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광장에 '윤석열정권 심판' 노조 집회 현수막 더미정당 현수막 줄어도 집회 현수막 때문에 시민 불편 그대로서울시민 "보기 지저분하고 정신 없어… 서울시 조치 기원"서울시 "집회 현수막 관련 시행령 개정, 가이드라인 없어"
  • ▲ 서울시 종로구 청계천 광장에 노조 집회 폐현수막 더미가 쌓여 있다. ⓒ안선진 기자
    ▲ 서울시 종로구 청계천 광장에 노조 집회 폐현수막 더미가 쌓여 있다. ⓒ안선진 기자
    "시위를 했으면 처리라도 제대로 하든지, 보기 지저분하고 걸려 넘어질까 봐 걱정돼요." (대학생 최모 씨)

    "점심시간이라 쉬러 나왔는데, 노조 현수막 때문에 더 정신 없을 때가 많습니다." (직장인 강모 씨)

    28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청계천광장은 야외활동을 나온 유치원생들부터 잠시 바람을 쐬고 있는 직장인, 나들이를 나온 노년층 부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서울시민들로 가득했다. 분수대에서 떨어지는 시원한 물소리에 시민들의 웃음소리가 더해져 완연한 봄 기운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시민들이 이동하는 광장 한복판에 쓰레기 더미같이 보이는 지저분한 무언가가 놓여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윤석열정권 심판' '민생경제 파탄·공안탄압 규탄' 등이 적힌 노조 집회 현수막 10여 장이 한데 뭉쳐진 채 버려져 있었다. 

    오색 빛깔 폐현수막 더미는 꽤나 부피가 컸고,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거나 몸이 불편한 노약자의 경우 플라스틱 재질 현수막에 걸려 다칠 수 있을 것이라는 걱정이 들었다. 이처럼 폐현수막 더미는 전국을 넘어 해외에서 즐겨 찾는 대표 관광명소인 청계천광장의 미관을 해치고 있었다. 
  • ▲ 서울시 종로구 청계천 광장에 노조 집회 폐현수막 더미가 쌓여 있다. 펼쳐 보니 '윤석열 정권 심판' 등이 적혀 있었다. ⓒ안선진 기자
    ▲ 서울시 종로구 청계천 광장에 노조 집회 폐현수막 더미가 쌓여 있다. 펼쳐 보니 '윤석열 정권 심판' 등이 적혀 있었다. ⓒ안선진 기자
    서울시민들은 방치된 집회 현수막에 우려와 불만을 표출했다.

    강의를 듣기 전 잠시 청계천을 찾았다는 대학생 최모(20대, 여) 씨는 "시위를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이해하지만 최소한 뒷정리와 처리는 제대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모퉁이에 모아 놓아도 지저분하고, 혹여나 걸려 넘어질 수도 있으니 걱정된다"고 말했다.

    돌계단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던 직장인 윤모(30대, 남) 씨는 "폐현수막들이 깨끗한 청계천 일대와 어울리지 않아 너무 눈에 띈다"며 "서울시에서 하루빨리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해 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윤씨는 집회 현수막 더미를 쳐다보며 다시 한번 눈살을 찌푸렸다. 

    서울시청과 광화문 일대를 둘러보니 노조가 설치한 크고 작은 집회 현수막이 즐비했다. 'H기업' 앞에는 노란색·빨간색·파란색 등 화려한 색상의 배경과 커다란 글씨가 섞인 현수막들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었고, 기업을 규탄하는 내용의 배너 8개가 줄지어 있었다. 

    'K기업' 앞 역시 10개에 달하는 현수막과 큼지막한 글자가 새겨진 깃발 서너 개가 전봇대에 걸려 있었다. 잎도 피지 않은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하얗고 붉은 노끈 열댓 개가 묶여 있고, 보도 위에는 시위에 동원했던 지저분한 물품들이 놓여 있어 도시 경관을 저해했다. 
  • ▲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 집회 현수막들이 설치된 모습. ⓒ안선진 기자
    ▲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 집회 현수막들이 설치된 모습. ⓒ안선진 기자
    집회 현수막과 마주 보고 있는 건물에서 나온 직장인 강모(40대, 남) 씨는 "점심시간이라 쉬러 나왔는데 노조 현수막 때문에 더 정신 없을 때가 많다"며 "늘 보는 것이어서 이제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지만 제거된다면 훨씬 더 깨끗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업무를 위해 서울시청으로 가고 있다는 주부 이모(50대, 여) 씨는 현수막을 쳐다보며 "보기 안 좋다. 지저분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며 "노조 입장은 이해가 가지만 일반 시민 입장에서 봤을 때는 좋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정식으로 신고하고 내걸었을 테니 강제로 철거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만 완화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단체나 개인의 노동운동을 위한 집회 현수막과 관련해 옥외광고물법 개정 또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현재까지 노조의 시위 및 집회 등의 현수막에 대한 규제나 제지가 더해지지는 않았다"며 "표시방법, 규격, 장소, 개수는 제한하지만 내용에 관한 규제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는 지난 9일 시민 안전 위협, 도시 경관 저해 등을 이유로 정당 현수막과 관련한 법령 개정을 행정안전부에 요구했다. 읍·면·동마다 게시 수량을 1개 이하로 제한하거나 크기 10㎡ 이내로 제한하는 등을 내용으로 하며, 표시기간이 15일을 경과한 현수막에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가이드라인도 마련해 25개 자치구에 배포했다.
  • ▲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일대에 집회 현수막들이 설치된 모습. ⓒ안선진 기자
    ▲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일대에 집회 현수막들이 설치된 모습. ⓒ안선진 기자