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태양절 맞아 당과류 간식 지급 및 각종 행사 개최주민들, 저품질·생활고 등 이유로 장마당에 선물 내다 팔아北, 주민 세 부담으로 선물 마련… 행사 연습 강제 동원도 불만"하루 한끼도 어려운데 어떻게 김일성 충성 노래를 부를까"
  • ▲ 북한 김일성 주석의 생일 (태양절·4월 15일) 111주년을 기념하여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청년학생들의 야회 및 축포발사가 진행됐다고 조선중앙TV가 1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 북한 김일성 주석의 생일 (태양절·4월 15일) 111주년을 기념하여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청년학생들의 야회 및 축포발사가 진행됐다고 조선중앙TV가 1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최대 명절인 김일성 주석의 생일 '태양절'을 맞아 주민들에게 간식을 선물하고 각종 행사를 개최했지만, 생활고에 시달리는 주민들은 조선노동당이 제공한 물품을 장마당에 내다 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먹고 살기 어려운 판에 무슨 태양절이냐"는 주민들의 반발이 고조됨에 따라,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 정권의 '3대 세습' 신화에 균열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4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태양절(4월 15일) 111주년을 기념해 예년과 같이 어린이들에게 당과류 간식을 지급했다. 그러나 '수령님의 선물'임에도 저급한 품질임과 동시, 주민 세 부담으로 마련된 것임을 아는 주민들은 이를 탐탁치 않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北 주민, 당국 태양절 선물에 '시큰둥'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 RFA에 "올해도 당국은 어린이를 왕으로 떠받들며 사랑했던 어버이수령님(김일성 주석)의 뜻을 받들어,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또 다시 어린이들에게 당과류 간식을 태양절 선물로 공급했다고 선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히려 어린이들은 태양절이 다가오면 할머니의 선물을 기다리고 있다"며 "(아이들에게는) 장마당에서 할머니가 사주는 고운 옷이 더 좋고 (할머니가 사주는) 당과류 간식이 더 맛있다"고 밝혔다. "(어린이들은) 태양절 선물 당과류가 고마워 눈물을 흘리기보다 시큰둥한 반응"이라고도 했다. 

    특히 당국이 선물한 당과류 간식이 품질 면에서 저급해 아이들에게 먹이지 않고, 장마당에 팔아 생활비를 마련하려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이번 선물 당과류도 1월 8일(김정은 생일)과 2월 16일(김정일 생일)에 공급한 것과 품질이 비슷하다"며 "당에서 선물의 품질을 높이라고 강조하지만, 지역의 자체 생산이다보니 재료가 제대로 없어 품질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개 비판 알면서도 '수령님 선물' 팔아

    그러면서 소식통은 "어린이 선물은 사탕과 과자, 엿, 쌀강정, 콩알사탕, 껌으로 정해져 있는데 품질 불량으로 아이들이 선물을 받기도 전에 깨지고 부서져 있다"며 "일부 주민들은 자식에게 당과류를 먹이지 않고 팔아서 쌀을 사거나 제사상에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태양절 선물이 당국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해 지급하는 간식이 아닌, 주민 세부담으로 마련된 것임을 잘 아는 북한 주민들 입장에선 이를 달가워할 수 없단 지적도 제기됐다. 

    RFA는 "북한 주민들은 물론, 어린이들까지 이제는 태양절 기념 선물 당과류가 주민들의 세 부담으로 원자재가 마련돼 지방 식료공장에서 생산된 것임을 잘 알고 있다"며 "3대로 세습되는 선물정치 위상이 추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북한에서 당국이 지급한 선물을 몰래 사고팔다 걸릴 경우 공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수령님의 선물을 팔았다", "원수님의 사랑과 배려를 거부했다" 등으로 간주돼 뭇매를 맞을 수 있음을 알면서도, 태양절 선물을 내다 파는 일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북한 '3대 세습' 위상이 추락하고 있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셈이다.

    "김일성 노래 부르면서도 생계 생각뿐"

    주민들은 태양절 기념을 위한 각종 행사에 강제 동원되는 것에서도 강한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전국의 모든 단위와 기관, 공장, 기업소, 학생, 인민반 주민들에게 태양절 경축 분위기를 띄우는 충성의 노래 모임과 군중 무용 등 행사를 준비하라는 지시를 하달했다고 RFA는 보도했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요즘 중앙(당국)의 지시에 따라 모든 학생과 주민들이 태양절 행사 연습에 강제로 내몰리고 있다"며 "일반 주민들이 거의 식량 부족으로 인해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처지인데 무슨 이유로 김일성에 대한 충성을 노래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일부에서는 강제로나마 김일성 관련 노래를 불러도 실제 생각은 온통 가족의 생계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쏠려 있다"며 북한 주민들의 형식적인 당국 행사 참여 실태를 지적했다. 

    또 다른 소식통 역시 "요즘 갑자기 닥친 이상 기후로 영하의 날씨가 계속 되고 중국발 황사에 찬바람까지 몰아치자, 일부에선 태양절을 저주하는 분위기까지 생기고 있다"며 "'먹고 살기 어려운 판에 무슨 태양절이냐'며 (주민들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