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만2500개 핵탄두 중 86%가 미사일·항공기·잠수함 등 '군사용'
  • 미국과학자연맹이 발표한 '세계 핵군사력 지위 지수' ⓒ미국과학자연맹 홈페이지
    ▲ 미국과학자연맹이 발표한 '세계 핵군사력 지위 지수' ⓒ미국과학자연맹 홈페이지
    핵무기 문제를 연구·분석하는 미국과학자연맹(FAS)이 북한의 핵탄두 보유량을 30개 이상으로 추정했다.

    미국과학자연맹이 최근 갱신한 '세계 핵군사력 지위 지수'에 따르면, 2023년 초 기준 9개 국가가 총 1만2500개에 달하는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86%인 9576개의 핵탄두가 미사일·항공기·선박·잠수함에서 사용되는 '군사용'인 것으로 집계됐다.

    3804개는 작전기지 등에 실전배치된 것으로 연맹은 확인했다. 2000개의 핵탄두는 경보 즉시 발사가 이뤄지는 'high alert'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실현 가능한 국가로는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가 꼽혔다.

    핵탄두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는 러시아로 5889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은 5244개로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어 중국 410개, 프랑스 290개, 영국 225개, 파키스탄 170개, 인도 164개, 이스라엘 90개, 북한 30개 등이었다.

    연맹은 전 세계적으로 핵 감축이 이뤄지고 있으나, 속도는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군사용으로 사용되는 핵탄두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미국은 핵 보유량을 줄이고 있는 반면 중국·인도·북한·파키스탄·영국·러시아는 모두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맹은 지난해 9월 발표에서는 북한이 보유 중인 핵탄두를 20~30개로 추정했는데, 반년 만에 30개 이상으로 수정했다.

    FAS의 핵 정보 프로젝트 책임자인 한스 크리스텐센(Hans M. Kristensen)은 "추정치는 확실하지 않지만 우리는 북한이 조립한 탄두 30여 개와 이에 더해 핵분열 물질을 더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크리스텐센은 "(북한은) 최근 단거리 전술핵 개발을 강조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며 "장거리 무기보다는 전쟁 초기에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한국과 미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북한 김정은은 지난해 12월26일부터 31일까지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6차 전원회의에서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라고 지시했다. 이후 북한은 '2023년도 핵무력 및 국방 발전의 변혁적 전략'을 천명했다. 구체적으로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전술핵무기 다량 생산 ▲핵탄 보유량 기하급수적 증대 등에 집중했다.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지난 1월 '북한의 핵탄두 수량 추계와 전망' 보고서를 통해 "현재 북한이 핵무기 80~90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166기(우라늄탄 136기, 플루토늄 핵탄두 30기)를 보유할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