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보엠', 3개 지역문예회관과 할마씨네토끼 공동 제작2576년 우주 배경 '나비부인', 오는 12∼15일 성남아트센터서 공연
  • ▲ 오페라 '라보엠' 연습 장면.ⓒ할마씨네토끼
    ▲ 오페라 '라보엠' 연습 장면.ⓒ할마씨네토끼
    이탈리아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1858∼1924)의 오페라 '라보엠'과 '나비부인'이 지방 무대에 오른다. 

    '라보엠'은 오는 6일 전남 장흥 문화예술회관, 13~14일 경기 광주 남한산성아트홀, 20~21일 전남 순천 문화예술회관에서 순회공연을 펼친다. '나비부인'은 12~15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관객과 만난다.

    '라보엠'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의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 '문예회관, 예술단체 공연콘텐츠 공동제작·배급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제작된다. 광주시문화재단, 순천문화예술회관, 장흥문화예술회관 3개 기관과 주식회사 할마씨네토끼가 공동 제작을 맡았다.

    '토스카'(1900), '나비부인'(1904)과 함께 푸치니의 3대 걸작으로 손꼽히는 '라보엠'은 1896년 2월 1일 토리노 왕립극장에서 초연됐다. 19세기 프랑스 파리의 초라한 아파트 다락방을 배경으로 시인·화가·음악가 등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의 삶과 우정, 사랑을 그린다. 연말에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으로, 뮤지컬 '렌트'의 원작이기도 하다.

    2012년 서울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라보엠'을 올린 경험이 있는 박평준 예술총감독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고 사랑받는 오페라가 '라보엠'이다. 오페라를 처음 보는 관객의 10%라도 오페라의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은 빔프로젝터와 미디어아트 기술을 활용해 입체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무대 뒷면과 객석 좌우 벽면에 영상을 송출해 당시 파리에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극장 3면을 미디어 파사드로 채우는 일은 드문 일이다.

    주인공 '미미' 역에 소프라노 윤정난·이다미, '로돌포' 역은 테너 신상근·김효종, '마르첼로' 역에는 바리톤 강형규·최병혁 등이 캐스팅됐다. 연주는 지휘자 김덕기가 이끄는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나서며, 양수연이 연출로 참여한다.

    '라보엠'은 서울·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공연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장길황 제작총감독은 "지역 문예회관이 오페라를 제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장흥에서는 오페라가 처음 공연된다. 공연 시작 전 작품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 오페라 입문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출 예정이다"고 말했다.
  • ▲ 왼쪽부터 서정림 성남문화재단 대표이사, 정구호 연출, 파트릭 랑에 지휘자, 소프라노 임세경, 테너 이범주.ⓒ성남문화재단
    ▲ 왼쪽부터 서정림 성남문화재단 대표이사, 정구호 연출, 파트릭 랑에 지휘자, 소프라노 임세경, 테너 이범주.ⓒ성남문화재단
    성남문화재단은 '나비부인'을 오는 12~15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한다. 성남시 승격 50주년 기념 작품이자 성남아트센터가 2017년 '탄호이저' 이후 6년 만에 제작하는 오페라다.

    '나비부인'은 존 루터 롱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일본의 나가사키 항구를 배경으로 미국 해군 장교 핑커톤과 집안이 몰락해 게이샤가 된 초초상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다. 돌아오지 않을 남편을 홀로 기다리다 최후를 맞는 초초상의 이야기를 푸치니 특유의 서정적이고 극적인 선율로 그려낸다.

    디자이너 정구호가 무대 연출과 조명·영상 디자인을 맡아 작품의 시대·공간적 배경을 기존의 19세기 일본에서 서기 2576년 우주로 설정했다. 엠포리오 행성의 사령관 핑커톤이 평화 협상을 위해 파필리오 행성으로 파견되고, 파필리오의 공주 초초상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로 풀어낸다. 

    눈(目)과 우주 행성을 형상화한 흰색의 회전 무대로 구성되며, 장면에 따라 조명과 LED 스크린을 통해 공간을 이미지로 구현하는 등 실험적인 시도가 이어진다. 오페라 특성상 아리아의 가사를 연출 의도에 맞게 바꾸기 어렵다. 노래는 이탈리아어 원곡 그대로 두고 한국어 자막만 수정해 극의 이해를 도울 예정이다. 

    정구호 연출은 "원작의 제국적인 요소와 남존여비의 관계를 벗어나고자 했다"며 "그동안 본 적 없었던 새로운 '나비부인'이지만 작품의 본질인 인간에 대한 이야기, 사랑에 대한 영원불변의 메시지는 유효하다. 음악이 주는 아름다움과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관객들은 감동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휘는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파트릭 랑에가 나서며 코리아쿱오케스트라, 노이오페라코러스와 호흡을 맞춘다. 파트릭 랑에는 2014년 국립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를 지휘한 경험이 있다. '초초상' 역에 소프라노 임세경·박재은, '핑커톤' 역에는 테너 이범주·허영훈이 출연한다.

    서정림 성남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최근 몇 년 동안 제작되지 않은 작품이고, 관객도 보고 싶어한다고 생각해 '나비부인'으로 최종 결정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창작 오페라 제작을 통해 제작 극장으로서의 명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