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진영, 마크롱의 친중행보에 분노 폭발우크라·대만사태 이용, 가치 내팽개치고 장사속만 드러내...입으로만 자유 평등 박애
  • ▲ 에마뉘엘 마크롱(왼쪽부터) 프랑스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지난 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연합뉴스
    ▲ 에마뉘엘 마크롱(왼쪽부터) 프랑스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지난 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연합뉴스
    지난 6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에어버스 항공기 160 대를 중공에 파는 영업 성과를 올렸다. 이 때문인가. 프랑스 귀국길에 오른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거리를 두고 중국 편을 드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로 인해, 그는 자유민주주의 진영으로부터 비난 세례를 받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9일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은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에 유럽이 휘말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이 '전략적 자율성'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론을 펼쳤다. 

    특히 대만 문제 관련,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위기는 '우리의 일'이 아닌 위기'에 휘말리는 것이다. 유럽인들이 대답해야 하는 질문은 과연 대만 문제에 휘말려, 위기를 고조시키는 것이 우리 유럽의 이익을 위한 것이냐다. 아니다. 최악의 상황은 유럽인들이 대만 문제에 있어서, 미국 아젠다에 따라 가고, 이로 인한 중국의 과잉반응이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마크롱과 시진핑 회담 장소에 참석한 관료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연합과 미국보다 대만 문제에 유화적인 태도를 취했다고 전했다. 이번 마크롱 방중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동행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시진핑과의 대담에서 "대만 해협 내 안정은 매우 중요하다. 무력을 사용하여 현재 상태를 바꾸려는 위협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시진핑은 "대만 문제를 두고 베이징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망상에 빠진 자"라고 응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인들은 우크라이나 위기도 해결할 수 없다. 그런데 대만 문제에 대해 어떻게 '조심해라, 당신(시진핑)이 잘못하면, 우리가 그곳으로(대만) 갈 것이다'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만약 위기를 고조시키고 싶다면, 그렇게 해라"고 말했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이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을 제외하고, 마크롱과 시진핑 단둘이 통역관만 둔 채 4시간 더 회담을 나눴다고 <폴리티코>는 덧붙였다. 

    아울러 <폴리티코>는 마크롱 대통령이 미국 달러의 역외성(extraterritoriality)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마크롱은 "미중 갈등이 고조될 경우, 유럽연합은 '전략적 자율성'을 위한 시간이나 자원을 준비할 수 없다. 우리는 속국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몇년 간 달러가 지배하는 전 세계 금융시스템에서, 미국이 제재를 가하는 제3국과의 사업을 중단하게 되면서 나온 불만인 것으로 해석된다.

    마크롱은 현재 친중 발언으로 자유민주주의 진영으로부터 뭇매를 받고 있다. 먼저 지난 1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나의 친구 마크롱 대통령이 중국 엉덩이에 키스하며 아첨떨었다"고 비판했다. 

    <대중국 의회간 연합체(IPAC)>는 성명서를 내며 마크롱을 비난했다. IPAC는 1989년 톈안먼 사건 31주년 기념일인 2020년 6월 4일 설립된 단체다. 단체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들의 중국에 대한 접근 방식 개혁, 무역·안보·인권에 대한 공동대응을 이끌어내겠다는 목표로 설립됐다. 

    이 단체는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 의회 의원들로 구성됐다. 소속 의원으로는 ▲오스트레일리아 ▲벨기에 ▲캐나다 ▲체코 ▲덴마크  ▲프랑스 ▲독일 ▲일본 ▲아일랜드 ▲뉴질랜드 ▲우간다 ▲영국 ▲미국 ▲이탈리아 등이 있다. IPAC는 성명서를 통해 "마크롱의 대만 발언은 대만 해협에서 평화를 유지하려는 국제사회의 수십 년간의 희생을 훼손시킨다. 마크롱의 발언은 유럽 의회를 넘어서 자유진영, 심지어 자국 프랑스 정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아울러 중공이 대만해협에서 군사훈련을 지속하고 있는데,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하다"고 직격했다.

    미국 연방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는 마크롱 발언에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기까지 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중공과의 6시간 회담 결과, 마크롱이 내놓은 발언은 유럽에게 미국과 거리를 두고, 대만 문제에 있어서 미국-중국 갈등에 관여하면 안 된다라는 것이다. 만약 마크롱의 발언이 유럽 전체를 대변하고, 유럽 입장이 대만 문제를 두고 중공과 미국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는 것이라면, 우리 또한 누구 편도 들지 말아야 한다. 아마도, 우리는 그냥 근본적으로 대만 문제와 중국의 위협에만 초점을 두고, 우크라이나 문제는 유럽인들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놔둬야 할 듯하다"고 폭탄 발언을 했다.

    이처럼 마크롱이 전 세계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지만, 중공만은 마크롱을 전 프랑스 대통령 드골에 비유하며 비호했다. 중국 관영지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이 빠르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드골은 전략적 자율성을 내세우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탈퇴하며, 중공과 외교 관계를 맺었다. 이는 미국을 불쾌하게 하고, 유럽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드골은 프랑스의 자주적인 정치적 전통을 확립했고, 이는 프랑스에 강대국 지위를 부여했다"며 마크롱 행보를 두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