우파와 좌파 또는 국힘과 민주당 이러한 이항 대립적 분석이 흔한 이유다.
    같은 집단 내 상호작용도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예를 들면, 같은 민주당 내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친명계와 비명계 간 상호작용.
    지금 정국은 그게 포인트이다.
    게임이론은 상호작용을 분석한다.

    ■ 이재명은 조조처럼 할까?

    이재명 대표는 비명계를 어떻게 할까?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순간, 이 대표는 얼마나 황망했을까?
    그런 일이 또 없으리란 보장도 없다.
    마음 같아서는 영화 <관상>에서 수양대군처럼 복수심에 불타 비명계를 향해 한 쪽에 가서 서라고 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 정치는 냉철함이 요구된다.
    ‘역진귀납’이 필요하다.
    '역진귀납'은 별게 아니다.
    그 선택을 하기 전에, 그 선택이 가져올 ‘상호작용’을 미리 헤아려 보는 것이다.   

    <삼국지>에서 조조의 일화가 있다.
    조조가 중원에서 뜻을 펴려할 때, 경쟁 상대는 원소였다.
    조조가 원소 세력을 무너뜨렸을 때 일이다.
    원소 진중을 뒤져보니, 극비 문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조조의 신하들 중 누군가가 원소 진영 내 누군가와 주고받은 편지들이었다.
    조조는 배신감에 낯빛이 하얘졌다.
    하지만 생각해보다 그 편지들을 보지 않고 하나도 남김없이 불태우라고 명령했다.
    전쟁은 끝났다.
    민심을 다독이고 세력 규합이 필요한 마당에, 누가 내통했는지 굳이 알려들지 않았다.

    조조는 대충 누가 내통했는지 짐작도 갔겠지만, 과거를 묻지 않았다.
    그렇게 통 크게 처신한 결과, 조조는 대범한 사람이 됐고 신하들에게도 큰 인심을 얻었다.
    신하들 중에 원소와 내통했던 이들에게도 열심히 일할 유인이 생겼다.
    그들은 조조를 다시 봤고, 진정 조조를 위해 열심히 일했다.
    조조의 지략과 지혜 덕분이었다.

    ■ '오야지' 이재명의 '꼬붕' 다루는 법은?

    다시 묻자.
    이재명 대표는 어떻게 할까?

    물론 자신이 맞닥뜨린 상황은 조조가 맞닥뜨린 상황과 다르다.
    조조의 상황은 누가 내통했는지 정보가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고, 이재명 대표의 상황은 누가 자신에게 반란표를 던졌는지 정보가 대충 알려진 상황이다.

    조조의 경우엔 정보를 묻어두면 열심히 일할 유인이 발생하지만, 이재명 대표의 경우는 한번 드러난 정보를 다시 묻을 수 없다.
    비명계를 포용하는 형식을 갖출 순 있지만, 문제는 신뢰다.
    설령 그게 진심이라고 해도 비명계가 그 ‘진심’을 수용할지도 의문이고, 설령 비명계가 충성 맹세를 해도 이 대표가 그들을 무작정 신뢰할 수도 없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다.
    이 대표가 신뢰한다고 해도 이 대표를 가장 가까이서 돕는 친명계가 신뢰할 수 없을 것이다.
    생각이 있다면, 아무리 ‘오야지’라도 자기 옆 ‘꼬붕’들을 전혀 무시할 수 없다.
    ‘유인체계’ 때문이다.

    사람을 부리고 일을 맡겨야 하는 판에, ‘꼬붕’들 섭섭함을 사면 자칫 될 일도 안 될 수가 있다.
    ‘오야지’라고 하면 마음대로 해서 오야지가 아니라 유인체계를 통해 ‘꼬붕’들의 자발적인 충성을 이끌어내서 '오야지'인 것이다.
    그걸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오야지’가 되고 누군가는 ‘꼬붕’이 되는 것이다.   

    ■ '친명계'와 '비명계'는 제로섬 게임 관계?

    유인체계가 돌아가게 하려면, ‘꼬붕’ 친명계에게 뭔가 줘야 한다.
    바로 공천이다.
    그렇다고 비명계를 모두 내쳐버리겠다고 선언하면, 비명계는 퇴로가 없어진다.
    쥐가 퇴로 없이 몰리면, 돌아서서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비명계가 독하게 마음먹고 다시 집단행동에 나서면, 그들의 교섭력이 강해지며 당내 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더군다나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비명계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대표는 비명계를 내칠 수 없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포용할 수도 없다.
    친명계가 비명계와 ‘전략적 대체관계’이기 때문이다.

    게임이론에선 경기자들이 ‘전략적 대체관계’ 또는 ‘전략적 보완관계’에 처해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과 비서는 ‘전략적 보완관계’라고 볼 수 있다.
    가장 극명한 ‘전략적 대체관계’는 같은 당 내 같은 지역구 공천 신청자들이다.
    공천을 나눌 수 없기 때문이다.
    돈은 나눌 수 있다.
    따라서 상품경쟁을 하는 기업들보다 공천경쟁이 더 뜨거울 수밖에 없다.
    특히 전라도 쪽은 공천경쟁이 더욱 뜨겁다.
    공천이 곧 당선이기 때문이다.

    ■ '친명계'는 과거 '동교동계'와 다르다

    이 대표가 비명계를 끌어 안으면, 친명계 누군가는 공천을 포기해야 한다.
    주군을 위한 충성?
    친명계는 과거 동교동계와 다르다.
    동교동계의 양보는 출세와 확실한 ‘미래 공천’으로 이어졌지만, 친명계는 아니다.

    그렇기에 ‘이재명의 딜레마’이다.

    방법은 하나다.
    일단 비명계 포용에 나서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비명계도 집단 행동할 명분을 잃게 된다.
    그 과정에서 비명계의 교섭력이 현격히 약화된다.
    교섭력이 없는데 구심점이 있을 리 없다.

    비명계가 세력을 잃고 완전히 무장 해제되면, 공천 작업을 친명계와 ‘개딸’들에게 맡긴다.
    즉 유인체계를 만들어 가동시키는 것이다.
    그 체계에서 친명계는 ‘지배전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친명계와 비명계가 전략적으로 완전 대체관계이면, 그 ‘지배전략’이 무엇일지 알고도 남는다.
    그렇게 하면, 이 대표 자신의 고민도 덜어지고 모든 게 ‘자동조정’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