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진술서 쓰기 전, 학생들끼리 '화해' 안 해"교사 주장 인용해 "화해했던 제자 없다" 못 박아이튿날 "화해 있었던 건 맞다"며 화해 사실 인정MBC노조 "왜 당사자 증언 무시‥3자 말만 듣나?"
  • ▲ 지난 17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아들이 피해 학생과 화해한 적은 있지만 학폭은 지속됐다'는 하나고 교사의 주장을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
    ▲ 지난 17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아들이 피해 학생과 화해한 적은 있지만 학폭은 지속됐다'는 하나고 교사의 주장을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
    지난 16일 전직 하나고 교사 A씨의 증언을 소개하며 '2012년 3월 당시 A씨를 찾아온 피해 학생 중 누구도 이미 화해했던 제자는 없었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했던 MBC 뉴스데스크가 하루 만에 'B학생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아들과 화해한 건 맞다'며 종전 주장을 번복하는 보도를 해 논란을 빚고 있다.

    "당사자 입장 뭉갰다" 본지 지적에, B씨 입장 보도


    앞서 이 후보자의 아들 C씨에게 학교폭력(학폭)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B씨로부터 "진술서를 쓰기 전 이미 C와 화해했다"는 입장문을 받고도, 이를 보도하지 않고 이 후보자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를 이어간 뉴스데스크는 지난 12일 본지가 <[단독] "이동관 아들과 화해, 학폭 아니다" 당사자 입장문 뭉갰다… MBC '보도 정치' 논란>이라는 기사로 이 사실을 지적하자, 이날 오후 "피해자로 지목된 B학생이 '1학년 1학기에 이미 화해한 상황이었다. 저를 피해자로 낙인찍지 말아달라'는 입장문을 냈다"고 짤막하게 보도했다.

    그러나 뉴스데스크는 "당시 피해 학생들을 상담했던 교사의 증언은 다르다"며 "B학생을 포함한 피해 학생들이 1년 뒤인 2012년 A씨를 찾아가, '너무 아프게 맞았다' '다른 선생님들은 무서워서 전달을 못하겠다'고 도움을 요청해 A씨가 학생들로부터 진술서를 받게 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학폭 발생 1년이 지난 시점이지만, 화해가 이뤄졌다고 보긴 어려운 정황"이라며 자신의 아들과 피해자가 이미 화해한 상태였다는 이 후보자의 해명에 의구심을 드러낸 뉴스데스크는 지난 16일 또다시 A씨를 등장시켜 <[단독] 2012년 하나고 교사의 증언 "학폭에 고통 호소‥화해 없었다">는 리포트로 '피해 학생들이 진술서를 쓰기 전, 이 후보자의 아들과 화해한 적이 없다'는 종전 주장을 되풀이했다.

    "진술서 쓰기 전, 이 후보자 아들과 화해한 적 없어"

    이 리포트에서 뉴스데스크는 "진술서를 쓴다는 것은 화해가 되어서 진술서를 쓰는 건 아니겠죠" "어려움을 호소한 시기인 2학년 초기, 학생들의 몸엔 화해를 통해서, 조화로운 평화의 몸을 가지고 있진 않았습니다"라는 A씨의 주장을 가감 없이 전하며 "언론사 인터뷰에 처음 응한 이 교사가 취재진에게 밝힌 일관된 입장은, 자신을 찾아온 피해 학생 누구도 그 당시 이미 화해했던 제자는 없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제목부터 "당시 화해는 없었다"는 점을 거듭 역설한 뉴스데스크는 보도 직후 이 후보자 측이 "A교사의 인터뷰는 익명 뒤에 숨은 일방적 주장을 넘어 악마의 편집이라는 의구심을 감출 수 없다" "'가해 학생이라 불리는 친구로부터 사과를 받고 1학년 1학기에 이미 화해한 상황이었고, 뒤에는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었다'는 B씨의 입장을 함께 보도하지 않았다"고 항의하자, 이튿날 이를 재반박하는 후속 기사를 냈다.

    뉴스데스크는 지난 17일 <일방적 주장?‥"1학년 때 합의했다 말하는게 일방적">이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이동관 후보자는 또, 어제 MBC의 학폭 관련 보도에 대해 '익명 뒤에 숨은, 교사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했는데, 해당 교사는 '정작 일방적 주장은 이동관 후보자가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며 A씨와 추가로 인터뷰한 내용을 소개했다.

    "화해가 있었던 건 맞겠지만 학폭은 지속됐다…"

    뉴스데스크는 "지난 6월 피해 학생 B는 1학년 1학기에 이동관 후보자 아들과 화해를 했다고 주장했는데, 확인된 피해 학생은 B학생 외에도 3명이 더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아이는 1학년 때 합의했다라고 말하는 게 일방적인 것"이라는 A씨의 주장을 덧붙인 뉴스데스크는 "이동관 후보자는 B학생과의 화해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나머지 3명과 화해했는지 여부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2012년 당시 B학생이 쓴 진술서를 보면 화해했다는 걸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들이 등장한다"고 소개했다.

    "게다가 다른 피해학생의 진술서에는 '이동관 후보자의 아들이 B학생과 다른 학생을 서로 때리게 했다'는 내용이 등장한다"고 밝힌 뉴스데스크는 "당시 하나고 교사는 화해가 있었던 건 맞겠지만 학폭은 지속됐다고 말한다"며 "합의를 하고 몇 달 만에 또 사소한 사건이 일어났죠. 또 합의를 했죠. 그래오다가 2학년 때 또 사건이 일어났죠. 그리고 또 (제게) 왔어요"라는 A씨의 발언을 그대로 전했다.

    그러면서 "A씨는 '당시 화해를 말했었던 건 예상보다 상황이 심각해진 것에 대한 부담 때문일 것'이라고도 말했다"고 덧붙였다.

    뉴스데스크는 "당시 하나고 교사 A씨는 이동관 후보자의 말처럼 학생들 사이에 화해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학폭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면서 "학폭 사건은 우리 모두가 고쳐나가야 할 사회적 현상"이라며 "반성하는 모습이 아쉽다"는 A씨의 주장으로 리포트를 마무리했다.

    "당사자 말은 무시… 제삼자 말만 듣는 MBC"

    이처럼 '진술서를 쓰기 전, 이 후보자의 아들과 화해한 학생은 없었다'고 단정보도했다가 하루 만에 '화해가 있었던 건 맞다'고 태세를 전환한 뉴스데스크의 리포트가 방영되자, MBC 내부에서 "당사자의 말은 무시하고, 제삼자의 말만 듣는 MBC 뉴스"라는 비판의 소리가 나왔다.

    MBC노동조합(3노조, 위원장 오정환)은 18일 배포한 성명에서 "뉴스데스크가 지난 16일에는 '이 교사가 밝힌 일관된 입장이 있다. 자신을 찾아온 피해 학생 누구도 그 당시 화해했던 제자는 없었다는 점'이라며 화해가 없었음을 거듭 강조했는데, 17일에는 '하나고 교사는 화해가 있었던 건 맞겠지만 학폭은 지속됐다고 말한다… 교사는 이동관 후보의 말처럼 학생들 사이에 화해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학폭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고 말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무슨 말을 하려는 건가? 화해가 있었다는 건가 없었다는 건가?"라고 되물은 MBC노조는 "이 후보 측에서 학폭이 없었다고 부인하기라도 했느냐"며 "지금 그 전 하나고 교사라는 분이 누군지는 따지지 않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결국 지금 상태에선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사안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단정한 MBC노조는 "그런데 왜 MBC는 한쪽 말만 듣느냐"며 "MBC시사·보도 프로그램 제작준칙에도 '고발이나 비판적 보도의 경우 그 대상의 반론을 특별히 존중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균형감각이 생명인 공영방송의 기자라는 사람들이 '견고한' 선입견을 자랑하며 정치적 싸움의 당사자 역할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스러울 뿐"이라고 비판했다.

    B씨 입장은 간략히… 하나고 교사 증언은 거듭 강조

    또한 MBC노조는 앞서 이 후보자 측이 'B씨의 입장문을 입수하고도 보도하지 않았다'고 MBC 측에 항의한 것과 관련, "뉴스데스크가 'MBC는 관련 내용을 전달받은 뒤 확인 절차를 거쳐 지난 6월 12일 보도했다'고 해명했다"며 <"진영의 나팔수?"‥"후보자가 나팔수 만드는 역할">이라는 제목의 17일 자 리포트를 거론했다.

    MBC노조는 "우선 MBC가 이 사안을 어떻게 다뤘는지 한번 따져보자"며 "지난 6월 11일 피해 학생의 입장문이 나오자, 거의 모든 언론이 '이미 화해한 상태였다'는 내용을 보도했다"고 되짚었다.

    "그런데 유독 MBC만 그 '불편한' 내용을 전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MBC노조는 "그러다가 다음 날 우리 노조를 비롯해 곳곳에서 MBC의 불공정성을 지적하자 하루 늦게 피해자의 입장문을 1줄 면피하듯 소개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MBC노조는 "그래놓고 '우리는 6월 12일 보도했다'라고 하는 건 시청자를 우롱하는 짓"이라며 "더 웃긴 건, 6월 12일에도 MBC는 피해자의 입장문은 고작 한 줄만 전하면서, 피해자의 진술을 못 믿겠다는 듯 교사의 반론을 훨씬 더 비중있게 다뤘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8월 16일 보도에서 하나고 교사의 증언을 보도할 때 피해 학생의 증언도 같이 소개하는 게 언론의 기본 자세 아니겠느냐"고 꾸짖은 MBC노조는 "정말 비참한 것은 왜 MBC는 피해 당사자의 증언은 무시하고 제삼자인 교사의 말만 들으려 하느냐는 것"이라며 "이는 자신들의 정치적 의도와 목적에 맞는 팩트만 취사선택하는 저급한 사이비언론의 행태"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