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회견서 '수신료 징수·납부 정당성' 거듭 주장"수신료=특별부담금, 내도 되고 안 내도 되는 것 아냐""시청 여부 관계없이 공익사업 재원 조달 위해 필요해"KBS노조 "위기극복 대책 無… 유체이탈식 빈깡통 회견""공영성, 떨어진 신뢰 회복 위해 'KBS경영진' 물러나야"
  • ▲ 김의철 KBS 사장. ⓒKBS 제공
    ▲ 김의철 KBS 사장. ⓒKBS 제공
    사실상 'TV수신료 폐지'를 의미하는 '분리징수안'이 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당사자인 KBS가 "수신료는 방송 시청 여부와 관계없이 부과되는 '특별부담금'"이라며 "내도 되고 안 내도 되는 수신료 제도는 있을 수 없다"는 고압적 태도를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아트홀에서 열린 '수신료 이슈 관련 기자설명회'에 참석한 오성일 KBS 수신료국장은 '방송법은 TV수상기 소지자는 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수신료를 분리징수하면 납부의 선택권을 주는 것이라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수신료 분리징수제가 시행되면) 공공연하게 수신료를 내지 않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법을 어기게 되는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다"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수신료 제도가 있는) 타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는 수신료를 (납부 의무가 있는) 특별부담금으로 규정하면서 '수신료 수입이 위협받으면 공영방송의 사업이 존폐 위기에 처할 수 있고,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고 강조한 오 국장은 "'시청 여부와 관계없이 공익사업에 들어가는 재원을 조성하는 데 수신료를 사용한다'는 헌재 판결 내용이 대통령실의 국민제안 설명 부분에 구체적으로 담기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국민제안 토론‥ 중복 투표 우려, 신뢰 못해"

    최선욱 KBS 전략기획실장은 "사실상 수신료 수입 감소로 이어지는 분리징수제가 시행되면 국제방송·대외방송·장애인방송·클래식방송 등 각종 공익사업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K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선 수신료 제도를 존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 실장은 "유럽방송연맹(EBU)에 가입한 56개국 가운데 23개국이 수신료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탈리아·포르투갈·그리스 등 12개국은 전력회사에 징수를 위탁하고 있고, 3개국은 자체징수, 2개국은 외부 대행사가 징수하고, 2개국은 자체적으로 설립한 별도 회사가 징수한다"고 소개했다.

    최 실장은 "유럽방송연맹 가입국 절반에서 전력회사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것은 효용성 때문"이라며 "우리나라의 징수 시스템은 타국과 비교해봐도 매우 효율적이고 공평한 시스템으로, 현재처럼 한전을 통해 징수하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최 실장은 최근 대통령실이 진행한 국민제안 토론이 사실상 중복 투표를 할 수 있어, 추천 수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했다.

    최 실장은 "일단 중복 투표의 가능성이 있다"며 "찬반 수가 '명'으로 돼 있는데 이게 맞는지도 모르겠고, 과학적인 여론조사도 아닌 결과를 토대로 몇 퍼센트가 찬성 혹은 반대했다고 이야기하는 게 적절한지 개인적인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분기마다 외부 기관이 진행하는 미디어 신뢰도 조사에선 68%가 KBS를 신뢰한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고 소개한 최 실장은 "물론 공정성 문제 등 KBS에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분들도 분명히 계시겠지만, 한 가지로 국민을 설득하는 것보다는 전체적인 역량을 끌어올려야 하지 않나 싶다"고 주장했다.

    "분리징수 여론 반전시킬 복안이나 의지, 전혀 안 보여"


    이처럼 KBS가 기자회견 내내 '국민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노력보다, 수신료의 필요성과 통합징수제의 법적 정당성을 알리는 것에만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자, KBS 내부에서 "수신료 분리징수 위기에 대한 원인과 책임은 쏙 빠진, 유체이탈식 빈깡통 기자회견이었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기자회견 직후 성명을 배포한 KBS노동조합(1노조, 위원장 허성권)은 "이 기자회견의 목적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의문"이라며 "국민들이 '아! 분리징수가 이렇게 심각한 것이었구나. 난 KBS를 좋아하니까 반대해야지'라고 생각하길 기대한 건가? 아니면 '다른 나라도 그렇고 수신료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구나! 꼭 내야지'라고 생각하길 원하는 걸까?"라고 비꼬았다.

    KBS노조는 "수신료 분리징수 찬성 여론이 왜 높은지 설명하고, 여론을 반전시킬수 있는 복안이나 의지를 밝히길 바란 건 너무나 큰 기대였는지 모르겠다"며 "하기야 그렇게 할수 있는 경영진이었다면 이 지경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수신료 분리징수 대위기를 부른 핵심 원인은 바로 김의철 사장과 이사진"이라며 이에 "현 경영진의 퇴진을 연일 촉구하고 있다"고 밝힌 KBS노조는 "이들의 완전한 퇴출이야말로 국민이 공영방송 KBS를 새롭게 볼 수 있는 개혁의 전제조건"이라고 단정했다.

    "골든타임 놓친 김의철 사장, 지금이라도 물러나야"


    KBS노조는 "수년 전부터 국민여론은 수신료 분리징수 찬성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고, 우리는 사측에 무수히 그 위험성을 경고해왔다"며 "그러나 김 사장은 대위기 경보를 계속 무시하고, 수신료 분리징수의 원인인 '무능경영'과 '불공정·편파방송'을 계속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정의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았고, 국민과 제대로 대화하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되짚은 KBS노조는 "골든타임을 놓친 지난 3월 김 사장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자진 사퇴했어야 했다"며 "김 사장의 퇴출과 공영방송의 개혁에 대한 의지를 밝힌다면 수신료 분리징수 찬성 여론을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진 상태"라고 개탄했다.

    KBS노조는 "2월 누계 당기 순손실이 459억원 발생했고, 수입은 전년 대비 200여 억원 감소했다"며 "사측은 ▲코로나19 여파 ▲경제여건 악화로 인한 광고시장 위축 ▲콘텐츠 판매 수입목표 미달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우리는 그것이 김 사장의 '무능경영'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안다"고 비판했다.

    "그런 가운데 KBS 9시 뉴스 시청률 역시 계단식 하락을 반복하며 사상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고 진단한 KBS노조는 "우리의 소중한 일터 KBS가 존폐기로에 서 있는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 KBS의 회생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은, 현 경영진의 완전한 퇴진과 국민의 품으로 KBS를 돌려놓는 정상화 개혁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 ▲ 서울 여의도 KBS 본사 로비에서 김의철 사장 퇴진 시위를 벌이고 있는 KBS노동조합(1노조)원들. ⓒKBS노동조합 제공
    ▲ 서울 여의도 KBS 본사 로비에서 김의철 사장 퇴진 시위를 벌이고 있는 KBS노동조합(1노조)원들. ⓒKBS노동조합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