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분양대행업체 대표 이기성 씨, 김용 재판서 증언"친누나 김명옥 씨 이름도 빼 달라고 요구"… 그렇게 내용증명 새로 작성
  • ▲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외사촌인 대장동 분양대행업자 이기성 씨가 '대장동 비리사건'을 폭로하기 위해 투서를 작성하자,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자신의 친누나의 이름을 빼 달라고 요청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김씨의 친누나 김명옥 씨는 천화동인3호 사내이사로도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는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를 받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공판을 열고 이씨를 증인으로 불렀다. 

    이씨의 증언은 2020년 3월10일 화천대유에 보낸 내용증명 초안에 해당하는 투서와 관련한 검찰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검찰은 투서를 증거로 제시하며 "남욱과 대화를 하기 위해 검찰청에 보낼 목적으로 이 문서를 작성했느냐"고 물었다. 

    이씨는 "(남욱이) 계속 피해 다니다 보니 감정이 격해졌다"며 "악감정이 폭발해 실제로 저 투서장을 접수하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씨는 2014년 당시 대장동사업 주도권을 쥔 남욱(천화동인4호 소유주) 변호사와 용역계약을 했다. 남 변호사는 이씨에게 사업을 위한 운영비 및 로비 자금 명목으로 현금을 요구했고, 이씨는 약 42억5000만원을 건넸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사업 주도권이 남 변호사로부터 김씨에게 넘어갔고, 이씨 역시 계약규모가 줄어드는 등 타격을 입었음에도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씨는 2020년 초 남씨가 대장동 민간사업자 지분 25%를 받아 1000억원 상당의 수익을 챙긴 사실을 알게 됐다. 배신감을 느낀 이씨는 기존 계약보다 줄어든 자신의 몫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내용증명을 보냈다.

    초기에는 검찰청에 투서를 직접 접수하려 했으나, 김씨의 만류로 내용을 일부 변경해 내용증명 형식으로 화천대유에 보냈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투서장을 검찰에 접수하기 전에 이를 김만배와 이성문에게 보여준 사실이 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이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검찰은 "당시 김만배가 유동규 이름을 빼라고 요구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씨는 "그렇다. 아무래도 (김만배) 본인과 관계도 있다 보니 불똥이 튈 것 같아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또 "아, 김명옥 씨의 이름도 빼 달라고 했다. 김명옥 씨는 김만배의 누나였으니까. (유동규와 김명옥) 그 두 분의 이름은 (김만배 본인에게) 문제가 될 것 같아서 그랬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후 다시 작성한 내용증명에는 '이재명의 최측근 유동규'라는 문구가 '이재명의 최측근 등'으로 바뀌고 김명옥 씨의 이름도 삭제됐다.

    해당 내용증명은 이씨와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조성한 자금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재선을 위한 선거자금에 쓰였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내용증명이 화천대유 및 남 변호사에게 전달된 이후 이씨는 48억원을 수표로 받고, 유씨의 요구에 따라 내용증명에 기재된 사실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입막음확인서'를 작성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