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선거 결과 바꿀 뻔한 중대한 범죄""사실확인 없이 무차별 보도‥ 언론이길 포기해"
  • ▲ 대통령선거 이틀 전, '김만배 허위 인터뷰'를 여과없이 인용보도한 MBC 뉴스데스크.
    ▲ 대통령선거 이틀 전, '김만배 허위 인터뷰'를 여과없이 인용보도한 MBC 뉴스데스크.
    20대 대통령선거 3일 전 뉴스타파가 '김만배 허위 인터뷰'를 내보내고 유수 언론들이 이를 검증도 없이 받아쓴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선거 개입 행위'라며 검찰 수사로 위법성이 확인되면 관계자 전원에게 최고 수준의 법적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강한 비판이 언론계에서 제기됐다.

    언론비평시민단체 '미디어연대(상임대표 황우섭)'는 11일 배포한 성명에서 "대장동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 씨와 신학림(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씨의 '허위 인터뷰' 의혹이 언론계와 정치권 등에 일파만파 충격을 일으키고 있다"며 "현재까지 밝혀진 의혹의 개요는 김씨가 2021년 9월 15일 신씨를 만나 '2011년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수사 당시 주임 검사이던 윤석열 중수2과장이 대장동 개발 관련 대출 브로커 조우형 씨의 수사를 덮어줬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고, 신씨로부터 두 사람 간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을 전달받은 뉴스타파가 인터뷰 6개월 후이자 대선을 사흘 앞둔 지난해 3월 6일 사실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채 해당 인터뷰를 보도해 대선 표심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미디어연대는 "녹취파일 원본을 확인한 결과 '2011년 수사 당시 사건 주임 검사인 윤석열 중수2과장이 피의자 조우형 씨를 불러 커피를 제공한 뒤 그냥 돌려보냈다'는 취지의 김씨 발언은 애초부터 거짓이었다"며 "조씨마저 자신을 조사한 이는 박OO 검사로, 윤석열 중수2과장은 알지도 못한다고 밝힌 바 있다"고 짚었다.

    "나중의 일이지만,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된 윤석열 현 대통령 역시 대선 토론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부터 '커피 제공설' 관련 질의를 받자 어이없어하면서 조씨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고 밝힌 미디어연대는 "신씨가 인터뷰 닷새 뒤 자신의 저서(대한민국을 지배하는 혼맥지도) 3권의 '책값 명목'으로 김씨로부터 1억6500만원을 받은 사실도 드러나, 검찰이 배임수재·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디어연대는 "이런 희대의 허위 인터뷰는 뉴스타파의 첫 보도 직후 JTBC·MBC·KBS·YTN·연합뉴스TV·경향신문 등 수많은 매체가 별도의 사실 확인 없이 그대로 받아 뉴스화했다"며 "이재명 후보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다른 언론이 따라가기도 전에 재빨리 자신의 페이스북에 뉴스타파 보도 내용을 올리고 지지자들에게 이를 널리 알리도록 독려했다"고 상기했다.

    "이는 인터뷰 및 보도 관계자들과 이 후보 간 모종의 사전 연결 관계를 강하게 시사하는 대목으로,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진실을 규명해야 할 중대 사안 중 하나"라고 강조한 미디어연대는 "대선을 불과 사흘 앞두고 쏟아진 이들 매체의 허위보도는 '대장동 사건의 몸통'이 이재명 후보에서 졸지에 윤석열 후보로 바뀌는 결과를 초래해 대선 표심에 큰 변화를 초래했음이 분명하다"며 "실제로 개표 결과 두 대선 후보 간 표차는 0.7%로 박빙이었고, 선거일까지 시간이 좀 더 남아 있었다면 당선자가 뒤바뀔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고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문제의 허위 인터뷰로 인해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의 판이 뒤흔들린 순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한 미디어연대는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로만 봐도 김씨와 신씨가 허위 인터뷰를 진행하고, 신씨가 뉴스타파에 녹음파일을 전달해 대선 직전 보도하게 한 행위는 대선에 개입해 심대한 영향을 미치려는 불순한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며 "허위 인터뷰를 최초 보도한 뉴스타파와 이 매체 보도를 별도 확인 없이 무작정 따라 기사화한 언론사들은 특정 정파의 하수 기관 역할을 했고, 공정성과 독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난했다.

    미디어연대는 "검찰 조사를 받은 조우형 씨나 조사를 벌인 검찰에 인터뷰 내용을 한 번만 확인해도 사실 여부를 알 수 있었다"며 "뉴스타파를 시작으로 해당 언론사들이 최근 잇따라 사과문을 내고 사실관계 미확인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오보를 냈다고 사과했지만, 그것으로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절대로 아니"라고 꾸짖었다.

    "국민의힘은 지난 7일 김씨와 신씨 두 사람과 뉴스타파·KBS·MBC 소속 기자 7명 등 총 9명을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며 이와는 별도로 서울중앙지검이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수사를 진행 중인 상황을 거론한 미디어연대는 "이 사건은 김씨와 신씨 두 사람과 일부 언론사 만에 의해 자행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많은 만큼, 어떤 정치세력이 배후에 있는지도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연대는 "또한 문재인 정권 당시 검찰이 김씨의 허위 인터뷰에 대한 진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왜 그냥 침묵했는지도 꼭 밝혀야 할 사안"이라며 "인터넷매체 등을 감독하는 기관은 검·경 수사와는 별도로 이번 사건에 대해 특별 조사와 심의를 벌이고, 관련 법률과 규정을 위반한 언론사와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엄중한 제재와 징계를 내려, 국기를 문란하게 하는 가짜뉴스가 더는 우리 사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