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엔 ‘젬병’, 조작엔 ‘귀신’
  • ‘벼락거지’ 양산한 문재인 정부

    문재인 정부는 대한민국 경제를 실험실의 생쥐처럼 갖고 놀았다. 검증되지도 않은 어설픈 경제 논리를 임상실험 하듯이 현장에 적용했다. 정치 논리를 앞세워 시장을 왜곡하고 경제 논리를 철저히 외면했다. 그도 모자라 각종 통계 수치를 조작해 자기방어와 자화자찬의 도구로 써먹기까지 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두려움이나 거리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지속가능한 대한민국 경제를 만들어 줄 것처럼 국민들을 호도하고 현혹했다.

    대한민국 경제와 국민을 ‘마루타’처럼 취급한 문 정부의 반(反)시장, 반(反)기업적 정책실험 결과는 끔찍했다. 집권 5년 만에 국가채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빈부격차는 더 벌어졌다.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몰락했고, 비정규직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기업은 손 봐야할 대상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각종 규제로 기업 활동을 옥죄었고, 중소기업은 일거리가 있는데도 직원들의 근무 제한시간 탓에 일을 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았다.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이라고 평가받던 원자력발전산업은 국민생존을 위협하는 괴물로 만들어 끝장내려 했고, 멀쩡한 4대강 보는 혈세를 들여 해체해 치수(治水)를 포기했다. 이전까지 큰 문제가 없었던 아파트와 주택 가격은 미친 듯 폭등했고, 내 집 마련을 위해 ‘영끌’했던 청년과 무주택자는 하루아침에 ‘벼락거지’가 되고 말았다.

    ‘통계 조작’으로 연명한 ‘정책실험’

    문 정부의 정책실험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는 그들이 각종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에서 극명해진다. 현재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감사원 조사만 놓고 보면 단순한 의혹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 정부 때 발표된 각종 통계수치는 현장에서 체감하는 것과는 동떨어진 게 많아 말이 많았다.

    문 정부의 통계 조작은 문 정부 스스로도 경제 정책실험이 잘못된 것임을 충분히 자각하고 있었다는 강한 반증이다. 국정운영 능력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양심과 도덕성도 갖추지 못한 파렴치한 정부였음을 통계 조작으로 자인한 것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문 정부의 통계조작 의혹은 세 줄기다. 첫째는 소득관련 통계다. 2018년 5월 24일 발표된 통계청의 1분기 가계 동향조사는 문재인 정부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3년 이래 빈부격차가 최악으로 벌어졌다는 취지의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출범 직후 ‘소주성’(소득주도성장)을 내세워 최저임금을 크게 올렸지만, 2018년 1분기 하위 20% 소득은 오히려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문 정부의 대표적 정책실험인 ‘소주성’의 효과가 기대와 다르게 나오자, 그 설계자인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이 잽싸게 움직였다. 가계 동향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튿날 홍 수석은 가구의 식별정보까지 포함된 마이크로데이터를 구두로 통계청에 요청했고, 이를 받은 강신욱 보사연(보건사회연구소) 실장은 서둘러 재가공한 보고서를 만들어 청와대에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나흘 뒤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라거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증가 때문이라는 진단이 성급하게 내려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 정부가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당당히 말했다. 강신욱 실장이 재가공한 보고서를 토대로 한 발언이었다.

    비공개 자료가 유출되고 재 가공되는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됐던 황수경 당시 청장은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며 이임식에서 눈물을 훔쳤으나, 같은 날 강신욱 신임청장은 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장관님들 정책에 좋은 통계로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현실이 반영된 정책 수립 근거를 제시해야 할 통계청이 정권의 실정을 감추는 ‘포장청’으로 전락한 순간이었다.

    둘째는 고용관련 통계다. 문 정부는 핵심 정책 실험 중 하나였던 ‘비정규직 제로화’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발표가 나오자 또 다시 비상이 걸렸다. 통계청은 2019년 10월 29일,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 수가 1년 전보다 86만7000명 늘어난 748만1000명이라고 발표했다.

    그러자 강신욱 청장은 ‘조사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에 과거와 비교하면 안 된다’고 강변했다. 황덕순 당시 청와대 일자리 수석도 통계청 발표 이튿날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과거 질문이라면 정규직으로 조사됐을 사람들이 비정규직으로 조사됐다’며, 비정규직이 폭증한 것에 대해 ‘그렇지 않은 다른 통계의 결과들도 정부가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비정규직이) 역대 최대라고 하는 것은 상당한 과장’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질문지는 전년도와 동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노인 알바 일자리를 수십만 개씩 만들어 고용통계를 부풀렸고, 임신이나 질병 등으로 시간제 근무를 하는 근로자를 비정규직통계에서 제외시켰다. 심지어 통계 조작에 관여한 직원에겐 인사특혜를 줬다. 이쯤 되면 통계청의 존재이유는 무색해진다.

    셋째는 집값과 관련한 통계다. 한국부동산원(부동산원)의 집값 통계인 ‘주간 주택가격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주간주택가격 동향조사)’이 인위적으로 조작된 정황이 포착됐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부동산원의 주간 주택가격 동향조사 잠정치를 공식 발표하기 2,3일 전 매주 사전보고 받았는데, 청와대에 사전 보고 된 잠정치보다 부동산원이 발표한 집값 통계 수치가 더 낮은 경우도 수차례나 있었던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조사 방법의 한계에 의한 ‘통계 착시’라기보다는 정치적 의도로 수치를 왜곡한 ‘통계 마사지’로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런 통계를 근거로 2020년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은 ‘3년간 서울 집값이 11% 올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값 상승률이 52%에 달한다’고 반박했다. 문 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집값 상승률 통계와 부동산 시장에서 체감하는 집값 상승률의 괴리가 컸던 것도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국가통계 조작’은 대국민 사기극


    잘못된 통계와 수치 분석은 엉터리 정책을 낳고, 국민을 나락으로 빠뜨린다. 그것은 망국의 전조(前兆)와 같다. 그리스는 재정적자통계를 조작했다가 국가부도를 맞았고, 김영삼 정부는 잘못된 통계를 바탕으로 주요 거시경제지표(fundamental, 성장률, 물가상승률, 실업률, 경상수지 등)가 튼튼하다고 우기며 손 놓고 있다가 외환위기(IMF)를 맞았다.

    국가통계 조작은 현실 진단과 정책 수립을 망치는 심각한 범죄행위다.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사기극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문정부가 정권 유지를 위해 부동산 관련 통계를 인위적으로 조작했다면 그것이 바로 국정농단’이라고 한 것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대한민국 경제를 망치면서 이를 감추려 의도적으로 통계를 조작해 국민을 속였다. 이렇듯 문 정부는 경제를 비롯한 국정운영에는 ‘등신’이었지만, 조작과 선동에는 ‘귀신’이었다.

    제대로 된 경제 논리도 갖추지 못한 문 정부의 ‘무대뽀’ 정책실험은 결국 대형경제참사를 야기했다. 이런 문 정부의 일탈에 대해 우려와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임기동안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문 정부는 마이동풍(馬耳東風)하며 ‘마이 웨이(My Way)’만을 고집했다. 한 술 아니, 몇 술 더 떠 자화자찬까지 이어갔다.

    문 정부가 일으킨 대형경제참사의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런 문 정부의 자화자찬에 현혹돼 찬동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를 단순히 ‘실패했다’는 한 마디로 끝낼 수 없는 이유다.


     - 다음 회에는 <‘마루타’로 만든 대한민국 경제 2> - ‘소득주도빈곤으로 끝난 문 정부의 소주성 정책실험’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