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복수혈전’, 과정은 ‘노무현 시즌2’, 결과는 ‘국민 심판’
  • 무지와 몰상식의 ‘끝판왕’이었던 문재인 정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 문 정권은 부동산 분야에서도 역대 최악의 정부였다.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지적하는 데는 통계나 역대 정부와의 비교 수치 등을 거론할 필요도 없다. 문 정부가 무슨 대책만 내놓으면 여지없이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 한 마디로, 문 정부 임기는 ‘집값 대폭등시대’였다.

    문 대통령 임기 중엔 ‘자고나면 1억 원씩 집값이 올랐다’는 식의 이야기가 만연했고, 3040세대와 무주택자들의 설움과 자조가 담긴 ‘이생집망’(이번 생에 집 사기는 망했다)이나 ‘리터루족’(리턴과 캥거루족의 합성어, 주거비용을 감당치 못해 다시 부모의 집에 들어가 사는 청년세대), ‘패닉 바잉’(Panic Buying, 공황매수) 등의 신조어들이 유행했다. 문 정부는 정책이 기능할 수 있는 여건을 사전에 조성하지 않은 채, ‘안 되면 말고 식’으로 정책을 추진했다. 추진과정에서는 갈팡질팡하며 그때그때 달라졌고, 문제가 드러나면 이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회피하는데 급급했다.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살펴보면, 관련 분야에 대한 무지와 몰상식, 그리고 무책임하고 태만한 국정운영 자세가 오롯이 드러난다.

    다주택자를 ‘공공의 적’으로 취급한 문 정부

    문 정부 출범 전부터 시중에는 막대한 유동자금이 풀려있었다. 유동성이 폭증하면 돈의 값어치가 떨어지게 되고, 그만큼 자산가격은 오르게 마련이다. 문 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짜면서 이런 기본적인 사실조차 간과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을 부동산 공급 부족이 아니라, 시중의 과도한 현금 유동성으로 지목하고 수요 억제에만 매달렸던 것이다.

    문 정부는 주택시장 상황에 대한 진단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 공급이 충분하다는 주장을 견지(堅持)했지만, 이는 무지의 소치다. ‘살 만한 주택이 부족해서 집값이 오르는 게 아니라 투기세력 때문에 집값이 오르는 것’이라는 김현미 국토부장관의 취임사는 문 정부의 인식과 정책방향이 얼마나 시장과 동떨어진 것인지 잘 보여준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더 크고 좋은 집, 더 좋은 주거환경 등에 대한 기대도 커지게 마련이다. 3만불 시대에 걸맞은 주택의 대량공급을 원하는 수요자들의 요구는 당연한 것이다. 2019년 발표된 주거실태조사만 보더라도, 자가보유율은 61%대였으나, ‘내 집을 꼭 마련하겠다’는 응답자가 84%로 역대 최고치였다.

    게다가 문 정부는 처음부터 부동산 상승의 원인을 ‘투기 수요’와 ‘편법 거래’라고 단정했다. ‘1가구 1주택은 선(善), 1가구 2주택 이상은 악(惡)’이라는 식의 생뚱맞은 논리를 부동산 시장에 적용했다. ‘1가구 1주택’은 모든 국민에게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박정희 대통령의 목표였는데, 이를 문 정부가 이념화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의 1가구 1주택은 선(善)이었으나, 문 대통령의 1가구 1주택은 악(惡)이었다.

    이런 발상을 가진 문 정부는 다주택자들을 부동산 시장을 교란하는 ‘공공의 적’으로 취급했다. 그리고 투기와 전쟁하듯이 금융, 세제, 매매 등 관련 규제방법만 줄줄이 쏟아냈다. 시종일관 수요 억제에만 치중해 실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의 공급부족 상태를 한층 더 악화시켰다.

    문 정부는 규제만 할 줄 알았을 뿐, 가장 기초적인 시장의 수요공급 원리를 고려한 정책은 제대로 편 적이 없었다. 그저 노무현 정부가 30여 차례 규제책을 내놓고도 집값을 잡지 못했던 기억만 떠올리게 했을 뿐이다.

    김수현 등용은 ‘노무현 되살리기(?)’


    시장은 이런 문 정부의 패착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문 정부가 출범할 때부터 부동산 업계에서는 ‘학습효과가 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돌았다. 노무현 정부와 같은 시장 인식을 가지고 정책을 펼칠 것이니 집값 상승은 예정된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문 정부는 이념과 정책은 물론 인적으로도 노무현 정부를 계승했기 때문이었다.

    시장의 예상을 확신으로 만든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였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과 사회정책비서관으로 일하며 부동산 정책을 주관했던 김수현 교수(세종대)를 청와대 사회수석으로 등용해 부동산 정책의 설계를 맡겼다. 당시 경제부총리나 국토부 장관, 경제수석이 아닌 사회수석에게 경제정책인 부동산 정책을 맡긴 것에 많은 이들이 의문을 가졌다.

    사회수석에 이어 정책실장을 지낸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부동산 규제 종합세트’로 불리는 8·31 부동산 대책을 설계했다. 8·31 대책은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 확대, 종부세 가구별 합산과세, 양도세율 중과 등 강력한 규제책을 포함하고 있었다.

    김 실장은 2011년 <부동산은 끝났다>라는 책에서 부동산 시장을 ‘하이에나가 우글거리는 정글’로 묘사한 뒤, ‘우리 사회는 끊임없는 공급부족론의 미혹에 빠져 있었다’며 주택공급 대신 투기세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에 두 번째 들어가서도 그의 소신은 바뀌지 않았다. 2017년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서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수현 실장은 노무현, 문재인 두 정부를 거치면서 부동산 가격의 오름 조짐이 보일 때마다 땜질식 수요 억제책을 발표해 시장에 불을 질렀던 인물이다. 부동산 가격 대폭등의 주범이라 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사과까지 할 정도로 처참한 실패를 낳았던 인물에게 또다시 부동산정책을 맡긴 문 대통령의 속내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복수혈전을 벌여 ‘노무현 되살리기’를 의도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한심한 처사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으로 실패한 정권재창출


    문 정부는 폭등하는 집값을 잡겠다며 부동산 대책을 무려 28번이나 내놓았다. 그렇지만 모두 헛일이었다.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은 10억 원을 넘었고,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꿈은, 말 그대로 꿈이 돼 버렸다. 부동산 양극화는 더 심화됐고, 극심했던 전세난은 전세사기꾼들의 먹잇감이 되고 말았다. 종합부동산세에다 건강보험료 폭탄까지 맞은 주택소유자들의 ‘집값은 정부가 올려놓고 왜 우리한테 벌주느냐’는 아우성도 잦아들지 않았다.

    특목고 폐지 정책으로 대안을 찾아 강남으로 쏠리면서 집값이 올랐다. 부동산 임대사업자에게 혜택을 주면서 부동산 대량 매집이 일어나 집값 상승의 한 요인이 됐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자리와 교육 등의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된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 결과였다. ‘부동산 가격을 잡으면 피자 한판을 쏘겠다’는 문 대통령의 말처럼 부동산 안정이 간단하고 쉬운 문제였다면 ‘부동산 불패신화’라는 말은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문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결과는 노무현 정부의 판박이였다.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 끝났다’고 호언장담했던 문재인 정부는 결국 부동산으로 정권재창출에 실패했다.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시작은 ‘복수혈전’이었고, 과정은 ‘참여정부 시즌2’였으며, 결과는 ‘국민심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